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동안 담임 3명 교체… 사과·소취하 의사에도 고발 강행
경기도교육감이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를 교육감 명의로 형사고발했다. 교원지위법에 관할청의 고발 권한이 신설된 지 7년, 개정을 거쳐 조항이 정비된 지 3년 만에 광역 교육청이 이 조항을 전면에 내세운 첫 사례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8월 10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 오정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 사안과 관련해 해당 학부모를 부천오정경찰서에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안 교육감은 회견 직후 직접 경찰서를 찾아 고발장을 접수했다. 지난 7월 취임 후 교육감 명의로 학부모를 고발한 첫 사례이며, 안 교육감이 직접 단장을 맡은 교권보호단이 ‘1호 사안’으로 지정해 대응해 온 사건이다.
한 학기에 담임 세 명이 학교를 떠났다
경기도교육청 설명에 따르면 사건은 교사가 학생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학부모는 이 교사를 상대로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까지 벌였다. 민원을 견디지 못한 담임 교사는 휴직했고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진 일이다. 5월에 새로 배정된 기간제 교사가 비슷한 민원에 시달리다 한 달 반 만에 그만뒀고, 7월에 부임한 또 다른 기간제 교사도 학기를 마치지 못하고 퇴직했다. 한 학급에서 한 학기 동안 담임 세 명이 연달아 교단을 떠난 것이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해당 학부모의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했으나, 최초 피해 교사는 오히려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당한 상태다.
사과 의사를 밝혔는데도 고발한 이유
이번 고발에서 가장 논쟁적인 지점은 학부모가 이미 사과와 소 취하 의사를 밝힌 뒤에 고발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안 교육감은 교사와 학교 측 입장을 고려해 고민 끝에 고발을 결정했다고 설명하면서, 학교를 흔들고 교사를 협박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고발이라고 규정했다.
당사자 간 합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형사절차를 개시한 것은, 이 사안을 개인 간 분쟁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처리해야 할 사안으로 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실제로 피해자가 교체된 세 명이라는 점, 그 가운데 두 명은 이미 학교를 떠나 스스로 대응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이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대 방향의 우려도 존재한다. 형사고발은 수사 개시를 요청하는 행위일 뿐 혐의가 인정된 것이 아니며, 학부모가 제기한 아동학대 고소 사건 역시 별도로 진행 중이다. 두 절차의 결론이 엇갈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고발할 수 있다’는 조항, 그동안 거의 쓰이지 않았다
교원지위법 제20조는 학교장이 피해 교원 보호조치 결과를 관할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보고를 받은 관할청은 해당 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19년 신설돼 2023년 개정을 거쳤다.
핵심은 ‘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라는 점이다. 고발 여부가 전적으로 교육감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그동안 대부분의 사안은 피해 교사가 직접 고소하거나 학교 차원의 조치로 마무리돼 왔다. 이번 고발이 주목받는 이유도 조항 자체가 새로워서가 아니라, 재량으로 남아 있던 권한을 교육감이 처음으로 전면에서 행사했기 때문이다.
교원지위법이 규정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에는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무고, 상해·폭행, 협박, 명예훼손, 업무방해, 손괴 등이 포함된다. 반복적인 민원과 학교 앞 시위가 어느 조항에 해당하는지는 수사기관이 판단할 몫이다.
통계가 보여주는 배경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3년 5,050건으로 급증한 뒤 2024년 4,234건을 기록했다. 2024년 기준 침해 주체는 학생이 3,773건, 보호자 등이 461건이다. 보호자에 의한 침해는 전체의 11% 수준이지만, 반복성과 지속 기간이라는 면에서 학교가 감당하기 가장 어려운 유형으로 지목돼 왔다.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통계는 이 사건의 구조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이다. 서이초 사건 이후 도입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시행된 17개월(2023년 9월~2025년 2월) 동안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는 1,065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약 70%에 대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수사가 완료된 438건 중 417건, 약 95.2%가 불기소 또는 불입건으로 종결됐다. 신고의 절대다수가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원단체가 무고성 신고에 대한 제재 장치를 요구해 온 근거이기도 하다.
다만 이 수치를 해석할 때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불기소율이 높다는 사실이 곧 모든 신고가 악의적이었음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아동학대 신고는 의심 단계에서 이뤄지도록 설계된 제도이며, 신고 위축은 그 자체로 아동 보호 체계의 위험 요인이 된다. 문제는 신고 제도가 아니라 반복적·보복적 신고를 걸러낼 장치가 부재하다는 데 있다는 것이 교육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교권보호전담관 300명, 22일 발대식
경기도교육청은 같은 날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을 최종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변호사·의사·전현직 경찰 등 외부 전문가 160명, 교원 110명, 경기도민 30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아동학대 피신고,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등을 겪는 교원을 사안 발생 초기부터 종결까지 1대1로 전담 지원한다. 8월 13일과 18일 연수를 거쳐 22일 발대식 후 활동을 시작하며, 도교육청은 공모 지원자 가운데 희망자 약 1,400명을 시민교권보호관으로 별도 위촉할 예정이다.
교권보호단은 안 교육감의 취임 2호 결재 사안이다. 7월 13일 서이초 순직 교사 3주기 추모 주간에 운영계획이 결재됐으며, 교권보호119팀과 통합법률지원팀을 축으로 25개 경기교권보호지원센터와 연계하는 구조다. 교권 침해와 아동학대 신고 대응 업무가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어 피해 교사가 복잡한 절차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도교육청은 운영 성과를 토대로 상설 조직인 가칭 교육활동보호국 신설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남은 질문
교권보호단을 두고 현장에서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뒤 교사를 돕는 사후적 조치일 뿐 침해의 원인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안 교육감 역시 교권보호단과 별개로 아동복지법 개정과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교사 면책권 부여가 필요하며 가을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도의 최종 해법이 교육청 단위가 아니라 입법에 있다는 점을 교육감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건의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고발된 학부모의 혐의 인정 여부는 수사와 재판을 거쳐야 하고, 교사를 상대로 제기된 아동학대 사건도 별도로 판단된다. 교육감의 재량적 고발권이 어디까지 행사돼야 하는지, 합의 의사가 있는 사안에까지 공적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기준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이번 ‘1호 사안’이 선례가 될지, 예외로 남을지는 그 기준이 얼마나 명확하게 세워지는가에 달려 있다.
출처
- 서울신문, 「안민석 교육감, 담임교사 3명 괴롭힌 ‘악성 민원 학부모’ 고발」, 2026년 8월 10일. https://www.seoul.co.kr/news/society/education-news/2026/08/10/20260810500128
- 경향신문, 「”교사 협박 용납 없다” 안민석, ‘오정초 악성민원’ 학부모 고발」, 2026년 8월 10일.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101436001
- 오마이뉴스, 「안민석 교육감, ‘교육활동침해’ 학부모 직접 고발」, 2026년 8월 10일.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57933
- MBC뉴스, 「”법 테두리 안 미치게 괴롭히겠다”…안민석, 교권침해 악성 학부모 고발」, 2026년 8월 10일. https://imnews.imbc.com/news/2026/society/article/6843661_36918.html
- 경향신문, 「경기교육청 전국 최초 교권보호전담관 제도 신설…안민석 “교권 보호 체계 바꾸겠다”」, 2026년 7월 13일. https://www.khan.co.kr/article/202607131508001/
- 한국일보, 「’참교육 교권보호국’ 경기도에 생긴다… 안민석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단 출범」, 2026년 7월 13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1314550004621
- 시사IN, 「경기도형 ‘교권보호단’은 교권보호의 새로운 모델이 될까」, 2026년 8월 4일. https://karj.org/54/?bmode=view&idx=172919288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교육활동 침해행위 대응 — 민·형사상 조치」(교원지위법 제20조 제3항·제4항). https://www.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1891&ccfNo=2&cciNo=2&cnpClsNo=3
- 전라남도교육청 교육활동보호센터,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정의」(교원지위법 제19조). https://www.jne.go.kr/thsupport/cm/cntnts/cntntsView.do?mi=1811&cntntsId=637
- 국회도서관, 『Data & Law』,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보호」, 2025년 12월. https://nsp.nanet.go.kr/plan/subject/detail.do?nationalPlanControlNo=PLAN0000058290
- 한국교육신문, 「[국정감사 통계] 지쳐가는 교사, 흔들리는 학교」, 2025년 11월 14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5827
- 인천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부의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 2025년 5월 13일. http://www.ifta.or.kr/home/bbs/board.php?bo_table=news&wr_id=903
- 경기도교육청, 『2026년도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 2026년 3월. https://www.goe.go.kr/resource/goe/na/bbs_2675/2026/03/e75532f7-cc69-48b8-abb7-ea9143081ff9.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