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속 30마리에서 시작… 2013년 세계 최대 도그쇼 첫 출전·입상, “1위”는 사실과 달라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막을 올리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문화유산 보존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가 반세기 넘게 공들인 또 하나의 ‘한국 유산’인 진돗개의 해외 진출사도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60년대 말 진도를 찾아 멸종 직전이던 진돗개 30마리를 들여왔다.

이후 10여 년의 교배 끝에 순종 한 쌍을 얻었고, 300마리 규모로 늘리며 순종률을 8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975년에는 진돗개 애호협회를 세워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해외 견종 등록을 위한 작업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추진했다. 진도군이 개체를 제공하고 삼성 계열 에버랜드가 영국 진출과 장기적인 등록 전략을 담당했다. 영국 켄넬클럽(The Kennel Club)은 현지에서 2~3세대에 걸쳐 번식시키며 형질이 안정적으로 유전되는지 검증했다. 삼성 측에 따르면 진돗개는 2005년 켄넬클럽에 등록됐다. 다만 켄넬클럽의 공식 분류는 ‘Korean Jindo (Imp)’, 즉 수입품종 등록부 소속이다.
크러프츠는 ‘개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그쇼다.

1873년 설립돼 영국 왕실의 후원을 받는 견종 단체 켄넬클럽이 주최하며, 매년 3월 영국 버밍엄 국립전시센터(NEC)에서 나흘간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출전한 명견들이 견종별 심사를 거쳐 그룹 우승을 다투고, 마지막 날 단 한 마리의 최우수견(Best in Show)을 가린다. 2013년 대회에는 40여 개국의 개들이 출전했고 관람객은 약 14만 명에 달했다.
진돗개가 오른 무대가 바로 이 크러프츠였다. 삼성은 1993년부터 대회를 후원해 왔고, 진돗개는 2013년 처음으로 수입품종 부문에 출전했다. ‘체스니(Chesney)’라는 이름의 진돗개가 첫 출전에서 입상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영국 도그쇼 1위가 진돗개”라는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확인된 기록은 수입품종 부문 ‘입상’으로, 최우수견 수상과는 다르다. 출전 규모도 크지 않아 2023년 크러프츠 수입품종 부문 전체 출전견 232마리 가운데 진돗개는 9마리였다. 켄넬클럽 역시 진돗개를 전문성을 갖춘 견주가 필요한 견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실상 사라질 뻔한 토종견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견종 단체 등록부에 이름을 올리고 국제 무대에 선 것은, 토종견 보존 노력이 해외 견종 등록으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