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학과 95.4%가 미적분·기하 미지정… 확률과 통계 응시 비율은 상승
수능 수학 출제 범위 축소가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는 이견이 적다. 논쟁이 이어지는 지점은 그 다음이다.
변화는 2028학년도 이전부터 이미 나타나고 있다. 종로학원이 전국 4년제 대학 174곳의 2027학년도 정시 신입생 전형 계획을 분석한 결과,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이공계 학과에서 미적분·기하를 필수 응시 과목으로 지정하지 않은 대학이 166곳으로 전체의 95.4%였다. 이공계 학과 대부분에 미적분·기하를 지정한 대학은 서울대 한 곳뿐이었다. 확률과 통계 응시 비율은 2022학년도 51%에서 2026학년도 56.1%로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8학년도부터 수능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가 사실상 시험 범위에서 배제되면서 이공계 학과들의 수학 성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이 이공계 집중 육성 정책과 부합하는지 정부와 교육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 현장의 반응은 갈렸다
심화수학 제외 결정 당시 대덕연구단지에서는 이공계 공부나 연구를 계속하려면 해당 내용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이 형성됐으나, 그것을 수능 범위에 넣어 공부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가장 큰 우려로는 이공계 대학 신입생의 기초학력 저하가 꼽혔다.
반면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명예연구원은 심화수학이 없어진다고 해서 당장 과학기술계가 침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필요성을 느끼는 학생은 고교 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별도로 학습하면 된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유학 준비생의 상황은 이 논쟁의 축소판
국내 이공계 진학에서는 미적분·기하 없이도 지원 경로가 열려 있다. 그러나 영국 대학이 요구하는 A-Level 수학에서는 해당 내용이 후반부 절반을 그대로 차지하며, 최상위 이공계는 그 위의 Further Mathematics까지 요구한다.
국내 제도가 요구하지 않게 된 범위를 국제 표준 교육과정은 여전히 요구하고 있는 구조다.
다만 이것이 국가 차원의 수학 역량 저하나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이르다. 개편안이 적용되는 첫 수능이 아직 치러지지 않았고, 심화수학은 진로선택 과목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의 수학 성취도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확인되는 것은 선택 부담이 줄어든 만큼 해당 범위를 학습하는 학생의 비율도 함께 줄고 있다는 사실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된다.

현장 관찰 — 본지 상담 사례를 통해 본 변화
이하는 통계 자료가 아니라 본지가 유학 상담 및 취재 과정에서 관찰한 내용이다.
종전 교육과정에서 수학을 이수한 학생들은 영국 진학 후 수학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였다. 현역·재수·삼수를 불문하고 계산 정확도가 높았고, A-Level 수학을 사실상 복습으로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여유가 영어와 타 과목에 시간을 배분할 수 있게 해 전체 성적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그런 사례의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관찰된다. 반면 불리한 출발점을 인지하고 학교 진도와 별도로 P3·P4를 자력으로 따라잡아 최상위 성적을 받는 학생도 계속 나오고 있다. 300시간 이상의 학습 공백을 개인의 계획과 실행으로 메우는 사례들이다.
교육과정 변화가 만들어낸 공백을 학생 개인의 역량이 대신 메우고 있는 구조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시리즈 목차 ① 수능에서 뺀 수학, 영국에서는 A-Level 후반부 절반 ② 한국 고교 출신과 중졸 진입자의 수학 격차, 왜 줄었나 ③ “부담은 줄었지만 역량은” — 국내에서도 제기되는 우려 (이 글)
자료 구분
2027학년도 정시 전형계획 분석 수치와 확률과 통계 응시 비율,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의 발언은 2026년 4월 종로학원 발표 및 이를 보도한 한국경제·뉴스핌·중도일보 기사에 근거했다.
연구 현장의 반응은 2023년 12월 심화수학 제외 결정 당시 대덕연구단지 연구자들을 취재한 헬로디디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이후 상황 변화는 반영되지 않았다.
현장 관찰 부분에 서술한 종전 교육과정 이수 학생의 수학 강세, 최근의 변화, 격차를 자력으로 메운 사례는 본지 상담 및 취재 과정의 관찰이다. 통계 조사에 근거한 수치가 아니며 표본의 대표성이 확보된 자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