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netflix.com/de-en/title/80084348
세 번째 편은 『무한대를 본 남자(The Man Who Knew Infinity, 2016)』입니다. 인도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과 케임브리지 수학자 G. H. 하디의 이야기입니다.
①편에서 트리니티 칼리지는 『불의 전차』의 촬영을 거절했습니다. 이 작품에는 열어줬습니다. 트리니티에서 촬영이 허가된 최초의 장편 영화입니다. 2014년 8월, 제레미 아이언스와 데브 파텔이 에드워드 시대 복장으로 그레이트 코트를 걷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편은 앞의 두 편과 성격이 다릅니다. 건물은 진짜입니다. 틀린 것은 사람입니다.
이 편에서 다루는 영국 영어 Fellow / Fellowship · FRS · Wrangler · Mathematical Tripos · High Table · Formal Hall · Latin grace · Senior Tutor · Nevile’s Court · elected
어떤 장면인가
1914년, 마드라스의 사무원 라마누잔이 정식 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채 놀라운 수학 결과들을 써 내려갑니다. 그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하디에게 편지를 보내고, 하디는 그를 케임브리지로 부릅니다.
두 사람은 충돌합니다. 라마누잔은 직관으로 결과에 도달하고, 하디는 증명을 요구합니다. 일부 트리니티 구성원은 인도인을 노골적으로 배척합니다. 전쟁이 겹치고, 라마누잔의 건강이 무너집니다.
그럼에도 그는 학위 하나 없는 상태에서 왕립학회 회원이 되고, 나아가 트리니티 칼리지 펠로가 됩니다.
여기서 짚고 갈 영국 영어 — 칼리지의 신분과 의례
이 편의 단어들은 옥스브리지 내부의 직위와 의례를 가리킵니다. 사전만으로는 무게가 전달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Fellow / Fellowship — 칼리지의 정식 구성원인 교원입니다. 한국어 ‘연구원’이나 ‘펠로’로 옮기면 무게가 빠집니다. 칼리지 운영에 참여하고 식사와 숙소를 비롯한 권리를 갖는,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자리입니다. Fellowship은 그 지위 자체를 뜻합니다.
이 영화의 결말이 무게를 갖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라마누잔은 학위가 없는 상태에서 이 자리에 올랐습니다.
elected — 펠로가 되는 것은 임명이 아니라 선출입니다. “elected to a Fellowship”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기존 펠로들이 투표합니다. 영화의 갈등이 왜 그렇게 격한지 이해하려면 이 단어가 필요합니다.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이 곧 표가 됩니다.
FRS — Fellow of the Royal Society, 왕립학회 회원입니다. 영국 과학계 최고 영예 중 하나로, 이름 뒤에 이니셜로 붙입니다. 칼리지 펠로십과는 별개의 것입니다.
Mathematical Tripos — 케임브리지 수학 학위 과정과 그 시험입니다. ④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Tripos는 케임브리지에서 학위 과정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옛날 구술시험 때 응시자가 앉던 세 발 의자에서 온 말입니다.
Wrangler — 수학 트라이포스에서 최우등을 받은 학생을 부르는 케임브리지 고유의 명칭입니다. 1등은 Senior Wrangler라고 하며, 한때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업 성취로 여겨졌습니다. 하디도 이 체계 안에서 성장한 사람입니다. 수학을 다루는 영화라면 배경으로 알아둘 만합니다.
High Table — 칼리지 식당 한쪽 단 위에 놓인 교원용 식탁입니다. 학생들이 앉는 자리보다 물리적으로 높습니다. 이 배치 자체가 칼리지의 위계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배척 장면들이 벌어지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Formal Hall — 정식 만찬입니다. 가운을 입고 정해진 시각에 모여 격식대로 진행합니다. 지금도 이어집니다.
Latin grace — 그 만찬에서 낭독하는 라틴어 식전 기도입니다. 옥스퍼드 ②편에서 입학식의 라틴어 비중을 다뤘는데, 케임브리지의 라틴어는 식탁에서도 나옵니다. 참고로 1987년 영화 『모리스』는 킹스 칼리지 다이닝홀에서 이 라틴어 식전 기도 장면을 실제로 촬영했습니다.
Senior Tutor — 칼리지의 학사 운영을 총괄하는 고위 교원입니다. 옥스퍼드 편에서 다룬 tutor와 급이 다릅니다. 이 영화의 촬영 허가에 대해 언급한 사람도 트리니티의 시니어 튜터였습니다.
Nevile’s Court — 트리니티의 또 다른 안뜰로, 렌 도서관이 면해 있습니다. ①편에서 다룬 court입니다. 영화에서는 이곳이 전쟁 부상병을 위한 야전병원으로 꾸며졌습니다.
영화와 현실은 어떻게 다른가
촬영은 진짜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화면과 실제가 일치합니다.
제작진에게 트리니티 출입이 허가됐습니다. 그레이트 코트에서 촬영이 이뤄졌고, 네빌스 코트는 야전병원으로 바뀌었습니다. 트리니티 측은 라마누잔의 업적과 그 이야기가 갖는 중요성을 인정해 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촬영 기간 칼리지에 활기가 돌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트리니티는 이 영화가 전 세계 관객에게 가닿아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영화가 다루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바로 그 사람 부분이 문제입니다.
갈등이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의 중심은 직관과 엄밀성의 대립입니다. 라마누잔은 여신의 계시처럼 결과를 받아 적고, 하디는 증명을 요구하며 그를 몰아붙입니다. 극 중에서는 버트런드 러셀이 하디에게 라마누잔의 기를 꺾고 있다고 비판하기까지 합니다.
여러 비평이 이 구도 자체를 의심합니다. 실제 문제는 라마누잔의 정신을 꺾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빈 곳을 메우고 창의적 도약에 구조를 부여하는 것에 가까웠다는 지적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수학에 접근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영화가 그리는 만큼의 인격적 대립이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몇 가지 세부도 지적됩니다. 어머니가 며느리의 편지를 가로챘다는 설정, 마드라스의 상관이 제국주의적 편견을 드러낸다는 설정이 그렇습니다. 실제로 프랜시스 스프링 경은 라마누잔을 도운 후원자였습니다. 사인으로 그려진 결핵도 현재는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라마누잔이 ‘신비한 천재’로 축소됩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비판입니다. 영화 속 라마누잔은 꿈과 기도를 통해 정리를 받아 적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유도 과정 없이, 체계적 분석 없이.
이 묘사는 두 가지를 지웁니다.
하나는 그가 틀리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 소수에 관한 그의 작업에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천재란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라 날카롭게 독창적인 것이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에 들어가는 연구자는 신호를 잘못 읽고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는 지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가 왜 그런 방식으로 일했는가입니다. 인도에서 어떤 대학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영어 시험을 계속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방식은 신비가 아니라 조건의 결과였습니다.
한 비평은 이 영화에서 라마누잔이 동양적 소품으로 전락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인물 전체가 국적이라는 축 하나로 납작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 작품이 시리즈에서 갖는 자리
앞의 두 편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불의 전차』는 캠브리지를 다른 곳으로 바꿨습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캠브리지 안에서 칼리지를 바꿨습니다. 『무한대를 본 남자』는 장소를 바꾸지 않은 대신 사람을 바꿨습니다.
건물의 오류는 알아채기 쉽고 고치기도 쉽습니다. 인물의 오류는 그렇지 않습니다. 라마누잔을 계시받는 천재로 기억한 관객에게, 영어 시험 때문에 대학에 못 들어간 청년의 이야기는 영원히 도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이 영화가 캠브리지에 대해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누가 이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가를 둘러싼 다툼입니다.
라마누잔은 학위가 없었습니다. 인도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왕립학회 회원이 되고 트리니티의 펠로로 선출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대가 있었고, 그 반대는 표로 행사됐습니다.
앞선 시리즈에서 반복해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옥스브리지를 다룬 작품들이 계속 되돌아오는 주제는 결국 경계선이라는 것. 누가 안에 있고 누가 밖에 있는가. 『불의 전차』의 아마추어리즘 논쟁도, 이 작품의 펠로십 투표도 같은 질문의 다른 판본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밖에 있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입니다.
시리즈 목차 ① 불의 전차 — 캠브리지는 이 영화를 거절했습니다 ②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호킹은 이 칼리지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③ 무한대를 본 남자 (이 글) ④ 어휘편 — 옥스퍼드 말, 케임브리지 말
출처
- Trinity College Cambridge, “The Man Who Knew Infinity” (칼리지 공식 게시물)
- Varsity, “Film: The Man Who Knew Infinity” (2016)
- Mathenchant, “The Man Who Knew Infinity: what the film will teach you (and what it won’t)”
- Goodreads 독자 서평 및 Robert Kanigel 원작 관련 자료
- Medium, “The Men Who Know Nothing” (2016)
자료 구분 트리니티에서 촬영이 허가된 최초의 장편이라는 점, 그레이트 코트와 네빌스 코트에서의 촬영, 시니어 튜터의 발언은 트리니티 칼리지 공식 게시물에 근거합니다. 라마누잔이 학위 없이 왕립학회 회원과 트리니티 펠로가 됐다는 점도 같습니다. 하디와 라마누잔의 대립 구도가 과장됐다는 지적, 편지 가로채기와 마드라스 상관 묘사에 대한 지적, 사인에 관한 이견, 소수 관련 작업의 오류, 인도에서 영어 시험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점은 비평과 독자 서평에 근거하며 개인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어 추가 확인의 여지가 있습니다.
어휘 해설(Fellow와 Fellowship, elected, FRS, Wrangler와 Senior Wrangler, High Table, Formal Hall, Latin grace, Senior Tutor)은 영화 대사에서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일반 배경지식입니다. 『모리스』의 킹스 칼리지 라틴어 식전 기도 촬영은 로케이션 자료에 근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