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트레 필트로는 이탈리아어 과정 전용… 영어 과정은 IMAT 그대로, 9월 30일 시행 “시험이 사라졌다”는 오해가 만드는 유학 계획의 함정
2025년 봄, 이탈리아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시험을 폐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안나 마리아 베르니니 대학연구부 장관은 “정원 제한이라는 금기가 깨졌다”고 선언했고, 이 문장은 국내 유학 커뮤니티에도 “이탈리아 의대, 시험 없이 입학 가능”이라는 형태로 옮겨 다녔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이 문장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첫째, 시험은 폐지된 것이 아니라 입학 이후로 옮겨졌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그 제도 자체가 한국 학생이 지원하는 과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폐지”가 아니라 “뒤로 미룬 것”
새 제도의 공식 명칭은 ‘개방 학기(semestre aperto)’이지만, 현지에서는 ‘필터 학기(semestre filtro)’로 더 많이 불린다. 이름 자체가 성격을 말해준다.
지원자는 고교 졸업장만 있으면 의학·치의학·수의학 과정 1학기에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다. 그러나 등록이 곧 입학은 아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생물학, 화학 및 생화학 기초, 물리학 세 과목을 수강하고 전국 단위 시험을 치른다. 이 결과로 전국 순위표가 만들어지고, 그 순위에 따라 2학기 진입 여부와 배정 대학이 결정된다. 2학기로 넘어가려면 세 과목 18학점(CFU)을 모두 취득해야 한다.
즉 선발 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선발 시점이 입학 전에서 입학 후 3~4개월로 이동했다. 탈락자는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아 다른 생명과학 계열 학과로 전과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완충 장치다.
첫 시행 1년, 실제로 벌어진 일
개혁 발표 당시 이탈리아 대학총장협의회(CRUI)와 의사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신입생은 연간 1만 5천 명 수준인데 문을 열면 지원자가 폭증해 감당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첫 시행 결과는 그 예측과 달랐다. 2025-2026학년도 의학·외과 과정 등록자는 5만 4천여 명으로, 전년도 전통 입학시험 실제 응시자 규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 입시기관들의 집계다. 문을 연다고 지원자가 무한정 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법적 다툼도 정리 국면에 들어갔다. 라치오 지방행정법원(TAR Lazio)은 학생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심리하면서 새 제도가 전반적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생물·화학 문항 내용에도 무효 사유가 될 만한 오류나 모호함은 없다고 봤다. 옛 시험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사실상 닫혔다.
다만 첫해 운영에는 문제가 있었다. 학기라고 하기에는 강의가 두 달 남짓에 몰려 있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었다. 대학연구부는 2026년 시행분에서 강의 기간을 늘리고, 출제 범위를 고교 교육과정에 맞춰 축소했으며, 1차 시험을 12월 10일(전년 11월 20일), 2차를 1월 11일로 각각 늦췄다. 순위표 방식도 바뀌어 세 과목 중 한두 과목만 통과해도 순위표에는 오를 수 있게 됐지만, 전 과목 통과자가 항상 상위 구간에 배치된다.
한국 학생에게 적용되는 것은 여전히 IMAT
여기까지가 이탈리아 국내 뉴스다. 한국 학생이 알아야 할 핵심은 그다음이다.
이 개혁은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과정에만 적용된다. 영어로 진행되는 의학·치의학 과정의 선발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종전과 동일하게 국제의학입학시험(IMAT)을 치러야 하고, 이 시험을 거치지 않고 1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
IMAT은 100분 동안 5지선다 60문항을 푸는 지필시험이다. 문항 구성은 생물 23문항, 화학 15문항, 물리·수학 13문항, 논리·문제해결 5문항, 독해·일반상식 4문항으로, 과학 과목이 60문항 중 38문항을 차지한다. 응시자는 매년 1만 2천 명 안팎이다.
일정은 이미 돌아가고 있다. 대학연구부는 7월 3일 공고를 통해 IMAT 2026 시행일을 9월 30일로 확정했다. 응시 등록은 유니버시탈리(universitaly.it) 포털을 통해 이뤄지며, 좌석 배정과 최종 시행 요강을 담은 공식 공고(bando)는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비EU 국적자인 한국 학생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대학별 사전등록(pre-enrolment)이다. 이 절차는 IMAT 응시 등록과 별개이며 마감이 더 이르다. 일부 대학은 7월 20일로 사전등록을 마감했고(서류 보완은 7월 24일까지), 카타니아대는 처리 가능한 최대 인원인 560명에 도달해 접수를 조기 종료했다. 올해 지원을 준비 중이라면 지망 대학의 사전등록 상태를 즉시 확인해야 한다.
영어 과정 자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피렌체대는 2026-2027학년도부터 EU·비EU 통합 50석 규모의 영어 의학 과정을 신설했고, 파도바대는 공학 융합형 ‘MedTech’ 과정(EU 65석·비EU 15석)을 추진 중이다. 다만 파도바 과정은 교육부 승인 대기 상태로, 선발 방식이 IMAT 체계에 포함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편 이탈리아어 과정 개혁 이후 자국 학생들이 영어 과정으로 눈을 돌리면서 IMAT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현지 입시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입시 준비기관 측의 전망일 뿐 통계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며, 실제 응시자 구성 변화는 올해 시행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정작 확인해야 할 것은 ‘한국 의사면허’
입학 방식보다 더 결정적인 변수가 있다. 이탈리아 의대를 졸업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자동으로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외국 의대 졸업자가 의사면허를 취득하려면 ①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학교를 졸업하고 ②해당 국가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③예비시험 1차(필기)와 2차(실기)에 합격해야 ④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인정 심사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수행한다.
문제는 인정 학교의 범위다. 본지가 국시원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학교 현황'(2026년 6월 2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의사 직종 인정 학교는 41개국 202곳이었다. 미국 34곳, 영국 24곳, 독일 19곳, 필리핀 18곳, 일본 16곳 순이다. 2023년 국회 공개 자료의 38개국 159곳과 비교하면 3년 사이 40여 곳이 늘었고, 영국은 14곳에서 24곳으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탈리아는 3곳이다. 후마니타스대(Humanitas University), 브레시아대(Università degli Studi di Brescia), 파비아대 의과대학(University of Pavia School of Medicine)이다. 2023년 1곳에서 늘긴 했지만, 이탈리아 공립대학이 운영하는 영어 의학 과정만 13곳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일부에 불과하다.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다. 같은 자료에서 이탈리아 소재 인정 학교를 직종 구분 없이 세면 4곳이 되는데, 나머지 한 곳인 피사대(University of Pisa)는 치과의사 직종 인정이다. 간호사 직종으로 인정된 이탈리아 학교도 별도로 2곳 있다. “이탈리아 인정 의대 4곳”이라는 식의 표현은 직종을 뭉갠 것으로, 의사 면허를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는 잘못된 정보다.
IMAT 경로와 인정 목록은 겹치지 않는다
인정된 3곳을 입학 경로별로 나눠 보면 문제가 더 분명해진다.
후마니타스대는 사립대로, IMAT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체 시험인 HUMAT으로 선발하며 SAT 등 다른 표준화 시험은 대체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의학 과정과 폴리테크니코 디 밀라노와 공동 운영하는 MEDTEC 과정 지원자가 같은 시험을 치르되 과정별로 섹션 가중치를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다. 시험은 매년 2월과 3월 두 차례 실시되며, 고교 3학년(이탈리아 기준 4학년)도 응시할 수 있고 두 성적 중 높은 쪽이 순위에 반영된다. 즉 9월 IMAT과는 준비 시기도 내용도 다른 별개의 트랙이다.
파비아대는 공립 IMAT 영어 과정이다. 한국 학생이 IMAT을 통해 진학할 수 있는 대학 가운데 인정 목록에 올라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학교다.
브레시아대는 공립이지만, 영어 의학 과정 운영 여부가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어 과정이라면 앞서 설명한 세메스트레 필트로 대상이 되며, 이 경우 이탈리아어 능력이 전제 조건이 된다. 본지는 대학 측에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정리하면, IMAT을 준비해 이탈리아 공립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현재 인정 목록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학교는 파비아대 한 곳이다. “이탈리아 의대는 등록금이 싸고 영어로 배울 수 있다”는 홍보 문구와 한국 의사면허 경로 사이에는 이만큼의 간극이 있다.
물론 인정 목록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국시원은 인정 현황이 심사 신청 시 작성된 국가·교명을 바탕으로 생성된 데이터여서 실제와 다를 수 있고, 인정 심사 기간 중에는 학교가 추가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목록에 없는 학교도 졸업 시점에 개별적으로 인정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심사 결과를 사전에 보장받을 수는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지망 대학이 인정 목록에 포함돼 있는지, 어느 직종 기준인지는 국시원(1544-4244)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유학원의 안내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위험이 큰 항목이다.
이탈리아 내부의 논쟁: 문은 열렸는데, 그다음은
개혁을 둘러싼 이탈리아 내부의 쟁점은 입학이 아니라 졸업 이후다.
이탈리아 최대 의사노조 아나오-아소메드(Anaao-Assomed)의 피에리노 디 실베리오 사무총장은 2025년 유락티브 인터뷰에서 이 개혁을 “포퓰리즘적이고 선동적인 조치”로 규정하며, 정원을 7년간 3만 명 늘려도 전문의 수련 정원이 따라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 내 국가보건서비스(SSN) 수요 대비 6만 명 규모의 의사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수련 병목(imbuto formativo)’은 이탈리아 의료계의 오랜 문제였다. 다만 현재 수치만 보면 상황은 개혁 발표 당시보다 나아져 있다. 2025년 전문의 수련 선발(SSM)에서는 1만 5천88석 모집에 1만 5천889명이 지원해 거의 1대 1에 근접했다. 노조가 경고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라, 증원된 학생들이 졸업하기 시작하는 2030년대 초반 이후의 상황이다.
이 지점은 유학을 검토하는 한국 학생에게도 무관하지 않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전문의 수련까지 마치는 경로를 염두에 둔다면, 6년 뒤 수련 정원 상황이 지금과 같으리라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원 전 확인 목록
- 내가 지원하는 과정은 영어 과정인가, 이탈리아어 과정인가. 개혁은 후자에만 적용된다.
- IMAT 2026은 9월 30일 시행. 8월 중 공식 공고(bando)에서 대학별 좌석 배정 확인.
- 비EU 사전등록은 IMAT 등록과 별개이며 마감이 더 이르다. 이미 마감된 대학이 있다.
- 한국 인정 이탈리아 의대는 3곳(후마니타스·브레시아·파비아). 이 중 IMAT 경로는 파비아뿐이다.
- “4곳”은 치과의사 인정 1곳이 섞인 숫자다. 직종 구분을 반드시 확인할 것.
- 한국 면허 경로는 졸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지 면허 취득 → 예비시험 1·2차 → 국가시험 순.
- 현지 전문의 수련 정원은 6년 뒤 달라질 수 있다.
참고자료
- Euractiv, “Italy’s medical school reform: a fake open door?”(아나오-아소메드 게재본), 2025.4.2. ※ 원문 URL 미확보
- Alphatest Magazine, “Semestre filtro Medicina 2026: esami, graduatoria e preparazione”, 2026.7. https://magazine.alphatest.it/semestre-filtro-medicina-2026-guida/
- Alphatest Magazine, “Semestre filtro Medicina 2026: possibili modifiche”, 2026.7. https://magazine.alphatest.it/semestre-filtro-medicina-2026/
- Testbusters, “Semestre Filtro Medicina 2026: date, esami e graduatoria”, 2026.7. https://www.testbusters.it/blog/test-medicina/semestre-filtro-medicina-2026
- Studenti.it, “Semestre filtro Medicina 2026/2027: guida completa a iscrizioni, scadenze e graduatorie”, 2026.7. https://www.studenti.it/semestre-filtro-medicina-2026-2027-guida-completa-a-iscrizioni-scadenze-e-graduatorie.html
- WAU University, “Novità Semestre filtro Medicina 2026”, 2026.4.30. https://wauniversity.it/novita-semestre-filtro-medicina/
- Prosanità, “Semestre Filtro Medicina 2026/2027: ecco come funziona”, 2026.6.15. https://prosanita.net/semestre-filtro-medicina-ecco-come-funziona/
- Polimi Test Prep, “IMAT Exam: Complete Guide to Studying Medicine in Italy in English”, 2026.4.14. https://polimitestprep.com/imat-exam-complete-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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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T Buddy, “IMAT 2026: Exam Dates, Syllabus, Registration & Study Guide”, 2026.7. https://www.imatbuddy.com/imat-2026-the-complete-updated-guide-studying-medicine-in-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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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er4Med, “Concorso SSM 2026: data, bando, punteggio e come prepararsi al test”, 2026.5.21. https://peer4med.it/blog/test-ssm/concorso-ssm-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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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국내 보건복지부 인정 외국 의대 전체 명단 공개”, 2023.7.10. https://www.sedaily.com/NewsView/29S2QZPD4Y
- 보건복지부, “외국학교 졸업자의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응시절차”. https://www.mohw.go.kr/menu.es?mid=a10702020300
-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직종별 시험정보 – 의사”. https://www.kuksiwon.or.kr/subcnt/c_2007/6/view.do?seq=7
-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학교 현황”(2026.6.2. 기준), 공공데이터포털. https://www.data.go.kr/data/15126577/fileData.do ※ 본지가 원자료를 직접 분석
- Humanitas University, “Apply – Medicine and Surgery”. https://www.hunimed.eu/course/medicine/apply/
- Humanitas University, “Humanitas University: a world of opportunities for future doctors”. https://www.hunimed.eu/news/humanitas-university-a-world-of-opportunities-for-future-doct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