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생은 맨체스터 한 곳으로만 간다… 6년 학비 £30만, 맨체스터 직행보다 1년 더 길고 £3만9천 더 비싸
한국에서 영국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세인트앤드루스는 익숙한 이름이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고, 의학 분야 순위도 높다. “세인트앤드루스 의대 합격”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완결된 성취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학교 의대 과정(UCAS 코드 A100)의 정식 명칭은 ‘Medicine BSc (Hons)’다. 의학사(MBChB)가 아니라 이학사다. 수학 기간도 대학 공식 페이지에 “3년 전일제, 그리고 파트너 의대에서의 3년 수련”으로 표기돼 있다. 2026년 9월 입학자의 세인트앤드루스 과정 종료일은 2029년 6월이다.
한국 학생에게는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파트너 의대 6곳 중 갈 수 있는 곳이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1967년에 학위 수여권을 잃었다
먼저 이 구조가 왜 생겼는지부터 봐야 한다.
세인트앤드루스는 1696년부터 의학 학위를 수여해온 스코틀랜드 최고(最古)의 의대다. 다만 임상 교육은 인근 던디의 병원들에서 이뤄지는 연합 체제로 운영돼왔다. 1966년 제정된 대학법(스코틀랜드)이 1967년 8월 발효되면서 던디가 독립 대학이 됐고, 임상 의대가 통째로 던디에 남았다. 세인트앤드루스에는 임상 의대도 교육병원도 남지 않았다. 같은 법은 세인트앤드루스의 MB ChB 학위 수여권도 함께 박탈했다.
A100이 의학사가 아닌 이학사로 끝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이 변칙적인 과정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60년 된 법적 결과다.
이후 세인트앤드루스는 3년간 기초의학을 가르쳐 BSc(Hons) 의학 학위를 주고, 임상 3년은 파트너 의대로 보내는 3+3 구조로 의학교육을 유지해왔다. 최종 의사 학위인 MBChB 또는 MBBS는 파트너 학교가 수여한다. 국제학생에게만 적용되는 예외가 아니라 A100 전체의 경로다.
파트너 의대는 6곳이다. 스코틀랜드의 애버딘·던디·에든버러·글래스고, 잉글랜드의 맨체스터·퀸메리(바츠). 영국 학생은 UCAS 지원 단계에서 스코틀랜드 루트와 잉글랜드 루트 중 하나를 고르고, 2학년 1학기 성적과 희망 지역을 반영해 배정된다. 애버딘·던디·글래스고는 3학년으로, 6년제인 에든버러는 4학년으로 편입한다.
국제학생은 선택지가 없다
세인트앤드루스 공식 안내는 이렇게 명시한다. 학비 구분상 ‘해외(overseas)’에 해당하는 지원자는 맨체스터 의대로 진학하며, 다른 파트너 의대에는 국제학생 자리가 없다. 영국 의과대학협의회(Medical Schools Council) 코스 정보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안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세인트앤드루스 의과대학은 A100 입학자를 학비 구분별로, 그리고 잉글랜드 루트와 스코틀랜드 루트로 나눠 공개하고 있다.
A100 해외 학비 구분 입학자의 루트별 분포
| 입학연도 | 잉글랜드 루트 입학자 | 스코틀랜드 루트 입학자 |
|---|---|---|
| 2021/22 | 24 | — |
| 2022/23 | 20 | — |
| 2023/24 | 21 | — |
| 2024/25 | 31 | — |
| 2025/26 | 33 | — |
다섯 해 연속으로 스코틀랜드 루트 입학자가 한 명도 없다. 합격 제안과 수락 건수도 모두 공란이다.
같은 기간 영국 학생은 두 루트에 나뉘어 배정됐다. 2024/25년의 경우 잉글랜드 루트 45명, 스코틀랜드 루트 102명이었다.
스코틀랜드 4개 파트너 의대가 국제학생 자리를 두지 않는 이유를 대학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스코틀랜드의 임상실습 자리 부족은 별도로 확인된 사실이다. 영국의사협회 스코틀랜드지부가 3월 발표한 보고서 〈수용 한계를 넘어서(Beyond Capacity)〉에서 스코틀랜드 의대생 549명을 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예정된 임상실습에서 되돌아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임상실습 자원은 NHS 스코틀랜드 재원과 연동돼 통제된다.
새 MBChB가 생겼지만 국제학생은 지원할 수 없다
2025년 9월, 세인트앤드루스는 자체 5년제 MBChB 과정을 개설했다. UCAS 코드 A10C, 과정명 ScotCOM이다. 지역사회 기반 임상교육에 중점을 둔 과정으로, 졸업생은 기본의학학위(PMQ)에 해당하는 MBChB를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받는다. 1967년에 잃었던 학위 수여권을 되찾은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Home 또는 RUK(영국 내 타 지역) 학비 구분 지원자에게만 열려 있다. 해외 구분 지원자는 지원 자격이 없다. 대학 안내는 해외 지원자에게 대신 Medicine BSc(A100) 과정을 고려하라고 안내한다. A100과 A10C는 같은 지원 주기에 동시 지원할 수도 없다.
첫해 입학 통계를 보면 변화가 뚜렷하다. 2025/26년 A10C에는 Home 24명, RUK 31명이 입학했다. 같은 해 A100 입학자는 Home이 85명에서 51명으로, RUK가 64명에서 47명으로 줄었다. 영국 학생 상당수가 6년 분할 과정에서 5년 단일 과정으로 옮겨간 것이다.
반면 A100 해외 학비 구분 입학자는 31명에서 33명으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세인트앤드루스에는 두 개의 학부 의대 과정이 있고, 5년 만에 자교 MBChB를 주는 쪽에는 국제학생이 지원할 수 없으며, 국제학생이 갈 수 있는 쪽은 3년 뒤 맨체스터로 이동해야 하는 6년 과정이다.
학비 총액은 £30만을 넘는다
이 구조는 비용 계산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맨체스터 의대는 임상 과정(3~5학년) 학비를 3학년 진입 시점의 요율로 고정한다. 2026년 임상 과정에 진입하는 국제학생의 2026/27년 학비는 £60,900이며, 매년 인상될 수 있다고 공시하고 있다. 전임상(1~2학년) 국제학생 학비는 £39,900이다.
세인트앤드루스 A100의 해외 학비는 연 £39,620이다. 이 금액은 6년 중 앞 3년, 즉 세인트앤드루스 재학 기간에만 적용된다.
두 경로의 비교
| 기간 | 학비 총액 | 최종 학위 | |
|---|---|---|---|
| 맨체스터 직접 지원(A100) | 5년 | £262,500 | MBChB(맨체스터) |
| 세인트앤드루스 경유 | 6년 | £301,560 | BSc(세인트앤드루스) + MBChB(맨체스터) |
같은 맨체스터 MBChB를 받는데 1년이 더 걸리고 £39,060을 더 낸다. 원화로 7천만 원 안팎이다. 여기에 추가 1년치 생활비와, 의사로 일을 시작하는 시점이 1년 늦어지는 기회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학비 비교표에서 “세인트앤드루스 £39,620 —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저렴”으로 표시되는 숫자는 6년 중 앞 3년치일 뿐이다. 총액 기준으로는 오히려 영국 최상위권이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늘고 있는 이유
그렇다면 이 경로를 택할 이유가 없는가.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첫째, 양자택일이 아니다. UCAS는 의대를 4곳까지 지원할 수 있어 맨체스터와 세인트앤드루스를 함께 넣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상황은 “왜 세인트앤드루스를 선택하는가”가 아니라 “세인트앤드루스만 합격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가깝다.
둘째, 영국 의대의 국제학생 정원 자체가 매우 작다. 영국 하원도서관 브리핑에 따르면 의대·치대 정원은 지역별 상한과 대학별 모집 목표치로 관리되며, 국내학생과 국제학생 양쪽에 각각 상한이 적용된다. 학교당 국제학생 정원이 20~35명 수준이라는 집계가 일반적이고, 옥스퍼드는 정부 부과 상한에 따라 A100과 A101을 합쳐 연 최대 14명으로 제한한다고 안내한다.
이 조건에서 세인트앤드루스는 상대적으로 문이 넓은 편이다. 2025/26년 A100 해외 구분 지원자 303명 중 123명이 면접에 초청됐고 105명이 합격 제안을 받았다. 지원 대비 제안 비율이 35%다.
셋째, 선발 방식이 다르다. 세인트앤드루스는 학업 요건을 충족한 지원자를 UCAT 총점순으로 정렬해 상위 500~650명을 면접에 부른 뒤, 합격 여부는 면접 점수로 결정하고 UCAT은 동점자를 가릴 때만 다시 사용한다. UCAT이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면접에 강한 지원자에게는 유리한 구조다.
A100 해외 구분 UCAT 참고치
세인트앤드루스가 공개한 수치는 구 3600점 척도 기준이다. 2025년부터 추상추론(AR) 과목이 폐지되면서 만점이 2700점으로 바뀌었고, 대학도 과거 데이터가 2026년 결과와 비교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래는 비례 환산한 추정치다.
| 입학연도 | 면접 최저(구/환산) | 면접 평균(구/환산) |
|---|---|---|
| 2022/23 | 2560 / 1,920 | 2773 / 2,080 |
| 2023/24 | 2610 / 1,960 | 2867 / 2,150 |
| 2024/25 | 2220 / 1,665 | 2823 / 2,120 |
| 2025/26 | 2660 / 1,995 | 2833 / 2,125 |
2025년 UCAT 응시자 4만 1,354명의 평균은 1,891점, 상위 10% 진입선은 2,220점이었다. 세인트앤드루스 국제학생 합격자 평균은 대략 상위 15~20% 구간에 해당한다.
확인이 필요한 지점
취재 과정에서 국내 안내와 대학 공식 설명이 어긋나는 사례가 확인됐다.
세인트앤드루스 공식 페이지는 맨체스터로 배정된 학생이 다시 임상교육 캠퍼스 네 곳(MFT 옥스퍼드로드, MFT 위슨쇼, LFT 프레스턴, 샐퍼드) 중 한 곳에 배정되며, 이 배정은 무작위이고 세인트앤드루스 2학년 2학기에 이뤄진다고 명시한다. 그런데 국내 한 유학원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영국 의대 세미나 후기에는 실습 병원이 무작위 배정이 아니라 성적에 따라 선택 가능하며 성적이 좋을수록 원하는 병원에서 실습할 기회가 높아진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프레스턴은 맨체스터에서 기차로 40분가량 떨어진 별개 도시다. 어느 캠퍼스에 배정되는지는 3년간의 생활 여건을 좌우한다. 다만 해당 게시물은 졸업생 발언을 요약한 후기 형식이어서 유학원의 공식 안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본지는 해당 유학원에 실습 병원 배정 기준을 어떻게 안내하고 있는지 문의했다.
정리
세인트앤드루스 A100은 정상적인 영국 의대 과정이다. 맨체스터는 매년 세인트앤드루스 3년제 학위 소지자를 3학년으로 받으며 전담 코디네이터와 동료 멘토를 배치한다고 공시하고 있다. 편법이나 우회로가 아니라 오래 정착된 제도다.
문제는 정보 전달이다. 이 경로의 조건은 모두 대학 공식 페이지에 평이한 문장으로 공개돼 있다. 그런데 “세인트앤드루스 의대 합격”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다음 사실들이 드러나지 않는다.
- 6년 중 3년은 잉글랜드 맨체스터에서 보낸다
- 최종 의사 학위는 맨체스터가 수여한다
- 국제학생에게는 스코틀랜드 파트너 의대 선택권이 없다
- 총 학비는 £30만을 넘으며 맨체스터 직접 진학보다 비싸다
- 세인트앤드루스가 자체 수여하는 5년제 MBChB에는 지원할 수 없다
- 맨체스터 임상 캠퍼스 배정은 무작위다
진학을 검토한다면 대학 입학처에 서면으로 확인하기를 권한다. 확인 항목은 국제학생 정원, 맨체스터 임상 캠퍼스 배정 방식, 임상 3년의 학비 요율과 인상률, 그리고 파트너 의대 배정이 확정되는 시점이다.
참고자료
세인트앤드루스 공식 자료
- University of St Andrews, “Medicine A100 BSc (Hons) 2026 entry” (최종 수정 2026.1.29) — https://www.st-andrews.ac.uk/subjects/medicine/medicine-bsc-a100/
- University of St Andrews, “Partner medical schools” (최종 수정 2026.2.9) — https://www.st-andrews.ac.uk/subjects/medicine/medicine-bsc-a100/partner-medical-schools/
- University of St Andrews School of Medicine, “Admissions Data” — https://www.st-andrews.ac.uk/medicine/prospective/admissions-data/
- University of St Andrews, “Medicine MBChB ScotCOM (A10C)” — https://www.st-andrews.ac.uk/subjects/medicine/medicine-mbchb-scotcom/
- University of St Andrews, “Medicine academic entry requirements” (최종 수정 2026.6.16) — https://www.st-andrews.ac.uk/subjects/medicine/entry-requirements/academic-requirements/
맨체스터·협의회 자료
- University of Manchester, “MBChB Medicine (2026 entry)” — https://www.manchester.ac.uk/study/undergraduate/courses/2026/01428/mbchb-medicine/
- University of Manchester, “MBChB direct entry: St Andrews” — https://www.bmh.manchester.ac.uk/study/medicine/st-andrews/
- Medical Schools Council, “MBChB Medicine (A100) — University of St Andrews” — https://www.medschools.ac.uk/courses/mbchb-medicine-a100-10/
제도·통계
- House of Commons Library, “Medical school places in England” — https://commonslibrary.parliament.uk/research-briefings/cbp-7914/
- UCAT Consortium, “Test Statistics 2025” — https://www.ucat.ac.uk/results/test-statistics-2025/
- BMA Scotland, 〈Beyond Capacity: The Impact of Increased Medical Student Intake in Scotland〉 (2026.3.12) — https://www.bma.org.uk/our-campaigns/medical-student-campaigns/medical-school-expansion/medical-school-expansion
- University of Dundee, “The road to independence 1881-1967” — https://www.dundee.ac.uk/stories/road-independence-1881-1967
- University of Oxford, “Medicine — international students” — https://www.ox.ac.uk/admissions/undergraduate/courses/course-listing/medicine
※ 학비·정원·UCAT 기준은 연도별로 변동한다. 2700점 척도 환산치는 본지 추정이며 대학 공식 수치가 아니다. 새 척도 기준 공식 데이터는 2026년 입학 통계 공개 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