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배우는 EU 의대 두 갈래 전수 비교… 학비·선발 구조·졸업 후 경로, 그리고 합격률의 함정
영어로 수업하고,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진학할 수 있으며, 6년이면 끝나는 EU 의과대학. 한국 학생이 실질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두 나라로 좁혀진다. 헝가리와 이탈리아다.
두 나라는 겉보기에 비슷하다. 둘 다 6년 단일 과정이고, 둘 다 영어로 가르치며, 둘 다 한국 보건복지부 인정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학비 구조, 입학 방식, 졸업 후 경로까지 들어가면 거의 모든 항목에서 성격이 다르다.
본지는 두 나라의 공식 학비 고시액, 입학 제도, 면허·수련 규정을 대조해 6년 총비용과 진로 경로를 비교했다. 환율은 EUR 1,550원, USD 1,350원을 적용했다.
1. 학비: 고정가와 소득연동
가장 큰 차이는 학비를 매기는 방식 자체다.
헝가리는 정찰제다. 데브레첸 대학 의학과의 2026/27학년도 학비는 연 1만 6,900달러로 공시돼 있고, 지원료 150달러와 입학시험료 350달러가 별도다. 학비에는 건강보험과 학생증 비용이 포함된다.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국제학생이 같은 금액을 낸다.
이탈리아 공립대학은 소득연동제다. 학비는 ISEE라는 가계 경제지표에 따라 구간별로 결정되며, 낮은 구간에서는 연 156~500유로, 높은 구간에서도 4,000유로 안팎이다. 여기에 지역세(tassa regionale)가 연 120~200유로 붙는다. 파비아가 속한 롬바르디아주는 140유로다.
정리하면 이렇다.
| 항목 | 헝가리 (데브레첸 기준) | 이탈리아 공립 (파비아 기준) |
|---|---|---|
| 연 학비 | 약 1만 6,900달러 (약 2,280만원) | 500~4,000유로 (약 78만~620만원) |
| 부과 방식 | 정액, 소득 무관 | ISEE 소득연동 |
| 부대 비용 | 지원료 150달러, 시험료 350달러 | 지역세 연 120~200유로 |
| 사립 대안 | — | 후마니타스 연 약 2만 유로 |
같은 EU, 같은 영어 과정인데 연 학비가 3배에서 최대 20배까지 벌어진다.
2. 6년 총비용
생활비를 포함한 전 과정 비용을 계산하면 격차는 더 분명해진다. 헝가리 생활비는 연 9,000~1만 2,000달러, 이탈리아 파비아는 연 9,000~1만 1,000유로, 밀라노는 1만 2,000~1만 5,000유로를 적용했다.
| 경로 | 연간 부담 | 6년 총액 |
|---|---|---|
| 이탈리아 파비아 (공립) | 약 1,490만~2,350만원 | 0.9억~1.4억 |
| 헝가리 4개교 | 약 3,500만~4,320만원 | 2.1억~2.6억 |
| 이탈리아 후마니타스 (사립, 장학금 수혜) | 약 2,170만~2,950만원 | 1.3억~1.8억 |
| 이탈리아 후마니타스 (사립, 장학금 없음) | 약 4,960만~5,740만원 | 3.0억~3.4억 |
이탈리아 공립을 기준으로 하면 헝가리보다 1억~1억 7,000만원이 덜 든다. 헝가리 6년 학비만으로 이탈리아 공립 전 과정을 마치고도 돈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한국 의대는 국공립 6년 등록금이 3,652만원, 사립이 6,869만원이다. 이탈리아 공립의 6년 총액 0.9억~1.4억은 여기에 생활비를 더한 한국 지방 의대 자취 시나리오(국공립 1억 1,000만원, 사립 1억 4,000만원)와 거의 같은 구간이다.
3. 장학금: 감면제와 권리형 급여
두 나라의 차이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헝가리의 장학금은 감면형이다. 데브레첸 대학의 국제장학 프로그램은 1년차 학비의 30~90%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대상 분야도 제한적이다. 성적 우수자를 선발해 일부를 깎아주는 구조다.
이탈리아의 DSU는 성격이 다르다. DSU는 지역정부가 재원을 대는 학업권 보장 제도로, 경쟁 선발이 아니라 소득 요건과 학업 요건을 충족하면 받는 권리형 급여에 가깝다. 그리고 EU 학생뿐 아니라 비EU 국제학생도 동일하게 대상이다.
지원 내용은 세 갈래다. 첫째, 학비 전액 면제. DSU 수혜자는 법적으로 대학 등록금과 부담금 전액을 면제받는다. 둘째, 현금 급여. 2025~26학년도 기준 타지역 거주 학생에게 연 2,500~7,900유로가 지급된다. 셋째, 기숙사와 학생식당 이용이다.
즉 이론상으로는 학비 0원에 연 1,000만원 안팎의 생활비를 받으면서 의대를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이탈리아 의대가 최근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한국 가정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 대목은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 DSU의 관건은 ISEE 값이다. 최대 등급을 받으려면 ISEE가 대략 1만 3,153유로 이하여야 하고, 경제적 자격 자체의 임계선은 지역에 따라 2만 5,000~3만 유로 수준으로 안내된다.
문제는 ISEE가 단순한 연소득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득에 자산 일부를 더한 뒤 가구원 수 환산 계수로 나누는 종합 지표다. 따라서 “우리 집 연봉이 얼마니까 된다/안 된다”는 식의 계산이 성립하지 않는다. 자가 보유 여부, 금융자산, 가구원 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비EU 학생은 온라인으로 ISEE를 생성할 수 없고, 본국에서 가족의 소득·재산 서류를 모아 이탈리아 영사관에서 번역·합법화한 뒤 이탈리아 현지 CAF(세무지원센터)에 제출해 ISEE Parificato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만 수 주가 걸린다.
유지 조건도 있다. 2년차부터는 학업 실적이 반영되며, 1년차 11월까지 최소 20CFU(학점)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미 받은 장학금을 반납해야 할 수 있다.
정리하면 DSU는 실재하는 강력한 제도이지만, “이탈리아 가면 공짜”라는 문장으로 압축될 성격은 아니다. 한국 가정의 실제 ISEE 산정 결과는 개별 확인 사항이며, 이를 전제로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은 위험하다.
4. 들어가기: 대학별 시험과 국가 단일시험
입학 방식도 정반대다.
헝가리는 대학별 자체 시험이다. 데브레첸의 경우 생물이 필수이고 화학과 물리 중 하나를 선택하며, 과목당 45분 필기 후 구술 면접을 치른다. 시험은 연중 여러 차례 실시되고, 2026년 9월 입학 지원 마감은 6월 15일이다. 정원 규모가 크고 응시 기회가 여러 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탈리아는 국가 단일시험이다. IMAT 한 번으로 모든 공립대학 영어 과정 선발이 이뤄진다. 60문항 100분, 정답 +1.5점, 오답 -0.4점의 감점제이며, 2026년 시험일은 9월 30일이다.
경쟁 강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25년 IMAT에는 1만 3,495명이 응시했다. 2011년 제도 도입 이후 최다 기록이다. 전체 좌석은 1,754석으로, 의학 1,644석, 치의학 60석, 수의학 50석이다.
비EU 비거주자 좌석은 훨씬 좁다. 2025년 기준 파비아 40석, 밀라노 국립대 15석, 밀라노 비코카 18석, 파도바 25석 수준이다. 컷오프도 높다. 2025년 비EU 커트라인은 밀라노 72.9점, 파비아 71.9점, 볼로냐 71.1점이었다. 반면 남부 대학은 50점대로 편차가 크다.
여기에 비EU 지원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이 하나 더 있다. 해외 거주 비EU 지원자는 대학 한 곳만 지망할 수 있고, EU 지원자와 달리 추가 배정(scrolling)이 없다. 지망 대학을 정하는 순간 사실상 결과가 확정되는 구조다.
| 항목 | 헝가리 | 이탈리아 |
|---|---|---|
| 선발 방식 | 대학별 자체 시험 (필기+구술) | IMAT 국가 단일시험 |
| 시험 과목 | 생물 필수 + 화학/물리 택1 | 논리·일반지식·생물·화학·물리·수학 |
| 응시 기회 | 연중 복수 | 연 1회 |
| 경쟁 규모 | — | 2025년 1만 3,495명 응시 |
| 비EU 좌석 | 상대적으로 여유 | 파비아 40석 등 소수 |
| 지망 제한 | 복수 대학 지원 가능 | 비EU는 1개교만, 재배정 없음 |
학비가 싼 만큼 들어가기가 어렵다. 이탈리아 공립의 낮은 학비는 좁은 관문의 대가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5. 왜 이탈리아가 뜨는가: 입구에서 걸러지는 구조
학비만으로는 최근의 관심을 설명하기 어렵다. 헝가리도 한국 의대보다 학비가 비싸지 않은 시기가 있었고, 영어 과정과 EU 학위라는 조건은 두 나라가 같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선발 단계의 성격이다.
5-1. 헝가리는 이중 트랙이다
헝가리 의대는 자국 학생에게 최상위 난도의 학과다. 2026년 기준 4개 의대 일반의학과 입학 점수는 430~462점 구간이며, 심화 수능에서 최고 등급으로 입학한 비율이 페치 99.1%, 세게드 98.9%, 제멜바이스 97.3%로 사실상 100%에 가깝다. 박사학위 소지 교원 비율도 데브레첸 80.9%, 세게드 78.8%, 제멜바이스 69.7%로 높다.
그런데 같은 자료에 각 학부의 외국인 학생 비율이 나온다. 데브레첸 56.9%, 페치 58.6%, 제멜바이스 54.9%다.
즉 학생의 절반 이상이 430~462점 경쟁을 거치지 않고 들어온 외국인이다. 헝가리 의대는 자국 학생에게는 극도로 좁은 문이고, 외국인에게는 대학별 자체 시험(생물 필수 + 화학·물리 택1, 필기 45분과 구술)으로 열리는 별개의 문을 운영한다. 두 문의 통과 기준이 같지 않다.
5-2. 이탈리아는 단일 트랙이다
이탈리아는 구조가 다르다. IMAT는 국가 단위 단일 시험이고, EU 학생과 비EU 학생이 같은 시험을 본다. 좌석 배정 풀은 나뉘지만 시험 자체와 채점 기준은 동일하다.
경쟁 규모도 다르다. 2025년 IMAT에는 1만 3,495명이 응시했다. 제도 도입 이후 최다다. 전체 좌석은 1,754석이었고, 비EU 커트라인은 밀라노 72.9점, 파비아 71.9점, 볼로냐 71.1점이었다.
이 차이가 최근 이탈리아가 주목받는 실질적 이유로 보인다. 학비가 싸다는 것은 표면이고, 그 아래에 “일정 수준 이상이 검증된 학생들만 입학한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6년을 함께 공부할 동료 집단의 준비도가 다르고, 커리큘럼도 그 집단을 전제로 설계된다는 논리다.
5-3. 다만 이 논리는 아직 결과로 검증되지 않았다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 위 설명은 입학 단계의 사실이지, 졸업 결과에 대한 검증이 아니다.
앞서 본 대로 이탈리아 졸업자의 한국 예비시험 실적은 공개 통계의 국가별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 한국 학생의 이탈리아 진학이 본격화된 것이 최근이라 졸업 코호트가 아직 얇다. 따라서 “입학이 까다로우니 결과도 좋을 것”은 합리적 추론이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또한 IMAT 고득점이 한국 예비시험 합격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예비시험은 한국 의학 교육과정과 국내 진료 지침을 기준으로 출제되며, 어느 나라에서 공부했든 별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같다.
이 항목은 3~5년 뒤 이탈리아 졸업 코호트의 예비시험 실적이 쌓여야 판단 가능한 사안이다.
6. 헝가리 쪽 공개 자료가 말해주는 것
헝가리 대학과 헝가리 언론·의사단체가 자국어로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국 유학 상담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항목들이 확인된다.
6-1. 중도탈락률: 숫자가 서로 다르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수치는 제멜바이스 대학 총장이 2026년 1월 밝힌 **5.6%**다. 의대·치대·약대 3개 전통학부 기준으로 중도탈락률이 감소했다는 발표였다.
그런데 다른 수치도 있다. 2011/12학년도 입학 일반의학(6년 통합) 기준 중도탈락률은 **17%**로 집계됐고, 보건의료 학사계열은 31.5%였다.
더 중요한 것은 제멜바이스 자체 보고서의 서술이다. 보고서는 중도탈락률이 전공별·교육언어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고 명시하며, 헝가리어 치의학의 1.6%부터 보건학부까지 넓은 범위로 분포한다고 인정한다.
“교육언어별로 편차가 크다”는 문장을 대학이 직접 쓴 것이다. 그러나 영어 과정 단독 중도탈락률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유학 상담에서 인용되는 5.6%는 헝가리어 과정을 포함한 전체 평균이다. 영어 과정만의 수치를 요구했을 때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판단 근거가 된다.
6-2. 임상실습의 언어 장벽
헝가리 학계가 직접 연구한 주제다. 헝가리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헝가리어가 필요한 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임상실습에서 헝가리어 사용이 불가피했음에도 최소한만 충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대학들도 이를 인지하고 보완하고 있다. 페치대는 2024년 4월 헝가리어·영어·독일어 과정 학생 각 20명이 참여하는 OSCE(객관구조화임상시험)를 도입했는데, 외국인 학생들은 영어와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모의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점을 일제히 환영했다고 대학 측은 밝혔다.
시험 도입은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이 반응을 뒤집어 읽으면 실제 병동에는 그런 환경이 없다는 뜻이 된다. 영어로 강의를 듣는 것과 헝가리어를 쓰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이는 6년 과정의 후반부 임상 훈련의 질과 직결된다.
6-3. 구조적 배경: 외국어 의학교육은 수출 상품
헝가리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을 어떻게 위치시키는지도 공개 문서에 나온다.
제멜바이스 대학의 2025년 사업보고서는 외국어 의학교육을 대학의 **”핵심 수출 상품(kiemelt exportterméke)”**이자 주요 수입원으로 명시한다. 같은 보고서는 외국어 강의·시험 수당을 2023년 9월부터 50% 인상했고, 2025/26학년도에 90개국 이상에서 지원해 2,199명이 합격했다고 기록했다.
헝가리 언론 hvg는 여기에 비판적 맥락을 덧붙인다. 의사 임금 인상에는 정부가 재원을 대지 않으면서, 페치대 외국어 과정 개발에는 EU 자금과 민간자본을 합쳐 500억 포린트 가까이 투입됐고 대학은 그 대가로 외국인 학생 수를 두 배로 늘리기로 약속했다는 보도다. 같은 매체는 의대 교원 과밀, 저임금 연구자, 휴강 등 의학교육의 위기 징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싣고 있다.
이는 도덕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는 문제다. 외국인 학생 정원이 재정 논리로 확대되는 구조에서는, 입학 문턱과 교육 자원 배분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6-4. 실습 환경이 되는 헝가리 의료체계
임상 훈련의 질은 그 나라 의료체계의 상태와 분리되지 않는다.
헝가리 의사협회(MOK)는 GDP 대비 의료비 지출에서 헝가리가 유럽 및 역내 최하위권으로 밀려났고, 의료인력 상당수가 해외로 떠나면서 후속 세대가 고갈되고 진료 수준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진단한다.
학생 설문 결과도 있다. 약 90%가 이론 교육을 과부하로 느끼고, 졸업 시점에 환자 진료에 준비됐다고 느끼지 못하며, 5명 중 1명(21%)은 주로 해외 취업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헝가리 학생 기준이다. 앞서 본 대로 헝가리에서 외국인 졸업생의 현지 진료는 제도적으로 예외적이므로, 외국인 학생의 체감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자국 학생의 90%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교육 환경이 외국인 학생에게만 충분할 이유는 없다.
6-5. 이탈리아 쪽은 대조 자료가 부족하다
공정하게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이탈리아 영어 과정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수준의 자국어 검증 자료를 찾기 어렵다. 중도탈락률, 외국인 학생 비율, 임상실습 언어 대응에 관한 이탈리아 대학·언론의 공개 분석이 헝가리만큼 축적돼 있지 않다.
이는 이탈리아가 더 낫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검증 자료가 없다는 뜻이다. 헝가리는 20년 이상 대규모로 외국인을 받아왔기 때문에 문제도 데이터도 드러난 단계이고, 이탈리아는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이 비대칭 자체를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7. 나라의 체력: 의료 인프라와 대학 평판
의대 교육의 후반부는 병원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그 나라 의료체계의 상태가 곧 임상 훈련의 상한선이 된다. OECD가 2025년 11월 발표한 「Health at a Glance 2025」로 두 나라를 대조하면 격차가 분명하다.
7-1. 의료 인프라: 격차가 크다
| 지표 | 이탈리아 | 헝가리 | OECD 평균 |
|---|---|---|---|
| 1인당 의료비 (USD PPP) | 5,164달러 | 3,303달러 | 5,967달러 |
| GDP 대비 의료비 | 8.4% | 6.5% | 9.3% |
| 인구 1,000명당 의사 | 5.4명 | 3.6명 | 3.9명 |
| 인구 1,000명당 간호사 | 6.9명 | 5.5명 | 9.2명 |
| 인구 100만명당 CT·MRI·PET | 79대 | 18대 | 51대 |
| 기대수명 | 83.5세 | 76.7세 | 81.1세 |
| 치료가능 사망(10만명당) | 77명 | 141명 | 77명 |
| 예방가능 사망(10만명당) | — | 249명 | 145명 |
1인당 의료비가 1.6배, 의사 밀도가 1.5배, 영상진단 장비는 4.4배 차이다. 특히 CT·MRI·PET 장비 밀도는 헝가리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고, 이탈리아는 평균의 1.5배다.
임상실습의 관점에서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는 구체적이다. 지도 인력 밀도가 낮으면 학생 1인당 지도 시간이 줄고, 영상장비가 부족하면 판독 훈련 기회가 줄어든다. 치료가능 사망률이 141명 대 77명이라는 것은 같은 질환에서 관리 수준이 다르다는 뜻이다.
헝가리 의사협회(MOK)도 자국 진단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GDP 대비 의료비 지출에서 헝가리가 유럽 및 역내 최하위권으로 밀렸고, 의료인력의 해외 유출로 후속 세대가 고갈되면서 진료 수준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학생 설문에서 약 90%가 이론 교육을 과부하로 느끼고 졸업 시점에 환자 진료에 준비됐다고 느끼지 못하며, 21%는 주로 해외 취업을 원한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다만 이탈리아도 OECD 평균에는 못 미친다. 1인당 의료비는 평균 5,967달러보다 낮고, 병상은 인구 1,000명당 3.0개로 평균 4.2개보다 적다. “이탈리아는 선진국 의료, 헝가리는 아니다”보다는 “이탈리아는 OECD 중위권, 헝가리는 하위권”이 정확한 표현이다.
7-2. 대학의 두께
대학 층위에서도 두 나라는 규모가 다르다. 이탈리아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이 여럿 있다. THE 2026 세계대학순위에서 볼로냐 130위, 피사 고등사범학교 137위, 사피엔차 170위이고, 밀라노공대·산탄나·파도바가 250위권에 든다. 볼로냐는 1088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꼽힌다.
헝가리는 상위권 대학의 층이 얇다. 다만 개별 대학으로 보면 제멜바이스 대학은 예외적 위상을 갖는다. THE 2026 의학·보건 분야에서 세계 186위(176-200위 구간)로 헝가리 1위이자 중동유럽 1위이며, 전년 대비 20계단 올랐다. QS 의학 분야에서도 201-250위 구간이다. 다른 3개교는 QS 의학 기준 데브레첸·세게드 351-400위, 페치 401-450위다.
단, 대학 순위를 진학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는 것은 권하기 어렵다. 이탈리아 상위권 대학 상당수는 한국 인정 목록에 없고, 순위 산정 방식도 연구 성과 비중이 커서 학부 교육의 질과 직결되지 않는다. 참고 지표 이상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7-3. 의사 소득: 연차별로 맞춰 보면
교육 환경만큼 중요한 것이 졸업 후 소득이다. 다행히 두 나라 모두 법정 급여 체계가 있어 연차별 비교가 가능하다. 민간 급여조사 사이트 수치는 표본과 집계 방식이 제각각이므로, 아래는 법정 기준으로 맞췄다.
헝가리는 2020년 보건의료 근무관계법으로 의사 전용 급여표를 도입했다. 2026년 기준 이 급여표는 의료 경력 기간에 따라 10개 급여 등급을 구분한다. 레지던트는 1등급, 전문의(szakorvos)는 3등급, 주임과장(főorvos)은 6등급에 해당한다.
이탈리아는 공공의료(SSN) 단체협약(CCNL)으로 정해진다. 2025년 11월 서명된 2022~2024년 협약에서 기본급(stipendio tabellare)은 13개월분 연 5만 5.77유로로 재산정됐고, 평균 월 400유로 안팎의 인상이 반영됐다.
환율은 EUR 1,550원, HUF 3.9원을 적용했다.
| 단계 | 이탈리아 (연 세전) | 헝가리 (연 세전, 기본급) |
|---|---|---|
| 전공의 1~2년차 | €25,000 (약 3,880만원) · 소득세 면제 | 월 687,837Ft → 연 3,220만원 |
| 전문의 0~5년 | €60,000 (약 9,300만원) | 전문의 등급 월 1,231,200Ft → 연 5,760만원 |
| 5~15년 | €80,000 (약 1억 2,400만원) | 10년차 월 1,399,247Ft → 연 6,550만원 |
| 15년 이상 | €85,000 (약 1억 3,180만원) | 20년차 월 1,655,653Ft → 연 7,750만원 |
| 최상위 (과장·primario) | €110,000 (약 1억 7,050만원) | 41년 이상 월 2,380,057Ft → 연 1억 1,140만원 |
전공의 단계에서는 격차가 크지 않지만, 전문의가 되는 순간 1.6배로 벌어지고 이후 1.5~1.9배 수준을 유지한다. 이탈리아 5~15년차 의사가 헝가리 41년 경력 의사보다 많이 받는 구조다.
두 가지 단서
첫째, 위 헝가리 수치는 기본급(alapbér)이며 당직 수당 등은 별도다. 실제 총급여는 이보다 높다. 헝가리 정부 발표 기준 2023년 의사 평균 급여는 월 219만 7,000포린트로, 연 환산 약 1억 280만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당직·수당을 포함한 평균이고 고연차가 끌어올린 값이다. 반대로 이탈리아 수치는 수당을 포함한 총액 기준이므로, 순수 기본급끼리 비교하면 격차는 표보다 작고 총액끼리 비교해도 방향은 같다.
둘째, 헝가리 급여표는 2023년 1월 이후 동결 상태다. 2021~2023년 3단계 인상이 끝난 뒤 2025년과 2026년에는 추가 인상이 없었다. 같은 기간 물가는 올랐으므로 실질 소득은 하락했다. 이탈리아는 2026년 11월 수련의 고정급이 5% 인상되고, 2025~2027년 차기 단체협약 협상 개시가 예고돼 있다.
이 격차가 앞서 본 인력 유출과 연결된다. 헝가리 의사협회는 의료인력의 해외 유출로 후속 세대가 고갈되고 있다고 진단했고, 학생 설문에서 21%가 주로 해외 취업을 원한다고 답했다. 지도할 의사가 떠나는 환경에서 임상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탈리아 쪽에도 문제가 있다. 이탈리아 수련의 계약은 고용계약이 아니라 장학금 성격의 형성 계약이어서 초과근무 수당, 야간·당직 수당, 13개월차 급여가 없다. 독일·프랑스·스페인이 수련의를 정식 근로자로 대우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나온다. 소득세 면제라는 이점 뒤에 근로자 보호의 공백이 있다는 뜻이다.
7-4. 그렇다면 진짜 격차는 어디에 있나
두 나라를 가르는 것은 대학 브랜드가 아니라 그 대학이 놓인 시스템이다.
제멜바이스가 THE 의학 186위라는 것은 연구 성과와 교육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대학의 학생이 실습하는 병원은 인구 100만명당 영상장비 18대, 의사 3.6명이라는 환경 안에 있고, 그 병원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의사의 상당수는 해외 이직을 검토하는 처지에 있다.
여기에 언어 변수가 겹친다. 헝가리 영어 과정 학생은 헝가리어 환자를 만나고, 이탈리아 영어 과정 학생은 이탈리아어 환자를 만난다. 조건은 같지만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어 C1을 갖추면 그 나라에서 수련과 취업까지 이어갈 수 있고, 헝가리는 그 경로가 제도적으로 예외적이다. 6년간의 언어 학습이 자산이 되는지 매몰 비용이 되는지가 갈린다.
정리하면 대학 순위표로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비교해야 할 것은 그 학위가 놓일 시스템 전체다.
8. 졸업 후 ①: 현지에 남을 수 있는가
여기서 두 나라가 결정적으로 갈린다.
헝가리 — 제도가 잔류를 전제하지 않는다
헝가리에서 감독 없이 진료하려면 기본등록과 운영등록을 모두 보유해야 한다. 졸업으로 얻는 것은 기본등록까지다.
주목할 것은 국립병원총국(OKFŐ)의 행정 절차다. OKFŐ는 “외국 국적 보건의료인이 헝가리 영토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와 “졸업 후 헝가리에서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사가 없는” 경우를 위한 별도 증명 절차를 운영한다. 이때 발급되는 증명은 해외에서 학위를 인정받기 위한 용도로 명시돼 있고, 신청서 양식의 이름 자체가 「헝가리에서 근무할 의사가 없는 경우 신청서」다.
행정 제도가 별도 양식을 마련해 두었다는 것은, 외국인 졸업생의 헝가리 잔류가 예외적이라는 점을 제도가 스스로 전제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질 장벽도 명확하다. 헝가리 의료 현장의 사용 언어는 헝가리어이고, 비EU 국적자는 취업 목적 D비자와 별도 취업허가가 필요하다.
전문의 수련도 좁다. 헝가리 레지던트 제도는 4개 의과대학에 배속돼 운영되고 정원은 인적자원부가 매년 결정하는데, 선발 시 헝가리어 능력과 면접이 반영된다. 6년을 영어로 공부한 외국인이 이 항목에서 경쟁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탈리아 — 경로가 문서로 확인된다
이탈리아는 반대다. 절차가 공개돼 있고 단계가 명확하다.
이탈리아는 의학 학위 자체가 개업 자격을 겸하는 구조로, 별도 국가시험(esame di stato)이 필요 없다. 진료를 하려면 거주지 관할 의사회(OMCeO) 등록이 필수이고, 등록 없이는 고용이든 개업이든 불가능하다.
비EU 국적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유효한 체류허가다. 이탈리아 의사회 안내에 따르면 등록에 유효한 체류허가에는 노동(자영·종속) 목적과 구직 대기 목적이 포함된다. 학생 체류허가로 졸업한 뒤 12개월 구직 체류허가로 전환하고 취업허가로 넘어가는 경로가 있으며, 합법 체류 5년을 채우면 EU 장기거주 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둘째, 이탈리아어다. 요구 수준은 통상 C1이며 시에나 외국인대학의 CILS C1 Medici, 페루자 외국인대학의 CELI 4 등이 인정된다.
전문의 수련도 문이 열려 있다. 2026년 전문의 수련 선발(SSM) 공고는 유효한 체류허가를 가진 비EU 시민을 이탈리아 시민과 동일 조건으로 응시 대상에 포함한다. 요구되는 것은 체류허가, 의사회 등록, 그리고 이탈리아어 C1 인증이다. 2026년 시험은 7월 21일, 수업 개시는 11월 2일이다.
| 항목 | 헝가리 | 이탈리아 |
|---|---|---|
| 졸업 시 취득 | 기본등록 | 개업 자격 겸한 학위 |
| 진료 요건 | 운영등록 (외국인 충족 곤란) | OMCeO 등록 |
| 언어 요건 | 헝가리어 (현장 필수) | 이탈리아어 C1 |
| 체류 경로 | D비자+취업허가 | 학생→구직 12개월→취업→5년 후 장기거주 |
| 전문의 수련 | 헝가리어 반영, 정원 정부 결정 | 비EU도 동일 조건 응시 가능 |
| 제도의 전제 | “근무 의사 없음” 양식 별도 운영 | 잔류 절차 공개·정형화 |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어 C1을 갖출 의지가 있다면 잔류가 제도적으로 가능하고, 헝가리는 그 의지가 있어도 구조가 받쳐주지 않는다. 다만 C1은 학문적·전문적 맥락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수준으로, 임상 실습과 병행해 도달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라는 점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9. 졸업 후 ②: 영국행은 두 나라 모두 닫혔다
“EU 학위니까 영국에서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은 두 나라 모두에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2026년 3월 5일 국왕재가를 받은 영국 의료수련 우선순위법의 파운데이션 우선순위 대상은 영국 학위 취득자, 아일랜드 학위 취득자, 그리고 영국이 기존 협정을 맺은 아이슬란드·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스위스 학위 취득자다. 헝가리와 이탈리아는 EU 회원국이지만 이 목록에 없다.
비우선순위 지원자도 지원은 가능하고 남은 자리를 받을 수 있지만, 2026년 모집에서 약 98%가 우선순위 지원자로 채워졌다. 2025년의 약 72%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GMC 등록과 수련 자리 확보는 별개다. EEA에서 ‘관련 유럽 자격’을 취득한 의사는 여전히 GMC 등록 경로가 열려 있고 PLAB도 면제된다. 유학 상담에서 “GMC 인정”을 강조하는 것은 이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2026년 법이 바꾼 것은 등록이 아니라 배정이다.
이 항목에서는 두 나라가 동일하게 불리하다. 영국 진출을 목표로 한다면 헝가리든 이탈리아든 근거가 약하다.
10. 졸업 후 ③: 한국 — 합격률 숫자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로를 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합격률 통계다. 유학 상담에서 인용되는 숫자와 실제 의미가 다르다.
10-1. “합격률 61.2%”의 함정
외국 의대 졸업자는 예비시험 1차 필기를 통과해야 2차 실기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런데 언론과 상담에서 인용되는 국가별 합격률은 2차 실기 기준이다.
2024년 제20회 2차 실기에서 16개국 101명이 응시해 55명이 합격했고, 국가별로 헝가리 61.2%, 러시아 40%, 미국 20%, 우즈베키스탄 16.7%였다. 헝가리 응시자가 67명으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이 101명이 이미 1차 필기를 통과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1차에서 떨어진 사람은 애초에 이 분모에 들어가지 않는다. 2024년 1차 필기 합격자는 62명이었고, 2005년부터 20회차까지 1차 필기 평균 합격률은 **31.2%**에 그쳤다. 같은 기간 2차 실기 평균 합격률은 54.8%였다.
즉 진짜 관문은 1차 필기다. 국시원 자료를 분석한 과거 보도도 같은 구조를 지적한다. 유학생 대다수가 1차 필기에서 탈락하며, 1차를 통과한 이후의 실기 합격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10-2. 졸업생 기준으로 보면 절반 이하
그래서 봐야 할 것은 누적 최종 수치다.
신현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와 국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외국 의대 졸업자의 예비시험(필기·실기 종합) 합격률은 55.42%, 예비시험과 국가시험을 모두 통과해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41.4%였다.
국가별 최종 합격률(응시자 10명 이상 국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 국가 | 최종 합격률 (2005~2023 누적) |
|---|---|
| 영국 | 69.0% |
| 파라과이 | 53.3% |
| 헝가리 | 47.9% |
| 러시아 | 45.0% |
같은 기간 헝가리 의대 출신 응시자 189명 중 79명이 불합격했다. 우즈베키스탄 40명, 미국 16명, 독일 9명, 호주·러시아 각 7명이 뒤를 이었다.
“헝가리 61.2%”와 “헝가리 47.9%”는 같은 것을 재는 숫자가 아니다. 앞의 것은 1차를 통과한 사람 중 실기 합격률이고, 뒤의 것은 응시자 기준 최종 면허 취득률이다. 유학 상담에서 앞의 숫자만 제시된다면 어떤 분모를 쓴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10-2-1. 올해 1차 필기 합격률 20.6%… 지난해 급등은 일회성이었다
누적 수치보다 최근 회차를 봐야 한다. 그런데 최근 두 회차의 흐름이 정반대다.
2025년 제21회는 이례적으로 문이 넓었다. 1차 필기는 282명이 응시해 160명이 합격했다(56.7%). 20회차까지 평균이 31.2%였으니 처음으로 50%를 넘긴 기록이다. 2차 실기는 194명 응시에 172명 합격(88.7%)으로, 합격자 172명은 2005~2024년 20년 누적 합격자 235명에 육박했다.
그런데 2026년 제22회에서 다시 닫혔다. 1차 필기에 248명이 응시해 51명만 합격했다. 합격률 20.6%다.
| 회차 | 1차 필기 응시 | 합격 | 합격률 |
|---|---|---|---|
| 1~20회차 평균 | — | — | 31.2% |
| 제21회 (2025년) | 282명 | 160명 | 56.7% |
| 제22회 (2026년) | 248명 | 51명 | 20.6% |
제22회는 20회차까지의 장기 평균 31.2%보다도 10%p 이상 낮다. 응시자 248명 중 197명이 첫 관문에서 탈락했다. 지난해의 56.7%가 추세 전환이 아니라 일회성이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급등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의정 갈등으로 국내 의대생 다수가 국시를 거부한 시기와 겹쳤고, 의료계 일부에서 적체 인원 해소를 위한 조정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올해 수치는 그 의문에 일정한 답을 준 셈이다.
유학 상담에서 “최근 예비시험 합격률이 크게 올랐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어느 회차 기준인지 확인해야 한다. 21회만 인용하면 56.7%이고, 22회를 포함하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진다.
10-2-2. 통과해도 국시가 남는다
1차와 2차를 모두 통과해도 본시험인 의사 국가시험이 남는다. 그리고 이 구간도 최근 나빠졌다.
| 회차 | 의사 국가시험 최종 합격률 |
|---|---|
| 2022년 | 95.8% |
| 2023년 | 94.7% |
| 2024년 | 94.2% |
| 2025년 (제89회) | 70.4% |
| 2026년 (제90회) | 75.9% |
2026년 제90회에서는 응시자 1,078명 중 818명이 합격해 260명이 탈락했다. 지난해 예비시험 합격자 172명이 대거 유입된 회차이며, 의료계에서도 “이번엔 외국의대 예비시험 합격자가 170명 정도인 걸로 안다”는 언급이 나왔다.
다만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국시원은 출신별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같은 시기 국내 의대생의 복귀 시점이 분산되면서 국시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합격률 하락의 원인을 외국 의대 출신에게 돌릴 근거는 현재 공개 자료로는 없다.
정리하면 관문은 세 개이고, 최근 수치는 이렇다. 1차 필기 20.6%(제22회) → 2차 실기 → 국가시험 75.9%. 2005~2023년 누적 최종 면허 취득률 41.4%는 국시 합격률이 90% 중반이던 시기를 포함한 값이므로, 지금 진학하는 학생은 더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10-3. 이탈리아는 백분율을 쓸 수 없다
이탈리아는 사정이 또 다르다. 공개 통계의 국가별 집계에서 이탈리아가 별도 항목으로 잡히지 않는다. 응시 사례 자체가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학생의 이탈리아 의대 진학이 본격화된 것이 비교적 최근이라 아직 졸업 코호트가 두껍지 않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표본이 몇 명 수준인 집단의 백분율은 정보가 아니다. 응시자가 3명이면 한 명 차이로 합격률이 100%와 67%를 오간다. 어떤 자료에서 특정 국가의 예비시험 합격률이 100%에 가깝게 제시된다면, 그 숫자보다 분모가 몇 명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탈리아 졸업자의 한국 면허 취득 난이도를 통계로 평가할 수 없다. 제도상 불가능하다는 근거는 없으나, 경로가 다수 사례로 검증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실질적이다. 서류 요건, 심사 소요 기간, 실무 판단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참고할 선례도 적다.
한편 복지부 응시자격 요건은 “기인정 외국학교를 졸업하고 해당 국가의 면허를 취득한 경우“다. 두 나라가 외국인 졸업생에게 발급하는 증명의 성격이 이 요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국시원 인정심사 실무 기준에 따르며,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
10-4. 확인 가능한 원자료
국시원은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의사 예비시험(필기)의 국가별·대학별 응시자수와 합격자수를 2005년(대학별은 2013년)부터 연도별로 공개하고 있다. 상담에서 받은 합격률 수치가 미심쩍다면 이 원자료로 직접 대조할 수 있다.
11. 인정 현황: 직종별로 다르다
복지부 인정 리스트를 직종까지 내려 보면 두 나라의 등재 양상이 다르다.
헝가리는 8건이다.
| 직종 | 인정 학교 |
|---|---|
| 의사 | 데브레첸, 제멜바이스, 페치, 세게드 (4개교 전부) |
| 치과의사 | 제멜바이스만 |
| 약사 | 제멜바이스, 페치, 세게드 (데브레첸 없음) |
의사는 4개교가 모두 올라 있지만 치과의사는 제멜바이스 한 곳뿐이다. 데브레첸·페치·세게드 치대는 현재 목록에 없다. 헝가리 치대를 하나로 묶어 소개하는 안내를 접했다면 이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약사도 데브레첸이 빠져 있다.
이탈리아는 6건이다.
| 직종 | 인정 학교 |
|---|---|
| 의사 | 파비아, 브레시아, 후마니타스 (영어 과정은 2곳) |
| 치과의사 | 피사 |
| 간호사 | San Sebastiano, Scuola Per Infermierri Professionali |
의사 3개교인데, 이탈리아 공립대학 중 영어 의학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16곳이다. 밀라노 국립대, 사피엔차, 볼로냐, 파도바 등이 미등재 상태다. 치과의사는 의사 목록에 없는 피사 대학이 올라 있어, 직종별로 등재 학교가 별개로 관리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 차이를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인정 리스트는 허가 명단이 아니라 지금까지 인정심사가 이루어진 학교들의 누적 기록이며, 미등재 학교 졸업자도 인정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실제로 리스트는 해마다 확대돼 왔다. 등재 여부는 가부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 난이도의 문제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한 가지 더 짚을 것이 있다. 국시원 자료 상단 주석은 인정 기준의 재검토에 따라 예비시험을 포함한 응시자격이 추후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번 등재되면 영구히 안전”한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6년 과정에 진학하는 학생에게는 재학 중 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변수에 포함된다.
IMAT의 배정 구조와 결합하면 실무상 변수는 더 남는다. 비EU 지원자는 대학 한 곳만 지망하고 재배정이 없으므로, 지망 대학을 정하는 단계에서 등재 여부를 어떻게 반영할지 판단해야 한다.
12. 정리: 항목별 대조
순위를 매기는 대신 확인해야 할 항목을 정리한다. 개인의 자금, 어학 역량, 진로 목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항목 | 헝가리 | 이탈리아 |
|---|---|---|
| 6년 총비용 | 2.1억~2.6억 | 공립 0.9억~1.4억 / 사립 1.3억~3.4억 |
| 1인당 의료비 (OECD) | 3,303달러 | 5,164달러 |
| 인구 1,000명당 의사 | 3.6명 | 5.4명 |
| 100만명당 영상장비 | 18대 | 79대 |
| 전공의 연 소득(세전) | 약 3,220만원 | 약 3,880만원(소득세 면제) |
| 전문의 5~15년(세전) | 약 6,550만원 | 약 1억 2,400만원 |
| 급여표 개정 | 2023년 이후 동결 | 2026년 11월 수련의 5% 인상 |
| 학비 예측 가능성 | 높음 (정액 공시) | 낮음 (ISEE 산정 필요) |
| 장학금 | 감면형, 1년차 중심 | 권리형(DSU), 비EU 포함 |
| 입학 난도 | 외국인은 별도 트랙 (자국생은 최상위) | 내·외국인 동일 시험, 2025년 1만 3,495명 경쟁 |
| 외국인 학생 비율 | 학부별 54~59% | 공개 자료 없음 |
| 중도탈락률 | 전체 5.6%(대학 발표)~17%(과거 코호트), 영어 과정 단독 미공개 | 공개 자료 없음 |
| 응시 기회 | 연중 복수 | 연 1회, 비EU는 1개교 지망 |
| 현지 잔류 | 제도적으로 예외적 | C1 갖추면 경로 존재 |
| 영국 파운데이션 | 우선순위 제외 | 우선순위 제외 |
| 한국 면허 취득 | 최종 47.9% (2005~2023 누적) | 공개 통계상 별도 집계 없음 |
| 예비시험 1차 필기 | 제22회 전체 합격률 20.6% | 좌동 (국가별 미공개) |
| 인정 등재 | 의사 4개교 / 치대는 제멜바이스만 | 의사 3개교(영어 2곳) / 치대는 피사 |
두 나라를 가르는 질문은 결국 두 가지다. 첫째, 이탈리아어 C1을 6년 안에 갖출 의지와 여력이 있는가. 있다면 이탈리아는 비용과 잔류 경로 양쪽에서 우위가 있다. 없다면 이탈리아의 낮은 학비는 “싼 학위”에 그치고, 그 경우 검증된 귀국 경로를 가진 헝가리와 비교 우위가 불분명해진다.
둘째, 입시 리스크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IMAT는 연 1회이고 비EU는 대학 한 곳만 지망하며 재배정이 없다. 한 번의 시험 결과가 1년을 좌우한다.
셋째, 검증된 트랙레코드와 검증된 입구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헝가리는 20년 이상의 한국 면허 취득 사례가 쌓여 있지만 교육 환경에 관한 자국어 자료도 함께 쌓여 있다. 이탈리아는 입학 단계의 선발이 엄격하지만 졸업 결과는 아직 데이터가 없다. 어느 쪽도 안전한 선택지로 제시될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쪽을 택하든 마지막에 남는 관문은 같다. 2026년 제22회 예비시험 1차 필기 합격률은 20.6%였다. 248명이 응시해 51명이 통과했다. 그리고 2005~2023년 누적 기준 외국 의대 졸업자가 예비시험과 국가시험을 모두 통과해 한국 의사면허를 받은 비율은 41.4%다. 학비가 2억이든 1억이든, 이 숫자를 전제에 넣지 않은 계획은 계획이 아니다.
학비표는 이 두 질문에 답한 다음에 보는 것이 순서다.
※ 본지 발행사는 해외 대학 진학 관련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특정 국가·대학의 진학을 권유하거나 만류할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으며, 모든 수치는 공개된 1차 자료를 기준으로 산출했습니다.
※ 이탈리아 공립대학 학비는 ISEE 구간에 따라 결정되므로 개인별 편차가 큽니다. 본 기사의 6년 총비용은 공개된 학비 구간의 하한과 상한을 적용한 추정치이며, 실제 부담액은 ISEE Parificato 산정 결과에 따릅니다. 한국 가정의 ISEE 산정 결과는 자산·가구원 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CAF를 통한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 DSU 지원 금액과 소득 임계선은 지역별 공고(bando)에 따라 매년 변동합니다. 본 기사의 수치는 2025~26학년도 기준 안내 자료를 근거로 했습니다.
※ 헝가리 운영등록의 구체적 요건과 외국 국적 졸업생의 실제 취득 사례, 이탈리아 OMCeO의 지역별 등록 요건은 각 기관에 직접 확인이 필요합니다. 본 기사는 공개 안내문을 근거로 제도 구조를 서술했으며 개별 사례의 가부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 의사 소득 비교의 환율은 EUR 1,550원, HUF 3.9원을 적용한 추정치입니다. 헝가리는 법정 급여표상 기본급, 이탈리아는 단체협약 기준 수당 포함 총액이므로 항목 범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두 나라 모두 지역·병원·당직 횟수에 따른 개인 편차가 있으며, 본 표는 제도상 기준선을 비교한 것입니다.
※ 헝가리 4개 의대의 영어 과정 단독 중도탈락률, 헝가리 의대 한국인 재학생 수, 제멜바이스 ‘Curriculumreform 2.0’의 영어 과정 적용 여부, 현행 학기당 등록금은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본 기사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각 대학 및 헝가리 교육당국에 대한 직접 확인이 필요한 항목입니다.
※ 이탈리아 영어 과정의 중도탈락률과 외국인 학생 비율은 헝가리와 대조 가능한 수준의 공개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두 나라의 자료 축적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합니다.
※ 본 기사의 국가별 최종 합격률은 2005~2023년 누적 기준(신현영 의원실 제출 자료)이며, 연도별 국가별 1차 필기 합격률은 국시원 공공데이터 원자료 분석으로 추가 확인이 가능합니다.
※ 두 나라 졸업자가 취득하는 증명이 한국 보건복지부가 요구하는 “해당 국가의 면허”에 해당하는지는 국시원 인정심사 실무 기준에 따릅니다. 개별 지원자는 국시원에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한국
-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학교 현황」, 2026.06.02
- 보건복지부, 「외국학교 졸업자의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응시절차」, https://www.mohw.go.kr/menu.es?mid=a10702020300
- 데일리메디, 「외국의대, 국내 의사면허 예비시험 합격률 54.5%」, 2024.09.24, 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916611
- 한국경제, 「외국 의대 출신 국시 예비시험 합격자 작년比 3배 늘어」, 2025.07.20,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72092737
- 메디게이트뉴스, 「외국의대 출신 의사 예비시험 합격률 54.5%→88.7%」, 2025.07, https://medigatenews.com/news/1480880084
- 의사신문, 「외국의대 졸업자, 한국 의사 예비 시험 최종 합격률 41.4%」(신현영 의원실 자료), 2024.05, http://www.doctor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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