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UCL 소속 의사 한 명이 한 달간 칼로리의 80%를 초가공식품으로 채웠습니다.
실험 전후로 뇌 MRI를 찍었고, 체성분을 측정했고, 공복 혈액을 뽑았습니다. 본인이 피험자였습니다.
책을 팔기 위한 연출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연구의 첫 번째 환자였고,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이었다고 말입니다.
이 편에서 다루는 영어 ultra-processed food (UPF) · additive · self-experiment · clinical trial · biomarker · baseline · body composition · satiety · palatable · correlation and causation · peer review · public health
누가 썼는가
크리스 판 툴레켄(Chris van Tulleken). 옥스퍼드에서 의학 학위를 받고 UCL에서 분자바이러스학 박사를 마쳤습니다. 현재 UCL 부교수이자 감염내과 의사이며, BBC에서 어린이 프로그램과 성인 프로그램을 진행해 BAFTA를 두 차례 받았습니다.
감염내과 의사가 왜 식품을 연구하는지가 첫 번째 질문입니다.
그의 연구 주제는 기업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며, 특히 아동 영양이 그 초점입니다. 이 분야에서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와 함께 일합니다. 감염병과 식품이 별개로 보이지만, 그의 관점에서는 둘 다 ‘인구 집단의 건강을 좌우하는 외부 요인’이라는 하나의 문제입니다.
실험
2021년 5월 27일 BBC One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가 출발점이었습니다. UCL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실험 설계는 이렇습니다.
감독자 — UCL 의학부 레이철 배터럼(Rachel Batterham) 교수. UCL 비만연구센터장이자 NIHR UCLH 생의학연구센터의 비만 부문 책임자입니다.
설계 — 4주간 식단의 80%를 초가공식품으로 전환합니다. 실험 시작과 종료 시점에 최신 뇌 MRI 촬영을 했습니다. 배터럼 교수는 체중과 체성분을 측정하고, 식사 조절 관련 호르몬과 염증 지표를 보기 위해 공복 혈액을 채취했으며, 식욕도 측정했습니다.
왜 이런 실험을 했는가 — UCL 발표문의 설명이 명확합니다. 초가공식품이 어린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임상 연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배경 수치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지난 40년간 초가공식품은 영국 식단에 깊이 자리 잡아 현재 섭취 칼로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어린이는 식단의 64%, 청소년은 67%입니다. 전 세계에서 아동 비만율이 50년 사이 열 배로 늘었고, 영국에서는 초등학교를 마치는 시점에 21%가 비만 상태입니다. 프랑스와 캐나다는 초가공식품 섭취를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과 — 실험 종료 시점에 체중, 뇌 영상, 식사 조절 관련 호르몬 지표 모두에서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책과 다큐멘터리에 나옵니다.
여기서 짚고 갈 영어 — 연구와 공중보건의 어휘
이 편의 단어들은 과학 논문과 뉴스 양쪽에서 쓰이는 말들입니다. 의학·생명과학 계열 지원자에게는 개인진술서에서 실제로 쓰게 될 어휘입니다.
ultra-processed food (UPF) — 초가공식품. 이 책이 영어권에서 이 용어를 대중화시켰습니다. 저자의 간단한 정의는 이렇습니다. 플라스틱에 포장돼 있고, 집 부엌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재료가 하나 이상 들어 있으면 초가공식품입니다.
additive — 첨가물. 규제와 표시 제도를 다루는 문맥에서 계속 나옵니다.
self-experiment — 자가 실험. 연구자 본인이 피험자가 되는 것입니다. 의학사에 사례가 많지만 지금은 윤리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clinical trial — 임상시험. self-experiment와 구분해야 합니다. 자가 실험은 사례 하나이고, 임상시험은 통제된 설계로 여러 피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 구분이 이 책을 읽는 핵심입니다.
biomarker — 생체 지표. 혈액이나 영상으로 측정하는 몸 상태의 신호입니다.
baseline — 기준선. 실험 시작 시점에 재는 값입니다. “기본 공복 혈액검사(Baseline fasted blood tests)”가 UCL 발표문에 그대로 나옵니다. 비교 대상이 없으면 변화를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연구가 여기서 시작합니다.
body composition — 체성분. 체중과 다릅니다. 몸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봅니다.
satiety / satiation — 포만감. satiation은 식사를 멈추게 하는 것, satiety는 다음 식사까지 배고픔을 미루는 것으로 구분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palatable — 맛이 좋은, 입에 맞는. 식품과학에서 hyper-palatable(과도하게 맛있게 설계된)이라는 표현으로 자주 확장됩니다. 비유적으로 “받아들일 만한”이라는 뜻으로도 씁니다.
correlation and causation — 상관과 인과. 이 책의 가장 큰 쟁점입니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늘면 비만이 는다는 상관 자료는 많지만, 초가공식품이 비만을 일으킨다는 인과를 입증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영어권 학술 글쓰기에서 **”correlation does not imply causation”**은 거의 상투구처럼 쓰입니다.
peer review — 동료 심사. 학술지 게재 전 같은 분야 연구자들이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public health — 공중보건. 개인의 건강이 아니라 인구 집단 단위의 건강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이 책이 좋은 교재인 이유
한 권 안에 상반된 평가가 공존합니다.
한쪽에서는 이 자가 실험을 강력한 서술 장치이자 설득력 있는 근거로 봅니다. 다른 쪽에서는 사례 하나를 연구인 것처럼 제시한 일화적 근거라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그런 서평이 나와 있습니다.
두 평가 모두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자가 실험은 통제군이 없습니다. 피험자가 결과를 알고 있으니 기대 효과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례 하나로 인과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 방법론의 기본입니다.
동시에 저자 본인이 이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그가 밝혔듯 이 실험은 책을 위한 연출이 아니라 그가 지금 이끄는 임상시험의 첫 사례였습니다. 자가 실험은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었던 셈입니다.
A레벨과 IB에서 과학을 하는 학생에게 이보다 좋은 연습 재료가 드뭅니다. 근거의 강도를 등급으로 나누는 훈련, 상관과 인과를 구분하는 훈련, 저자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훈련이 한 권 안에서 다 됩니다.
책에는 식단표가 없습니다. 저자 스스로 이 책에 다이어트 계획은 없다고 밝힙니다. 의지력이나 개인의 책임, 운동에서 해답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입장입니다.
지금 UCL에서 이 길을 가려면
이 책과 직접 이어지는 학부 과정은 생명의과학, 생화학, 인구건강과학, 의학입니다.
②편 「영국 대학별 입결 통계」에서 다뤘듯 UCL은 학과별 편차가 극단적입니다. 슬레이드 미술대학 오퍼율 6.4%와 그리스·라틴학 88.0%가 같은 대학에 있습니다.
표준 오퍼는 A레벨 세 과목 기준 A*A*A에서 ABB 범위이고, 과정에 따라 다릅니다. 네 과목 이상을 이수했다면 상위 세 과목만 봅니다. UCAS 타리프 점수는 쓰지 않습니다.
IB 환산은 UCL이 공개해두었습니다. A*A*A는 40점에 HL 세 과목 합 20점, AAA는 38점에 HL 18점입니다.
다만 이 책이 보여주는 경로는 학부 전공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저자는 옥스퍼드 의학, UCL 분자바이러스학 박사, 감염내과 전문의를 거쳐 식품과 기업 규제를 연구합니다. 어느 학부 과정 소개서에도 이 조합은 나오지 않습니다.
①편의 퍼트리샤 윌트셔가 식물학에서 법의생태학으로 간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학부는 도구를 얻는 곳이고, 그 도구를 어디에 쓸지는 나중에 정해집니다.
영어 공부에 어떻게 쓰나
이 책은 원서 난이도가 ①편의 『꽃은 알고 있다』보다 높습니다. 사건 서술이 아니라 논증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개인진술서와 면접에 직접 쓰이는 어휘가 훨씬 많습니다.
읽는 방법
전체를 다 읽지 않아도 됩니다. 자가 실험을 다룬 부분과 초가공식품의 정의를 다룬 부분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정의를 다루는 장이 앞에 나오는데, 나머지 논의의 기반이라 그 장을 건너뛰면 뒤가 안 읽힙니다.
개인진술서로 옮길 때
줄거리를 요약하지 마십시오. 이 책에서 가져올 것은 내용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이런 식입니다. 자가 실험 대목을 읽고 근거로서의 강도가 궁금해졌다, 통제군 없는 사례 하나로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지 알아보려 했다, 그래서 저자가 인용한 원 논문을 찾아 읽었다.
한 권을 읽었다는 사실보다, 그 책이 만든 질문을 어디까지 따라갔는지가 평가 대상입니다.
의학이나 생명과학 면접에서 이 주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초가공식품이 나쁘다”는 결론이 아니라, 어떤 근거가 어디까지 말해주는지를 구분해서 설명하는 능력입니다. 앞선 옥스퍼드 시리즈에서 정리한 대로, 양쪽을 균형 있게 늘어놓기만 하는 답변은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합니다. 입장을 정하고, 그 입장의 근거와 한계를 함께 말하는 쪽이 요구됩니다.
함께 읽기 [영국 대학별 입결 통계 ②] UCL: 오퍼율 6%와 88%가 같은 대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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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UCL, “UCL academic follows ultra-processed food diet for BBC documentary” (2021년 5월 27일). https://www.ucl.ac.uk/news/2021/may/ucl-academic-follows-ultra-processed-food-diet-bbc-documentary
- Penguin Random House 및 출판사 저자 소개
- NPR, “An ultra-processed diet made this doctor sick. Now he’s studying why” (2023)
- Eric Topol, Ground Truths 인터뷰 (저자 발언)
- Chris van Tulleken, Ultra-Processed People, Cornerstone/Penguin, 2023 (ISBN 9781529160222)
자료 구분
실험 설계, 감독자, 측정 항목, 영국 내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과 아동 비만 통계는 UCL 공식 발표문에 근거합니다. 저자 이력은 출판사 저자 소개와 UCL 발표문 기준입니다. 자가 실험이 임상시험의 첫 사례였다는 서술은 저자 본인의 인터뷰 발언입니다. 이 책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공개된 독자 서평에 근거하며, 특정 서평자의 견해입니다. 실험 결과의 구체적 수치는 자료마다 출처의 신뢰도가 달라 이 글에서는 변화가 관찰됐다는 사실만 적었습니다. 어휘 해설 중 satiety와 satiation의 구분, correlation and causation에 관한 설명은 일반 배경지식입니다. UCL 입학 요건은 공식 안내 기준이며 연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어판 서지 정보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식단을 권하거나 말리기 위한 것이 아니며, 영양이나 건강에 관한 조언이 아닙니다. 식이와 건강 문제는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