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iots of Fire," which starred Ian Charleson (center), was release to great acclaim in 1981. Moviestore/Shutterstock)
앞서 네 편에 걸쳐 옥스퍼드가 나오는 작품들을 짚었습니다. 이번에는 캠브리지입니다.
다만 출발점이 다릅니다. 옥스퍼드 시리즈는 지저스칼리지가 공개한 영상에서 현직 튜터와 재학생이 직접 검증한 내용을 따라갔습니다. 캠브리지에는 그런 영상이 없습니다. 대신 다른 것이 있습니다. 칼리지가 자기 공식 웹사이트에 “그 장면은 여기서 찍은 게 아니다”라고 적어둔 경우입니다.
첫 편은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입니다. 1981년 작이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캠브리지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유명하고, 동시에 가장 많이 어긋난 작품입니다.
이 편에서 다루는 영국 영어 court · quad와의 차이 · Caius(발음) · Great Court Run · Matriculation Dinner · strike / chime · don · Blue · Varsity Match · come up / go down · read (a subject)
어떤 장면인가
1919년, 유대인 학생 해럴드 아브라함스가 캠브리지에 입학합니다. 그는 곤빌 앤드 케이우스 칼리지(Gonville & Caius) 소속입니다.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은 여기서 나옵니다. 아브라함스가 트리니티 칼리지의 그레이트 코트를 한 바퀴 돕니다. 칼리지 시계가 정오를 치는 동안 안뜰을 완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는 성공하고, 지켜보던 학생들이 환호합니다.
이후 그는 전문 코치를 고용하고, 대학 측 인사들은 그것이 아마추어 정신에 어긋난다며 못마땅해합니다.
여기서 짚고 갈 영국 영어 — 캠브리지의 말
옥스퍼드 편에서 다룬 단어들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같은 옥스브리지인데 부르는 이름이 다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서류를 읽다가 엉뚱한 곳을 헤매게 됩니다.
court — 칼리지 안뜰입니다. 옥스퍼드에서는 같은 공간을 quad(quadrangle)라고 부릅니다. 캠브리지는 court, 옥스퍼드는 quad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나 다름없는 Great Court가 바로 트리니티 칼리지의 가장 큰 안뜰입니다. 캠브리지 관련 글에서 court가 나오면 법정도 코트장도 아니고 마당입니다.
Caius — 아브라함스가 소속된 칼리지 이름입니다. 정식 명칭은 Gonville & Caius College인데, 철자와 발음이 완전히 따로 놉니다. ‘케이우스’가 아니라 ‘키즈’로 읽습니다. 옥스퍼드 ④편에서 Balliol을 ‘베일리얼’로 읽는다고 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함정입니다. 옥스브리지 칼리지 이름은 철자를 믿으면 안 됩니다.
Great Court Run — 트리니티 칼리지 그레이트 코트를 시계가 정오를 치는 동안 한 바퀴 도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칼리지 대시(College Dash)’라는 이름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쓰는 이름은 Great Court Run입니다.
Matriculation Dinner — 트리니티에서는 이 달리기를 입학 만찬 날 정오에 시도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matriculation은 옥스퍼드 ②편에서 다룬 그 단어입니다. 대학에 정식으로 등록되는 의식이죠. 캠브리지에도 같은 절차가 있고, 여기에 만찬이 붙습니다.
strike / chime — 시계와 관련해 두 단어를 구분해서 씁니다. strike는 시각을 알리려고 종을 치는 것이고, chime은 그 울림 자체 또는 15분 단위로 울리는 소리를 가리킵니다. “the clock strikes twelve”가 기본형입니다. 이 구분은 뒤에서 중요해집니다.
don — 옥스브리지 교원을 부르는 구어입니다. 스페인어 존칭 don에서 왔습니다. 공식 문서에는 fellow나 tutor를 쓰지만, 신문 기사나 회고록에서는 don이 훨씬 자주 나옵니다. “Oxbridge dons”는 “옥스브리지 교수진”으로 읽으면 됩니다. 이 영화에는 학장급 인물들이 아브라함스를 불러 훈계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Blue — 옥스퍼드나 캠브리지를 대표해 상대 학교와의 대항전에 출전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자격입니다. 한국식으로 옮기면 ‘교표’나 ‘대표 선수’에 가깝지만 그보다 훨씬 무게가 있습니다. 색깔에서 온 말로, 캠브리지는 연한 파랑(light blue), 옥스퍼드는 진한 파랑(dark blue)입니다. 육상 영화인 만큼 배경 지식으로 알아둘 만합니다.
Varsity Match —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의 정기 대항전입니다. varsity는 university가 줄어든 말입니다. 미국 영어에서는 ‘학교 대표팀’ 정도의 일반명사로 쓰이지만, 영국에서 the Varsity Match라고 하면 거의 옥스브리지 대항전을 뜻합니다. 캠브리지 학생신문 이름도 Varsity입니다.
come up / go down — 옥스브리지 특유의 표현입니다. 입학해서 학교에 오는 것을 come up, 학기가 끝나거나 학업을 마치고 떠나는 것을 go down이라고 합니다. 지리적으로 위아래가 아니라 대학을 기준점으로 삼는 어법입니다. “He came up in 1919″는 1919년에 입학했다는 뜻입니다. 이 시기를 다룬 전기나 회고록을 읽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표현입니다.
참고로 징계로 일정 기간 학교에서 내보내는 것은 rustication이라고 합니다.
read (a subject) — 전공하다. “He read Law at Cambridge”는 캠브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는 뜻입니다. study보다 격식 있고 영국식입니다. 영국 대학 관련 인물 소개에서 아주 자주 보입니다.
영화와 현실은 어떻게 다른가
그 장면은 캠브리지에서 찍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사실입니다. 그레이트 코트 런 장면은 트리니티에서 촬영되지 않았습니다. 캠브리지에서 찍지도 않았습니다.
트리니티 칼리지 공식 웹사이트가 직접 밝히고 있습니다. 이 달리기가 영화의 중심 장면이지만 실제 촬영지는 트리니티가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촬영지는 **이튼 칼리지(Eton College)**였습니다. 버크셔에 있는 사립 중등학교로, 캠브리지에서 11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습니다. 케이우스와 트리니티를 배경으로 한 장면 전부를 이튼이 대신했습니다.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캠브리지대학이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대학과 그 구성원들이 좋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그래서 규모도 어긋납니다. 트리니티 그레이트 코트는 한 바퀴가 약 340미터입니다. 반면 촬영이 이뤄진 이튼의 스쿨 야드는 네 변을 합쳐 약 220미터에 그칩니다. 화면에서 보이는 거리와 실제 거리가 다릅니다.
시계가 12번 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시계가 12번 치는 동안 달립니다. 하지만 트리니티 시계는 매시간 두 번씩 칩니다. 정오에는 24번을 칩니다. 오래된 전통에서 온 방식입니다.
그래서 실제 제한 시간은 약 43초입니다. 태엽이 감긴 정도에 따라 44초 반까지 늘어나기도 합니다. 영화가 만들어낸 12번짜리 긴장감보다 현실이 조금 더 여유 있는 셈인데, 그래도 340미터를 43초에 도는 것이니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한 시간 안에 완주한 사람은 극소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브라함스는 이 달리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영화의 절정에 해당하는 장면인데, 사실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스는 1919년부터 1923년까지 캠브리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 달리기를 시도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더 나아가, 이 전통 자체가 그가 재학하던 시기에는 아직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뢰할 만한 목격자를 두고 성공한 최초의 인물은 1927년의 데이비드 세실, 곧 버글리 경(Lord Burghley)으로 전해집니다.
영화에서 아브라함스와 함께 달리는 앤드루 린지 경은 이 버글리 경을 모델로 한 인물입니다. 버글리는 실제로 캠브리지에 다녔지만 아브라함스와 같은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서로 다른 시기의 두 사람과, 두 사람 모두와 무관한 하나의 전통을 한 장면에 합쳐놓았습니다.
또 영화는 이것을 수백 년 된 전통처럼 그리지만 20세기에 생긴 것입니다.
인물의 소속 대학도 바뀌었습니다
영화에서 아브라함스의 친구로 나오는 오브리 몬터규는 캠브리지 학생으로 그려집니다. 실제로는 옥스퍼드였습니다. 영화 후반의 시간 설정에도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몬터규가 아브라함스의 장례 시점에 살아 있는 것처럼 처리되지만 그는 그보다 한참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중 나머지 한 명인 에릭 리델은 캠브리지 사람이 아닙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 소속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캠브리지 두 학생의 이야기”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반만 맞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이 작품에서 캠브리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분위기뿐입니다. 건물도 다른 곳이고, 달리기도 실제로 없었고, 인물의 소속도 바뀌었습니다.
다만 영화가 정확하게 짚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추어리즘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전문 코치를 고용한 학생을 두고 대학 인사들이 못마땅해하는 구도는 1920년대 영국 스포츠계의 실제 논쟁이었습니다. 신사가 취미로 하는 것이 스포츠이지 훈련해서 이기려 드는 것은 품격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건물과 달리기는 틀렸지만, 누가 이 세계에 속하고 누가 속하지 않는지를 가르는 태도는 이 영화가 정확하게 포착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야말로 이 시리즈가 계속 반복해서 만나게 될 주제입니다.
시리즈 목차 ① 불의 전차 (이 글) ②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호킹은 이 칼리지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③ 무한대를 본 남자 — 트리니티가 처음으로 문을 열어준 영화 ④ 어휘편 — 옥스퍼드 말, 케임브리지 말
앞선 시리즈 [영화 속 옥스퍼드] ① 솔트번 ② 마이 옥스퍼드 이어 ③ 마이 폴트: 런던 ④ 맥스턴 홀
출처
- Trinity College Cambridge, “Great Court Run” (칼리지 공식 안내). https://www.trin.cam.ac.uk/about/great-court-run/
- Wikipedia, “Trinity Great Court”
- Almost Ginger, “Chariots of Fire Film Locations”
- Moviemistakes, “Chariots of Fire (1981) corrections”
자료 구분 촬영지가 이튼 칼리지였다는 점, 그레이트 코트 런이 입학 만찬 날 시도되는 전통이라는 점, 트리니티 시계가 정오에 24번 치며 제한 시간이 약 43초라는 점은 트리니티 칼리지 공식 안내와 위키백과에 근거합니다. 캠브리지대학이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로케이션 자료에 따른 것입니다. 아브라함스의 재학 기간, 그가 달리기를 시도한 기록이 없다는 점, 1927년 버글리 경이 최초 성공자로 전해진다는 점, 몬터규의 실제 소속과 시점 오류는 영화 오류 정리 자료에 근거하며, 이 항목들은 이용자 편집 자료가 포함되어 있어 추가 확인의 여지가 있습니다.
어휘 해설(court와 quad의 구분, Caius 발음, don, Blue, Varsity Match, come up/go down, read, rustication, strike와 chime의 차이)은 영화 대사에서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일반 배경지식입니다. 이 점이 옥스퍼드 시리즈와 다릅니다. 옥스퍼드 편의 어휘는 대부분 영상에 실제로 등장한 표현이었지만, 이 시리즈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어휘를 따로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주의 칼리지별로 전통의 세부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