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고등학생의 학부 유학을 지원하는 ‘우수고등학생 해외유학 장학금(드림장학금)’에 예술·요리 등 특수 분야 대학을 위한 별도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정작 대상이 되어야 할 학생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8월 말 한 포털 지식 게시판에 고등학생의 질문이 올라왔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며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CSM)이나 런던예술대학교(UAL)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질문자는 “드림장학금을 신청할 성적은 못 된다”고 스스로 적었고, 국내 미대에 진학해 아르바이트로 유학비를 모으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이 학생이 놓친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지원 가능 대학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 기준의 산정 방식이다.

‘400위’만 알려진 기준
드림장학금은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2012년부터 운영해온 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 고교 2·3학년 중 매년 30명 내외를 선발해 해외대학 학부 과정을 지원한다.
이 사업을 다룬 보도와 지방자치단체 안내문에는 지원 가능 대학 요건이 대체로 “세계 대학 순위 400위 이내”로 요약돼 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예술 특화 대학은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예술대학은 종합 순위 산정 방식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 공식 안내의 문구는 다르다. 세계 대학 순위 400위 또는 세계 전공 순위 50위, 미국 대학 순위 50위 이내 대학을 지원 대상으로 하며, QS 또는 THE 순위를 기준으로 하되 요리·예술 등 특수 분야 대학은 관련 협회 등이 발표한 순위를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리버럴아츠 칼리지의 경우 해당 국가 20위 이내라는 별도 기준도 함께 규정돼 있다.
즉 종합 순위는 세 갈래 기준 중 하나일 뿐이며, 예술대학을 위한 예외 조항은 제도 안에 이미 존재한다.
UAL은 전공 순위 세계 2위
UAL은 QS 세계 대학 순위 예술·디자인 분야에서 8년 연속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대학원 과정만 운영하는 왕립예술대학(RCA)이므로, 학부 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으로는 세계 1위다. 전공 순위 50위 요건을 큰 격차로 통과한다.
UAL은 캠버웰, 센트럴 세인트 마틴, 첼시, 런던커뮤니케이션칼리지, 런던패션칼리지, 윔블던 등 여섯 개 칼리지로 구성된 연합 대학이다. 국내에서 흔히 ‘세인트마틴’과 ‘UAL’을 별개 학교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으나, CSM은 UAL을 구성하는 칼리지 중 하나다.

금액 구조는 오히려 유리하다
드림장학금은 학비와 체재비를 합쳐 연간 최대 7만 달러를 지원한다. 체재비는 국가와 도시에 따라 연간 최대 2만 달러까지 정액 지급되며, 항공료는 지원 기간 중 총 1만 달러 이내에서 별도로 지급된다.
이 금액을 두고 그간 제기된 비판이 있다. 미국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국제학생 학비 감면이 거의 없어 연 7만 달러로도 총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합격하고도 진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영국 예술대학은 사정이 다르다. UAL의 2026/27학년도 국제학생 학부 학비는 연 30,890파운드다. 환율에 따라 4만 달러 안팎이며, 여기에 체재비 정액 지원을 더해도 7만 달러 한도 안에 들어온다. 미국 명문대 진학자에게 문제가 되는 자기부담 구간이 이 경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 고교 졸업생은 대개 학부 진학 전에 파운데이션 과정을 거친다. UAL의 파운데이션 디플로마 국제학생 학비는 등록비를 포함해 24,825파운드다. 이 과정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개별 심의 사항이므로 재단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성적 기준은 평균이 아니다
질문자가 지원을 포기한 이유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드림장학금의 성적 요건은 내신 전 과목 평균으로 자르는 방식이 아니다.
국어·영어·수학·과학·한국사·사회·전문교과Ⅱ 과목 중 석차 기준 등급 이내이거나 성취도 A인 과목들의 이수단위 합계를 본다. 고교 3학년은 24단위, 2학년은 12단위 이상이면 요건을 충족한다. 특정 과목에서 확실한 성적을 확보하면 도달 가능한 구조다.
기준 등급 자체도 고정돼 있지 않다. 정부24에 등재된 안내에는 석차 2등급 이내로 돼 있으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게시한 2026년 선발 안내에는 3등급 이내로 표기돼 있다. 연도별 시행계획에 따라 달라지므로 해당 연도 공고 원문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술 지망생에게 유리한 유예 조항
드림장학금은 유학준비생으로 선발되면 고교 2학년 월 50만 원, 3학년 월 70만 원의 학업장려비를 졸업 시까지 지급한다. 해외대학에 최종 합격하면 유학생으로 전환된다.
주목할 것은 진학 유예 기간이다. 고교 졸업 후 차차년도 2월 말일까지 진학 유예가 인정되며, 군 입대 기간은 추가로 인정된다. 2027년 2월 졸업자라면 2029년 2월 말까지 입학이 확정되면 유학생 전환이 가능하다.
이 조항은 예술 계열 지망생에게 특히 의미가 있다. 포트폴리오 준비와 어학 성적 확보, 파운데이션 과정 이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는 문제는 포트폴리오 비용
제도가 열려 있다고 해서 진입 장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드림장학금은 합격 이후부터 지원된다. 합격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비용은 전적으로 학생 부담이다.
국내 미술유학 포트폴리오 전문학원 비용은 저소득층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장학금 요건은 충족할 수 있으나 그 앞 단계에서 이탈하는 구조인 셈이다. 제도 설계의 사각지대다.
현실적인 우회로는 있다. 유학 포트폴리오 전문학원이 제공하는 것은 결국 기본기 훈련과 제작 실습의 결합이다. 드로잉·관찰·채색 등 기본기는 일반 미술학원에서 확보할 수 있고, 패션 계열의 경우 패턴과 봉제는 양장·복장 학원에서 훨씬 낮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다. 직업훈련 과정으로 등록된 기관은 국비 지원 대상인 경우도 있다.
UAL을 비롯한 영국 예술대학이 포트폴리오에서 평가하는 것은 완성작의 수준보다 사고의 전개 과정이다. 스케치북, 실패한 시도, 방향을 바꾼 이유가 모두 평가 자료가 된다. 학원이 제시한 틀을 따라간 결과물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지점이다.
어학 요건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UAL 파운데이션 과정은 통상 IELTS 5.0~5.5, 학부는 그보다 높은 점수를 요구한다. 어학 성적은 장학금 심사에서 유학 준비의 실체를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이기도 하다.

정보 격차가 자격 격차로
드림장학금은 지원 자격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한정된다. 소득이 높은 가정은 신청할 수 없다. 학부 유학 전액을 지원하는 국내 제도가 사실상 이것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 학생에게만 열려 있는 통로다.
문제는 그 통로의 존재와 요건이 대상 학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술대학은 안 된다는 오해, 내신 평균으로 자른다는 오해가 신청 이전 단계에서 지원자를 걸러낸다. 앞서 인용한 질문자처럼, 요건을 확인하기도 전에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제도가 아니라 정보가 문턱이 되고 있다.
출처
한국장학재단, 「우수고등학생 해외유학 장학금(드림장학금)」 지원내용 안내 https://www.kosaf.go.kr/ko/scholar.do?pg=scholarship05_13_01
정부24, 「우수고등학생 해외유학 장학금(드림장학금)」 서비스 안내 https://www.gov.kr/portal/service/serviceInfo/B55252900010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Undergraduate tuition fees / Further Education tuition fees https://www.arts.ac.uk/study-at-ual/fees-and-funding/tuition-fees/undergraduate-tuition-fees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UAL leads the world in undergraduate creative education for the 8th year running” (2026. 3. 25.) https://www.arts.ac.uk/about-ual/press-office/stories/qs-world-rankings-2026
자료 구분
지원 대상 대학 기준, 성적 요건, 지원 금액, 진학 유예 기간은 한국장학재단 공식 안내와 정부24 등재 내용에 근거한다. UAL의 학비와 QS 예술·디자인 분야 순위는 UAL 공식 자료에 근거한다. 인용된 질문은 공개 게시판에 게재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작성자 식별 정보는 포함하지 않았다.
포트폴리오 준비 방식과 평가 기준에 관한 서술, 정보 격차에 관한 판단은 본지의 편집 분석이다.
주의
성적 기준 등급은 연도별 시행계획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24 등재 안내에는 석차 2등급 이내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2026년 선발 안내에는 3등급 이내로 표기돼 있어 자료 간 차이가 있다. 신청 전 해당 연도 시행계획 원문을 확인해야 한다.
파운데이션 과정의 지원 대상 포함 여부, 특수 분야 대학의 순위 인정 범위는 개별 심의 사항이므로 한국장학재단에 직접 문의해 확인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