런던 퀸메리대 벌 인지 연구, Science·Nature·PLOS Biology 잇단 게재
뇌세포 100만 개 곤충의 학습능력, 이제 AI·드론 항법 설계로 이어져
한국 학생이 노릴 수 있는 진입 경로는 동물행동학·동물학 학부 과정
취미로 호박벌 둥지를 키우는 사람이 벌에게 상자 문 여는 법을 가르쳤다는 짧은 영상이 최근 국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됐다. 대부분의 반응은 “귀엽다” 또는 “믿기 어렵다” 쪽이었다.
그러나 이 장면은 과장이 아니다. 벌에게 자연 상태에서는 하지 않는 조작 행동을 훈련시키고, 그것이 무리 안에서 어떻게 퍼지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영국 대학의 정식 연구 분야다. 그것도 Science, Nature, PLOS Biology 같은 최상위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는 주류 연구다.

공 굴리기에서 퍼즐 상자까지
이 분야의 중심에는 런던 퀸메리대(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QMUL)의 라르스 치트카(Lars Chittka) 감각·행동생태학 교수 연구실이 있다.
2017년 이 연구팀은 호박벌에게 작은 공을 정해진 위치까지 굴려야 설탕물 보상을 받는 과제를 훈련시킨 결과를 Science에 발표했다. 핵심은 벌이 이 과제를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다른 벌이 하는 것을 관찰한 뒤 시범을 보인 개체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냈다는 점이었다. 당시 치트카 교수는 작은 뇌 때문에 곤충의 행동이 단순한 학습에 묶여 있다는 통념이 이 연구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2023년에는 두 갈래로 풀 수 있는 퍼즐 상자 실험 결과가 PLOS Biology에 실렸다. 빨간 탭을 시계 방향으로 밀거나 파란 탭을 반시계 방향으로 미는 두 가지 해법 중 하나만 훈련받은 ‘시범 벌’을 집단에 투입하자, 훈련받지 않은 나머지 벌들이 시범 벌이 쓰던 방식을 따라 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나중에 다른 해법을 스스로 발견한 뒤에도 처음 배운 방식을 계속 고수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를 영장류와 조류에서 문화의 근거로 인용돼 온 것과 같은 유형의 결과로 해석했다.
2024년에는 후속 연구가 Nature에 실렸다. 두 단계를 거쳐야 열리는 상자를, 벌은 혼자서는 시행착오만으로 배우지 못하지만 훈련된 다른 벌을 관찰하면 배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개체 혼자서는 도달하지 못하는 복잡한 행동이 사회적 학습을 통해서만 전달된다는 것으로, 곤충에게도 초보적 형태의 ‘문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2022년 같은 연구실에서 나온 별도 연구는 보상이 전혀 없는데도 벌들이 나무 공을 반복해서 굴린다는 관찰을 Animal Behaviour에 보고했다. 곤충에서 물체를 가지고 노는 행동이 확인된 첫 사례로 기록됐고, 어린 개체가 더 많이 굴리고 수벌이 더 오래 굴린다는 점에서 포유류·조류의 놀이 양상과 닮아 있었다.
왜 이 연구가 중요한가
이 계열의 연구는 두 방향으로 파급된다.
첫째는 곤충 복지와 감각능력(sentience) 논쟁이다. 벌이 긍정적 정서 상태와 유사한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다면, 실험동물로서의 곤충 취급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실제로 치트카 교수 등은 2023년 곤충 연구자들이 연구 대상의 복지를 고려할 때가 됐는지를 묻는 논문을 별도로 발표했다.
둘째는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다. 2025년 셰필드대와 퀸메리대 공동 연구팀은 벌의 비행 움직임이 시각 정보 처리 방식 자체를 형성한다는 점에 착안해 벌 뇌의 계산 모형을 만들어 eLife에 발표했다. 이 모형에서 로불라 뉴런 36개만으로도 여러 인식 과제를 우연 수준 이상으로 수행했고, 16개만으로도 나선이나 기울어진 막대 같은 패턴을 구분해냈다. 수백만 장의 라벨링된 데이터와 대규모 연산 자원을 요구하는 현재의 딥러닝과 정반대 방향이다.
같은 흐름에서 2026년 Nature에는 꿀벌의 학습 비행을 모방한 드론 항법 전략 연구가 실렸다. 소형 신경망을 시각 기억으로 쓰고 경로 적분으로 귀환하는 방식으로, 실내외 실험에서 30~110m 비행 구간은 100%, 200~600m 구간은 70% 확률로 출발점 0.5m 이내 복귀에 성공했다. 저전력 자율주행·소형 드론 분야에서 곤충 인지 연구가 응용 연구로 직결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벌에게 문 여는 법을 가르치는 실험은 취미가 아니라 신경과학과 AI 설계가 만나는 지점이다.

한국 학생은 어떤 전공으로 들어가나
이 분야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영국 학부 과정은 크게 동물학(Zoology), 동물행동학(Animal Behaviour), 생물학(Biology), 그리고 신경과학·심리학 계열이다. 국내에는 학부 단위로 동물행동학 전공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유학이 거의 유일한 정규 경로다.
퀸메리대 동물학(BSc Zoology, UCAS 코드 C300) — 연구실이 있는 학교다. 표준 조건은 A레벨 ABB(생물 포함), IB는 총점 32점에 HL 6·5·5, HL 생물 필수다. 일반 GCSE는 영어·수학 포함 5과목 이상 C(4) 이상. 커리큘럼에는 척추·무척추동물 생물학과 함께 행동·진화·신경생물학이 포함되고, 남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 열대생태학이나 크로아티아 담수생태계 등 해외 현장실습이 들어간다. 대학 측은 학과 연구 주제 예시로 ‘벌의 지능’을 직접 명시하고 있다.
엑서터대 동물행동학(BSc Animal Behaviour, UCAS 코드 D391) — 콘월 펜린 캠퍼스에서 운영되는 이름 그대로의 전공이다. 2027년 입학 기준 표준 조건은 A레벨 ABB(과학 과목 1개 B 이상), IB 32점에 655, 과학 과목 HL 5 이상. BTEC은 DDM으로도 지원 가능하며, 응용과학·동물관리·해양생물 등 특정 BTEC 분야는 A레벨 과학 없이도 고려된다. 최종 학년 선택 과목에 ‘동물 인지(Animal Cognition)’, ‘감각생태학’, ‘집단생활’ 등이 개설돼 있어 관심 분야를 좁혀갈 수 있다. 3년 과정 외에 산업체 실습 1년을 끼운 4년 과정(D394)과 교환학기 4년 과정(D392)도 별도 UCAS 코드로 운영된다.
두 학교 모두 A레벨과 IB가 현실적인 진입 경로이며, 수학·물리보다 생물이 필수 과목이라는 점이 공대·의대 지망과 갈리는 지점이다.
비용은 실험실 기반 학과 기준으로 봐야
동물학·동물행동학은 실험실과 현장실습이 들어가는 과정이라 인문사회 계열보다 학비가 높다.
퀸메리대가 공개한 2025/26학년도 학부 학비표를 보면, 생명·행동과학부(School of Biological and Behavioural Sciences)를 포함한 실험 기반 학과의 해외 학생 1학년 학비는 연 2만 7,950파운드다. 2·3학년으로 올라가면 각각 2만 7,100파운드, 2만 5,350파운드로 책정돼 있다. 2026/27학년도 이후 금액은 별도 공지 대상이므로 지원 시점의 최신 학비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엑서터대는 2026년 입학 기준 동물행동학 해외 학생 학비를 연 3만 1,200파운드로 공지하고 있다. 다만 필수 현장실습은 학비에 포함되지만, 선택 현장실습은 이동 비용을 학생이 부담해야 하고 등산화·침낭·모기장·쌍안경 같은 개인 장비도 별도라고 명시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알프스, 유콘·알래스카, 피레네, 코르시카, 아조레스 등 최종 학년 현장실습 후보지를 보면 이 추가 비용이 적지 않을 수 있다.
학생 비자로 유학할 경우 여기에 생활비와 비자·건강부담금(IHS)이 더해진다. 3년 학사 기준 총비용은 학비만 8만 ~ 9만 파운드대이며, 런던 소재인 퀸메리대는 생활비 부담이 지방 캠퍼스보다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진로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 분야를 검토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은 연구를 직업으로 삼으려면 학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의 논문들에 이름을 올린 인력 상당수는 박사 과정생이나 박사 후 연구원이다. 연구직을 목표로 한다면 석사·박사 과정이 사실상 필수 경로다.
학부 졸업 직후의 현실적 진로는 다르다. 엑서터대가 공개한 졸업생 진로 자료를 보면 환경·생태 컨설팅(AECOM, Fishtek Consulting, Ecology Solutions), 정부·공공기관(Natural England, CEFAS), 자연보전 단체(National Trust, WWF, 런던동물학회) 취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실험실 기술직, 환경 전문직, 교육직 등도 포함된다. 대학원 진학 사례로는 생물과학 석박사, 보전·생물다양성 석사, 진화·행동·생태 석사 등이 제시된다.
즉 “벌 실험하는 교수”가 되는 길은 좁고 길지만, 학부 학위 자체는 환경·생태 산업이라는 별개의 취업 시장으로 연결된다. 두 경로를 구분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곤충 인지 연구가 AI·로보틱스 응용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생물학 학부에서 신경과학·계산 모델링·통계 쪽 과목을 함께 쌓아두는 선택이 향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한 셰필드대 연구 역시 생물학과 계산신경과학의 접점에서 나온 결과다.
확인이 필요한 사항
- 화제가 된 영상 속 개인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벌을 훈련시켰는지, 학술 연구와 동일한 조건인지는 본지가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에서 소개한 훈련 사례는 모두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 결과다.
- 퀸메리대 2026/27학년도 및 2027/28학년도 학비는 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공식 학비표에 확정 공지되지 않았다.
참고자료
- Loukola, O. J., Solvi, C., Coscos, L., Chittka, L. (2017). “Bumblebees show cognitive flexibility by improving on an observed complex behavior.” Science 355: 833–836. https://pubmed.ncbi.nlm.nih.gov/28232576/
-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Ball-rolling bees reveal complex learning.” 2017. 2. 23. https://www.qmul.ac.uk/media/news/2017/se/ball-rolling-bees-reveal-complex-learning.html
- Bridges, A. D. 외 (2023). “Bumblebees acquire alternative puzzle-box solutions via social learning.” PLOS Biology 21(3): e3002019.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2Fjournal.pbio.3002019
- Natural History Museum. “Bumblebees solve puzzles by learning from their peers.” https://www.nhm.ac.uk/discover/news/2023/march/bumblebees-solve-puzzles-by-learning-from-their-peers.html
- Bridges, A. D. 외 (2024). “Bumblebees socially learn behaviour too complex to innovate alone.”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126-4
-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School of Biological and Behavioural Sciences. “First-ever study shows bumble bees ‘play’.” https://www.qmul.ac.uk/sbbs/news/items/first-ever-study-shows-bumble-bees-play.html
- Crump, A., Gibbons, M., Barrett, M., Birch, J., Chittka, L. (2023). “Is it time for insect researchers to consider their subjects’ welfare?” PLOS Biology 21(6): e3002138. (Chittka Lab 논문 목록: https://chittkalab.sbcs.qmul.ac.uk/Pub.html)
- MaBouDi, H. 외 (2025). “A neuromorphic model of active vision shows how spatiotemporal encoding in lobula neurons can aid pattern recognition in bees.” eLife. DOI: 10.7554/eLife.89929
- University of Sheffield. “New study revealing bees’ secret to super-efficient learning could revolutionise AI and robotics.” 2025. 7. https://sheffield.ac.uk/news/new-study-revealing-bees-secret-super-efficient-learning-could-revolutionise-ai-and-robotics
- “Efficient robot navigation inspired by honeybee learning flights.” Nature, 2026.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0461-3
- UCAS. “Zoology —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과정 정보(입학 요건·UCAS 코드). https://www.ucas.com/explore/courses/40801c85-08d4-6f74-99d0-8b4a492df4a9/course
-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Tuition Fees 2025/26 — Undergraduate Programmes”(2025. 3. 7. 갱신). https://www.qmul.ac.uk/registry-services/media/arcs/student-enquiry-centre/UG-2526-Schedule-(1).pdf
- University of Exeter. “BSc Animal Behaviour”(2027년 입학 기준 입학 요건·학비·모듈·졸업생 진로). https://www.exeter.ac.uk/undergraduate-degrees/bsc-animal-behavi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