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두 편에서 미국의 대학·음악원 복수학위 트랙과 러시아·프랑스를 잇는 유럽 음악원 트랙을 살펴봤다. 세 번째는 영국이다.
그런데 영국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영국에도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 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 길드홀 등 전통적인 음악원이 있다. 이쪽은 앞선 두 편의 유럽 음악원 경로와 성격이 비슷하다.
옥스퍼드 음악과는 그 계열이 아니다. 연주자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음악을 학문으로 다루는 학과다. 이 차이를 모른 채 지원하면 준비 방향 자체가 어긋난다.

무엇을 요구하는가
3년제 BA 과정이고 UCAS 코드는 W300이다. 원서 마감은 다른 옥스퍼드 과정과 같이 10월 15일이다. 옥스퍼드 안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칼리지는 23곳이다.
성적 요건은 A-Level AAA, IB는 코어 점수를 포함해 38점에 HL 666, 스코틀랜드 어드밴스드 하이어는 AA 또는 AAB다.
과목 요건이 이 과정의 특징이다.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하나는 A-Level 음악을 포함해 세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ABRSM 등의 음악이론 7급 이상을 취득하고, 음악 외 A-Level 세 과목을 AAA로 받는 것이다. 학교에서 음악 A-Level을 개설하지 않는 경우를 위한 경로다.
한국 학생에게는 두 번째 경로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국내 고교에서 A-Level 음악을 이수하기는 어렵지만, 음악이론 급수는 별도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보드 연주 능력도 권장된다.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학과는 입학 전에 건반 숙련도를 길러 오라고 안내하고 있다.
오디션은 5분, 장르는 자유
필기시험은 없다. 대신 모든 지원자가 자신이 선택한 악기 또는 성악으로 최대 5분 길이의 끊김 없는 연주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장르 제한이 없다. 학과가 밝힌 기존 제출 사례에는 서양 고전 기악 소나타뿐 아니라 힌두스탄 고전음악, 무반주 민속음악, 즉흥 재즈, 뮤지컬이 포함된다. 클래식 연주자만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녹화 품질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학과가 명시한 사항이다. 장비나 스튜디오 조건이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진짜 관문은 제출 서류다
5분 영상만 보면 실기 중심으로 보이지만, 요구되는 서면 자료의 무게가 훨씬 크다.
모든 지원자는 세 종류의 글을 제출해야 한다.
첫째, 교사가 첨삭한 에세이 두 편. 각 1500단어 내외다. 학과는 분량이 아니라 사고의 질을 본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주제가 음악일 필요가 없다. 어떤 과목의 에세이도 제출할 수 있으며, EPQ 같은 긴 글에서 발췌한 것을 한 편으로 갈음해도 된다.
둘째, 교사가 첨삭한 화성·대위법 과제. 이론 훈련을 실제로 받았는지를 보는 자료다.
셋째(선택), 자작곡. 장르 제한이 없다.
이 구성이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이 과정이 확인하려는 것은 연주 기량이 아니라 음악에 대해 글로 사고할 수 있는가다. 학과가 밝힌 핵심 기준도 두 가지뿐이다. 전공에 대한 헌신과 열정, 그리고 배우려는 자세다. 특정한 ‘옥스퍼드 유형’은 없으며 다양한 음악적 취향과 경험을 가진 학생을 환영한다는 것이 학과의 설명이다.

또 하나의 경로 — 오르간·합창 장학생
옥스퍼드에는 음악과 지원과 별개로 운영되는 트랙이 있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칼리지 예배당 성가대와 관련된 오르간 장학생(Organ Scholarship)과 합창 장학생(Choral Scholarship) 제도다. 핵심은 이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전공이 음악일 필요가 없다.
일정이 일반 지원과 다르다. 지원자는 UCAS 원서를 내기 전에 먼저 장학생 선발 절차를 거친다.
오르간 장학생은 9월 1일 정오까지 온라인 지원서를 제출한다. 이후 9월 중 음악 심사 라운드(Musical Assessment Round)에 참여하고, 선발되면 자신을 1지망으로 택한 칼리지로 UCAS 원서를 내라는 안내를 받는다. 그다음 12월에 해당 전공 지원자들과 함께 정규 학업 평가를 받는다.
즉 음악 심사를 통과해도 학업 심사는 별도로 통과해야 한다. 실제로 2024년부터 오르간 장학생 지원자는 해당 전공의 지원자 집단과 나란히 학업 평가를 받으며, 사전 입학시험이 있는 전공은 그 시험도 치른다.
오르간 지원 시 제출하는 추천서에는 학업에 관한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 지원 예정 전공에 대한 정보도 포함할 수 없다. 음악 심사와 학업 심사를 분리하기 위한 장치다.
합창 장학생은 16개 칼리지가 중앙 제도를 통해 선발한다. 9월 5일까지 지원서를 내며, 최대 10개 칼리지를 선호 순위대로 적을 수 있고 최소 3개 이상을 적을 것이 권장된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UCAS 원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양쪽에 합창 장학생 지원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칼리지별 조건은 제각각이다. 밸리올은 의학과 생의학을 제외한 모든 전공에서 오르간 장학생을 받고, 트리니티는 법학·공학·의학을 제외한다. 반대로 코퍼스크리스티는 음악 전공 자체를 오르간 장학생에게만 열어두고 있다. 브레이즈노즈는 합창 장학생의 음악 전공 지원을 받지 않는다.
지원 전에 해당 칼리지의 개별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 경로를 나란히 놓으면
| 미국 (하버드–NEC) | 유럽 (모스크바·파리) | 영국 (옥스퍼드) | |
|---|---|---|---|
| 성격 | 학위 병행 | 연주자 양성 | 학문으로서의 음악 |
| 실기 비중 | 오디션 필수, 매년 승급 심사 | 중심 | 영상 5분, 필기시험 없음 |
| 서면 요구 | 하버드 원서 기준 | 낮음 | 에세이 2편 + 화성·대위법 |
| 진입 시점 | 고교 졸업 시 | 예비학교 단계(10대 초반) | 고교 졸업 시 |
| 전공 유연성 | 하버드 전공 자유 선택 | 낮음 | 오르간·합창 장학생은 타 전공 가능 |
세 경로 중 한국의 일반 고교 과정에서 접근하기 가장 덜 불리한 것은 옥스퍼드 쪽이다. 조기 유학이 전제되지 않고, 음악 A-Level이 없어도 이론 급수로 대체할 수 있으며, 제출 에세이의 주제가 음악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은 연주자가 되는 길이 아니다. 이 구분을 흐린 채 “옥스퍼드에서 음악을 한다”고 말하면, 학생과 학부모가 서로 다른 것을 상상하게 된다.

시리즈 목차 ① 롱티보 우승 김세현은 하버드 영문학도다 — 매년 5~6명 뽑는 하버드–NEC 복수학위 ② 쇼팽 콩쿠르 3라운드 이혁·이효, 왜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옮겼나 ③ 옥스퍼드 음악과는 음악원이 아니다 (이 글)
출처 University of Oxford, “Music” 학부 과정 안내(ox.ac.uk/admissions/undergraduate) University of Oxford Faculty of Music, “Undergraduate study”(music.ox.ac.uk/undergraduate) University of Oxford Faculty of Music, “Choral and organ awards” 및 “Choral and Organ Scholarships Open Day” University of Oxford, “Choral and organ scholarships” 입학 안내 Balliol College, Trinity College, Somerville College 오르간·합창 장학생 안내 UCAS 과정 정보(W300)
자료 구분 성적·과목 요건, 연주 영상 제출 규정, 서면 자료 요구 사항, 오르간·합창 장학생 지원 일정과 절차, 칼리지별 전공 제한은 모두 옥스퍼드대 및 소속 칼리지 공식 안내에 근거한다. 세 경로 비교표와 한국 고교 과정에서의 접근성에 대한 평가는 본지 편집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