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해외 의대 120개로 확대… 6년 전엔 57개를 한꺼번에 잘라낸 나라
영국 「의사수련(우선순위) 법 2026」과 정반대 방향, 그러나 두 제도는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 본 기사는 3부작 시리즈의 1편입니다. 2편에서는 새로 인정된 영국 의대 2곳의 A레벨 입학 요건과 국제학생 정원 구조를, 3편에서는 한국 보건복지부 인정 제도와의 비교를 다룹니다.
싱가포르가 해외 의과대학 인정 목록을 다시 늘렸다. 영국이 자국 졸업생 우선 배정을 법으로 못 박은 바로 그해에, 싱가포르는 영국 의대 두 곳을 새로 목록에 올렸다.
싱가포르 보건부(MOH)와 싱가포르의사협의회(SMC)는 지난 1월 27일 해외 의대 8곳을 추가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2026년 2월 1일 시행으로 인정 해외 의대는 112개에서 120개가 됐다. 2025년 1월 103개에서 112개로 늘린 데 이어 2년 연속 확대다.
추가된 8곳은 애들레이드대 보건대학(호주), 마니팔고등교육원 카스투르바의대(인도), 골웨이대 의대(아일랜드), 말레이시아과학대(USM) 의과학부, 아가칸대 의과대학(파키스탄), 칭화대 의학원(중국), 세인트조지런던대 보건의과학부(영국), 엑서터대 보건생명과학부(영국)다. 영국 소재 인정 의대는 이로써 26개가 됐다.
MOH는 고령화에 따른 의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 싱가포르가 목록을 늘리는 이유: 자국 정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싱가포르 등록 의사는 2024년 말 기준 1만 7,582명이다. 2014년 말 1만 1,733명에서 10년 만에 약 50% 늘었다. 의사 1인당 인구는 같은 기간 466명에서 343명으로 줄었다.
자국 의대는 싱가포르국립대(NUS) 용루린의대, 듀크-NUS의대, 난양이공대(NTU) 리콩치안의대 세 곳뿐이다. 세 학교 합산 정원은 2010년 약 320명, 2014년 약 440명, 2019년 510명을 거쳐 2025년 555명까지 늘었다. 코로나19로 해외 의대 학업이 중단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0명씩을 추가로 받았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수련받은 의사 비중은 약 40% 선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36.4%에서 2014년 41.4%로 올랐고, 2016년 42.8%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해 안정화됐다.
주목할 대목은 이 40%의 구성이다. 해외 수련 의사 7,150명 중 절반 이상이 싱가포르 국적자이고 31% 이상이 영주권자다. 전체 등록 의사로 보면 78%가 싱가포르 국적, 15%가 영주권자, 7%가 외국인이다. 즉 싱가포르의 인정 확대는 외국인 의사를 데려오려는 정책이라기보다 해외에서 공부한 자국민을 돌아오게 하려는 정책에 가깝다.
MOH도 자국 의사를 근간으로 하되 소수의 해외 수련 의사로 보완한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목록 등재가 해당 학교 졸업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평판이 좋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의대 출신이라면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한편 이번에 추가된 8곳 중 6곳은 QS 세계대학순위(의학 분야)가 상승했거나 같은 구간을 유지했지만, 파키스탄 아가칸대 의과대학과 인도 마니팔 카스투르바의대는 2024년 201~250위 구간에서 2025년 251~300위 구간으로 떨어졌다. MOH는 국제 순위 외에 해당 대학 출신 의사의 실제 근무 실적과 교육 언어의 적합성도 함께 본다고 답했다. 순위만으로 등재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2. 영국은 문을 좁힌 해, 싱가포르는 영국 의대를 늘렸다
시점이 공교롭다. 영국에서는 「의사수련(우선순위) 법 2026」(Medical Training (Prioritisation) Act 2026)이 올해 3월 5일 국왕재가를 받아 발효됐다. 1월 13일 하원 발의 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된 정부 법안이다.
이 법은 NHS 파운데이션 프로그램과 전문의 수련 배정에서 ▲영국 의대 졸업생(단, 훈련 기간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영국 밖에서 보낸 경우 제외) ▲아일랜드 의대 졸업생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스위스 졸업생을 우선 배정하도록 규정한다. 파운데이션은 파운데이션스쿨 배정 단계에서, 전문의 수련은 2026년 오퍼 단계에서 우선순위가 적용되며 2027년부터는 서류심사 단계까지 확대된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NHS 잉글랜드 집계에 따르면 2026년 라운드에서 우선순위 대상자가 채운 자리 비율은 약 98%로, 2025년 약 72%에서 크게 올랐다.
영국 의사협회(BMA)는 국제 의대 졸업생이 지원 자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 집단에 자리가 먼저 배정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영국 국적자라도 해외 의대를 졸업했다면 파운데이션 우선순위에서 제외된다.
이 구도만 보면 “영국이 막으니 싱가포르로”라는 결론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실제 경로를 따라가면 한 단계가 더 있다.
함정: 싱가포르 등록에도 ‘수련 1년차 수료’가 필요하다
SMC 조건부 등록(conditional registration) 요건에는 ▲하우스맨십 또는 PGY1(수련 1년차) 과정을 만족스럽게 마쳤다는 경력증명서 ▲SMC 승인 의료기관의 채용 제안 ▲학위 취득국이 자국 졸업생에게 국가면허시험을 요구하는 경우 그 시험 합격이 포함된다. 미국은 USMLE, 캐나다는 MCCQE가 이에 해당한다.
영국 의대 졸업생에게 이 ‘PGY1 수료’에 해당하는 것이 파운데이션 1년차(FY1)다. 그런데 그 FY1 자리가 지금 영국법에 의해 후순위로 밀린 자리다. 영국 의대를 졸업한 한국 학생이 “싱가포르가 인정하니 괜찮다”고 판단하면, 정작 싱가포르 등록에 필요한 경력증명 단계에서 막힐 수 있다. (경로 구조에 대한 본지 분석)
다만 완전히 막힌 길은 아니다. SMC는 의대 졸업생이 싱가포르에서 PGY1 수련의로 근무하며 경력증명서를 취득할 수 있는 잠정등록(provisional registration) 경로를 별도로 두고 있다. 영국에서 FY1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싱가포르에서 PGY1을 시작하는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인정 목록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 수련 1년차 자리를 확보하느냐”**로 옮겨간다. 두 나라의 제도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위 그 자체가 아니라 수련 단계의 자리 배분이 진로를 결정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3. 목록은 늘기만 하지 않는다: 2020년, 57개 대학이 한꺼번에 잘렸다
이번 확대만 보고 판단하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불과 6년 전 정반대 조치를 했다.
2019년 4월 18일 SMC와 MOH는 인정 해외 의대를 160개에서 103개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2020년 1월 1일 시행, 57개 대학이 한 번에 삭제됐다. 당시 MOH는 자국 의대 정원이 2018년 약 500명까지 늘었고 2023년부터 그 효과가 온전히 나타나므로 해외 수련 의사 채용 수요가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삭감 폭은 국가별로 컸다. 캐나다는 14개에서 7개로 절반이 됐고, 중국은 8개에서 4개, 미국은 38개에서 30개, 일본은 8개에서 3개, 인도는 9개에서 2개로 줄었다. 이스라엘·이탈리아·노르웨이·파키스탄·스리랑카는 인정 의대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탈리아 전면 삭제는 IMAT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과 학부모가 특히 새겨야 할 대목이다. 2025년과 2026년 두 차례 추가 등재에서도 이탈리아 의대는 복귀하지 않았다. 2025년 추가된 9곳은 호주·아일랜드·영국 소재였고, 2026년 추가된 8곳에도 이탈리아는 없다.
반대로 파키스탄은 2020년 인정 의대가 하나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2026년 아가칸대 의과대학으로 복귀했다. 목록은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한 가지 완화 장치는 있었다. 2019년 당시 MOH는 이미 합격했거나 재학 중인 싱가포르 국민·영주권자는 영향을 받지 않으며, 졸업 시 SMC 승인 의료기관의 채용 제안이 있고 요건을 충족하면 등록 심사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구제에도 ‘채용 제안’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대상은 자국민과 영주권자였다.
SMC가 직접 명시한 리스크
SMC는 목록이 주기적으로 검토되어 대학이 추가되거나 삭제될 수 있으며, 등록 신청 시점에 해당 의대가 목록에 없으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안내문에 명시하고 있다. 입학 시점의 인정이 졸업 시점의 인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을 규제기관이 직접 문서화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SMC 안내문은 ▲등재 시점에 존재했던 캠퍼스만 인정하며 본교를 벗어난 신설 캠퍼스는 같은 나라든 다른 나라든, 같은 학위를 수여하든 아니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등재 시점의 해당 프로그램만 인정되며 이후 교육과정에 중대한 변경이 생기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의사수련(우선순위) 법 2026」이 ‘어디서 훈련받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듯, 싱가포르도 ‘어느 캠퍼스에서 이수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유학 상담에서 흔히 쓰이는 “○○대 학위”라는 표현만으로는 어느 쪽도 판단할 수 없다.
남은 확인 과제
- 2026년 추가 등재 이후 SMC 제2부속서 원문상의 학교 표기와 실제 대학 조직 변경(합병·명칭 변경) 간 정합성
- 영국 「의사수련(우선순위) 법 2026」 시행 이후 영국 의대 국제학생 지원 추이 변화
▶ 2편 예고: 이번에 인정된 영국 의대 2곳은 한국 학생이 A레벨로 지원할 수 있는 학교다. 그러나 영국 의대 국제학생 정원은 학교별 약 7.5%로 묶여 있다. 실제 요건과 경쟁 구조를 따진다.
참고자료
- The Straits Times, “Number of doctors in Singapore grew about 50 per cent over 10 years, with 6 in 10 trained here”, 2026.2.22(2026.2.23 수정)
- Ministry of Health Singapore, “Eight More Overseas Medical Schools Recognised”, 2026.1.27, https://www.moh.gov.sg/newsroom/eight-more-overseas-medical-schools-recognised/
- Ministry of Health Singapore, “Nine More Overseas Medical Schools Recognised”, https://www.moh.gov.sg/newsroom/nine-more-overseas-medical-schools-recognised/
- Ministry of Health Singapore, “Revision to List of Overseas Medical Schools for Registration to Practise in Singapore”, 2019.4.18, https://www.moh.gov.sg/newsroom/revision-to-list-of-overseas-medical-schools-for-registration-to-practise-in-singapore/
- Singapore Medical Council, “Important Notes on the List of Registrable Basic Medical Qualifications”, 2025.9.22 시행, https://file.go.gov.sg/important-notes-on-the-list-of-registrable-basic-med-qual-22-sep-2025.pdf
- Singapore Medical Council, “Conditional registration”, https://www.smc.gov.sg/for-professionals/apply-for-registration/conditional-registration/
- Singapore Medical Council, “Apply for registration”, https://www.smc.gov.sg/for-professionals/apply-for-registration/
- Singapore Medical Council(ask.gov.sg), 인정 목록 변경 및 트위닝 프로그램 관련 안내, https://ask.gov.sg/smc/questions/cm9886hwr00flmx0ipdrybk6x
- The Star(Malaysia), “USM Medical School among eight newly recognised by Singapore”, 2026.1.27, https://www.thestar.com.my/news/nation/2026/01/27/usm-medical-school-among-eight-newly-recognised-by-singapore
- legislation.gov.uk, “Medical Training (Prioritisation) Act 2026”,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2026/7
- House of Commons Library, “The Medical Training (Prioritisation) Bill 2024-2026″(CBP 10473), https://commonslibrary.parliament.uk/research-briefings/cbp-10473/
- NHS England, “Medical Training (Prioritisation) Bill – information for applicants to medical training”, https://www.england.nhs.uk/long-read/medical-training-prioritisation-bill-information-for-applicants-to-medical-training/
- British Medical Association, “What we know about the law on UK graduate prioritisation”, https://www.bma.org.uk/advice-and-support/career-progression/training/what-the-new-law-means-for-uk-graduate-prioriti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