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문 학위를 손에 쥔 채 졸업을 목전에 둔 수재(秀才)들에게는 저마다의 고민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낭만과 기회의 땅 영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비자 선택은 중대한 기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영국 이민 시장의 핵심 화두는 단연 ‘글로벌 인재 비자(Global Talent Visa)’와 ‘졸업 비자(Graduate Visa)’다. 두 비자 모두 영국 내 취업이라는 교두보를 제공하지만, 요구 조건과 효용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잠재력 만개’를 꿈꾼다면 ‘글로벌 인재 비자’
‘글로벌 인재 비자’는 과학, 인문학, 공학, 의학, 디지털 기술, 예술 및 문화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겨냥한 비자다. 여타 취업 비자와 달리 고용주의 후원(Sponsorship) 없이 자력으로 신청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다만,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영국 내무부(Home Office)가 지정한 권위 있는 추천 기관으로부터 ‘추천(Endorsement)’을 획득해야 한다.
단 3년만에 조기 영주권 신청 가능
글로벌 인재 비자의 주요 강점은 이러하다. 어학 능력, 학위 유무 등 형식적인 요건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재능’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 추천만 획득하면 비자 신청 자격이 주어지며, 이는 곧 영국 정착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특히, UK Research and Innovation (UKRI)와 같은 특정 추천 기관을 통해 글로벌 인재 비자를 획득할 경우, 숙련 근로 비자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영주권(Indefinite Leave to Remain, ILR)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인 숙련 근로 비자의 경우,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영국에 거주해야 하지만, UKRI의 추천을 받은 글로벌 인재 비자 소지자는 단 3년 만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 이는 영국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조기에 자리매김하고, 장기적인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취업과 창업, 프리랜서 활동 등 비자 소지자는 고용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고,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추천과 긴 시간 필요
반면에, 추천(Endorsement) 획득은 마치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어렵다. 탁월한 학업 성적이나 화려한 수상 경력만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분야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입증해야 한다. 숙련된 이민 전문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만만찮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추천 심사에만 통상 6~8주가 소요된다. Super Priority Service(유료)를 활용하면 비자 자체는 48시간 내에 발급받을 수 있지만, 추천 획득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졸업 시점부터 비자 발급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안정적인 발판’을 원한다면 ‘졸업 비자’
졸업 비자는 영국 내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유학생들을 위한 비자다. 졸업이라는 객관적인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대부분의 신청 절차가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하다. 복잡한 서류 준비나 까다로운 인터뷰 없이, 졸업 증명서만으로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변호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신청할 수 있을 정도로 절차가 간소화되어 있다. Priority Service를 통해 신청하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졸업 후 빠르게 영국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졸업 실패 시 ‘무용지물’
학위 취득에 실패하면 비자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최근 영국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채점 거부(Marking Boycott)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졸업 요건 충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인재 비자와 비교해 재정 증명 등 추가적인 요구 사항이 존재하며, 비자 유효 기간이 최대 2년(박사 학위 소지자는 3년)으로 제한적이다. 졸업 비자만으로는 영주권 취득이 불가능하며, 비자 만료 전 숙련 근로 비자 등 다른 비자로 전환해야 한다.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기도 한다. Immigration Health Surcharge(IHS)는 비자 신청 시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의료 서비스 이용료다. 졸업 비자의 경우, 비자 유효 기간 동안 매년 1,035파운드(2024년 12월 기준)의 IHS를 납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2년 졸업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 총 2,070파운드의 IHS를 지불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졸업 비자 기간이 영주권 신청 시 요구되는 거주 기간(통상 5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졸업 비자 이후 숙련 근로 비자 등 다른 비자로 전환하여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 IHS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므로 장기적으로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IHS 인상 추세까지 고려하면, 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영국 최신 이민 동향은?
- IHS 인상: 정부는 Immigration Health Surcharge(IHS)를 40% 이상 인상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졸업 비자를 통해 영국에 체류하려는 학생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추천 기관 전문화: 글로벌 인재 비자 추천 기관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각 기관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원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와 가장 부합하는 기관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 브렉시트 효과: 브렉시트 이후 영국 노동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특정 기술 분야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엔지니어링, 의료, IT 등 특정 분야 전공자라면 숙련 근로 비자를 통해 영주권을 획득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맞춤형 전략 수립해야”
YMK글로브 유미경 원장은 “글로벌 인재 비자는 영국 사회에 혁신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인재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지”라며 “다만, 추천 획득이라는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하므로, 철저한 준비와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졸업 비자는 영국 체류를 위한 단기적인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영주권 취득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개인의 상황과 목표에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성공적인 영국 정착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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