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의료, 외국인 의사 헌신 속 ‘구멍’… 젊은 의사 부족·낮은 처우에 ‘탈출 러시’
“외국인 의사에겐 기회의 땅”?… 낮은 진입 장벽, 고용 안정성은 매력적
이탈리아 로마 – 이탈리아는 국가 보건 서비스(SSN)라는 공공 의료 시스템을 통해 모든 시민과 합법적 거주자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의사 부족과 낮은 처우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연봉에 지친 의사들이 의료계를 떠나는, 이른바 ‘탈출 러시’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의료 시스템 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부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의료 또는 병원 내 일부 전문 분야인 응급의학, 마취과 분야 등에서 약 5천 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이탈리아 보건부 웹사이트, https://www.salute.gov.it/)”
외국인 의사, 의료 시스템 ‘숨통’…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2024년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전체 의사 수는 약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5천 명이 부족한 상태로, 전체 의사 대비 부족 인력 비율은 약 1.67%에 이른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의사 수는 많은 편이지만, 이탈리아 의료계는 특히 젊은 의사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마취과 등 필수 분야에서 최소 5천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인력난 속에서 외국인 의사들은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부족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주로 동유럽 출신이 많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국가 출신 의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의사들의 헌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의료 인력 확보와 해결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밤샘 근무는 일상, 쥐꼬리만 한 월급으론 생활도 힘들어”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젊은 의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연봉에 지쳐 의료계를 떠나고 있으며, 이는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탈리아 젊은 의사는 “밤샘 근무는 일상이고, 낡은 시설과 부족한 장비로 제대로 된 진료를 하기 힘들다”며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생활도 힘들어 의료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토로했다.
이탈리아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약 70,000유로에서 120,000유로(세전) 수준이다. (2025년 9월 18일 기준 환율: 70,000유로 = 약 9,800만원, 120,000유로 = 약 1억 6,800만원) 이는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중상위 수준이지만, 높은 물가와 세금 부담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더욱 낮아진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연봉 수준이 낮아 젊은 의사들의 불만이 높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낮은 연봉 탓에 외국인 의사 채용은 쉬운 편”… 취업률은 90% 육박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낮은 연봉은 외국인 의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는 의사 부족 현상으로 인해 외국인 의사 채용 문턱이 비교적 낮고,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편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한 외국인 의사의 취업률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아 외국인 의사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한 외국인 의사의 취업률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이탈리아 의사 협회, 2025년 통계 자료)”
보건복지부 예산, GDP 대비 중간 수준… “투자 확대 시급”
이탈리아 보건복지부가 한 해 사용하는 예산은 GDP 대비 약 6% 수준으로, 유럽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중간 정도 수준이다. (최신 데이터 확인 필요) 프랑스는 GDP 대비 약 11%, 독일은 약 10%, 영국은 약 9%를 보건복지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공공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예산 부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 차원 지원 절실… “의료 시스템 붕괴 막아야”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젊은 의사 부족 문제 해결: 의대 정원 확대 및 장학금 지원,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료 수가 현실화, 지역 의료 활성화 등을 통해 젊은 의사들이 의료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 외국인 의사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의료 활동 지원: 의사 면허 상호 인정 협정 확대, 언어 및 문화 교육 지원, 비자 및 취업 지원, 차별 방지 및 권익 보호 등을 통해 외국인 의사들이 안정적으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공공 의료 시스템과 민간 의료 시스템의 균형적인 발전 모색: 공공 의료 투자 확대, 민간 보험 활성화, 의료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 의료 서비스 질 평가 및 관리 강화 등을 통해 공공 의료 시스템과 민간 의료 시스템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은 공공 의료 서비스와 외국인 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젊은 의사 부족 문제와 외국인 의사 지원 부족, 낮은 연봉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특히 외국인 의사들이 안정적으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젊은 의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증가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복지 예산을 확대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 의료 인력 부족 문제 심화 우려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은 공공 의료 서비스와 외국인 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젊은 의사들의 ‘탈출 러시’를 막고, 외국인 의사들이 안정적으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탈리아 의료계의 어려움이 외국인 의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학생, 이탈리아 의대 진학 고려할 만한 선택지로 떠오르다
이탈리아의 의료계는 현재 의사 인력 부족 문제와 맞물려 외국인 의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한국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에 진학하는 것의 주요 장점과 단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사 면허 취득의 문턱이 낮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탈리아는 의사 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의사 채용이 활발하며, 한국 학생이 의대를 졸업한 후 의료 면허를 받기 쉽다는 분석이다. 또한, 유럽 내 다른 국가로의 의료 경력 확장도 가능하며, 이탈리아의 의료 시스템을 통해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외에도, 유학 기간 동안 유럽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며, 국제적 감각과 다문화 이해도를 키울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또, 한국보다 입학 경쟁률이 낮아 해외 의대 진학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반면, 단점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이탈리아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 자격인정 절차와 시험이 필요하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탈리아어 숙련과 문화 적응이 어려울 수 있어, 생활 적응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크다. 또한, 한국 의료계와의 연계가 미흡하여, 귀국 후 별도의 인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더불어, 해외 유학의 비용이 만만치 않으며, 학업 기간도 길어질 수 있어 경제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이탈리아 의대 진학을 통해 의료 인력 부족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만, 이후 국내 의료 활동을 위해 추가 절차와 준비가 필요하다. 교육의 질과 적응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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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T뉴스 마레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