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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편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 2014)』입니다. 에디 레드메인이 스티븐 호킹을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①편의 『불의 전차』가 캠브리지에서 촬영을 거절당한 영화였다면, 이 작품은 허락은 받았는데 다른 칼리지에서 찍은 영화입니다. 화면에 나오는 건물은 진짜 캠브리지입니다. 다만 호킹이 다닌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앞선 시리즈에 없던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반박했다는 점입니다. 원작 회고록을 쓴 제인 호킹 본인이 공개 석상에서 영화가 사실을 왜곡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편에서 다루는 영국 영어 Trinity Hall ≠ Trinity College · May Ball · May Week · the Backs · punting · Cavendish Laboratory · supervisor · read for a degree · cox / coxswain · undergraduate와 postgraduate
어떤 장면인가
1963년 캠브리지. 물리학 박사과정생 스티븐 호킹이 파티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제인 와일드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메이 볼에 함께 가고, 불꽃놀이를 봅니다.
호킹은 칼리지 안뜰에서 크게 넘어지고, 병원에서 운동신경질환 진단을 받습니다. 두 해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결혼하고, 그는 연구를 이어갑니다.
캐번디시 연구소 장면도 나옵니다. 원자가 처음 쪼개진 곳이고, 극 중에서 호킹은 이곳의 열쇠를 건네받습니다. 과업을 물려받는다는 상징입니다.
여기서 짚고 갈 영국 영어 — 칼리지와 강과 학위
Trinity Hall ≠ Trinity College — 이게 이 편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캠브리지에는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와 트리니티 홀(Trinity Hall)이 따로 있습니다. 이름이 비슷할 뿐 완전히 별개의 칼리지입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①편에 나온 그레이트 코트의 그 학교이고, 트리니티 홀은 그보다 훨씬 작고 오래된 별개 기관입니다.
호킹이 다닌 곳은 트리니티 홀입니다. 트리니티 칼리지가 아닙니다. 캠브리지 관련 문서를 읽다가 이 둘을 섞으면 사람이 통째로 바뀝니다.
여담으로 캠브리지에서 Hall이 붙은 이름은 대체로 오래된 칼리지입니다. Peterhouse처럼 아예 College가 안 붙는 곳도 있습니다.
May Ball — 칼리지가 여는 대형 무도회입니다. 정장을 갖춰 입고 밤새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름과 달리 5월이 아니라 6월에 열립니다. 시험이 끝난 뒤의 기간을 May Week라고 부르는데, 이 May Week도 6월이고 일주일보다 깁니다. 옛날 학사일정이 이름으로만 남은 경우입니다.
이런 작명은 영국 제도 곳곳에 있습니다. 이름을 뜻으로 읽으려 하면 어긋납니다.
the Backs — 캠 강을 따라 칼리지 뒤편으로 이어지는 잔디밭과 정원 구역입니다. 캠브리지 사진에서 흔히 보이는 그 풍경입니다. 정관사가 붙어 the Backs로 굳어져 있습니다.
punting — 평평한 바닥의 배(punt)를 긴 장대로 밀어 움직이는 것입니다. 캠 강의 상징입니다. 옥스퍼드에도 있지만 미는 위치가 다릅니다. 캠브리지는 배 뒷부분의 판 위에 서고 옥스퍼드는 안쪽에 섭니다. 서로 상대편 방식이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Cavendish Laboratory — 캠브리지 물리학과 연구소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대량으로 배출한 곳이고, 중성자 발견과 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캠브리지에서 물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supervisor — 대학원생의 지도교수입니다. 옥스퍼드 편에서 다룬 tutor와 구분해야 합니다. 캠브리지에서 supervision은 학부 소규모 수업을 뜻하지만, supervisor는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맥으로 갈라 읽어야 합니다.
read for a degree — 학위 과정을 밟다. “He read for a PhD at Cambridge” 같은 식입니다. ①편의 read (a subject)와 같은 계열입니다. 영국 대학 인물 소개에서 계속 나옵니다.
cox / coxswain — 조정 경기에서 노를 젓지 않고 방향을 잡으며 스트로크 속도를 지시하는 사람입니다. 체구가 작아야 유리합니다. 이 단어가 왜 필요한지는 뒤에서 나옵니다.
undergraduate / postgraduate — 학부생과 대학원생입니다. 미국식 graduate student가 아니라 postgraduate를 씁니다. 줄여서 undergrad, postgrad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신분 차이가 계속 문제가 되는데, 그 차이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영화와 현실은 어떻게 다른가
칼리지가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호킹은 트리니티 홀 소속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리니티 홀 건물이 촬영에 적합하지 않아, 제작진은 **세인트존스 칼리지(St John’s College)**를 대역으로 썼습니다.
각본가 겸 제작자는 세인트존스를 캠브리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칼리지로 꼽으며, 본관 홀이 워낙 웅장해 ‘웨딩 케이크’라 불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주요 장면 대부분이 실제 호킹의 공간이 아닙니다.
- 영화 최대 규모 장면인 메이 볼은 세인트존스 뉴코트에서 촬영했습니다.
- 호킹이 균형을 잃고 크게 넘어져 진단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세인트존스의 튜더 양식 세컨드코트입니다.
- 호킹의 방으로 올라가는 인상적인 나선 계단도 세인트존스 뉴코트입니다.
캠 강의 키친 브리지, 킹스 칼리지 채플, 클레어 브리지, 탄식의 다리 같은 곳도 화면에 나옵니다. 전부 진짜 캠브리지이지만, 전부 호킹과 무관한 캠브리지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편의 『불의 전차』는 캠브리지 자체를 다른 곳으로 바꿨고, 이 작품은 캠브리지 안에서 칼리지를 바꿨습니다. 후자가 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은 캠브리지에서 만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캠브리지의 파티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제인 호킹 본인이 이를 부정했습니다. 그는 문학 축제 강연에서 영화가 상영 시간을 두 시간으로 맞추려다 사실을 왜곡했다고 말하면서, 두 사람이 만난 곳은 캠브리지가 아니라 고향인 세인트올번스였고 자신은 막 학교를 마친 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자료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친구가 연 새해 파티였고, 제인은 아직 중등학교를 마치는 중이었으며, 호킹은 옥스퍼드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막 시작하려던 시점이었습니다. 제인이 호킹의 여동생과 친구 사이였다는 점도 영화에서 빠졌습니다.
즉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캠브리지 영화가 아닙니다.
제인은 캠브리지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제인이 캠브리지에 다니는 것처럼 그립니다. 실제로는 런던의 웨스트필드 칼리지에 다녔고 나중에 그곳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다만 이베리아반도 중세 시가를 연구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설정도 맞습니다.
호킹은 옥스퍼드 출신입니다
이 시리즈를 이어 읽는 분에게는 이 대목이 재미있을 겁니다. 호킹의 학부는 옥스퍼드입니다. 캠브리지는 박사과정부터입니다.
그리고 옥스퍼드 조정팀에서 cox를 맡았습니다. 노를 젓지 않고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는 자리라 체구가 크지 않은 그에게 맞았습니다. 운동신경질환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넘어지는 장면은 각색입니다
영화는 극적인 낙상 한 번이 병원행과 진단으로 곧장 이어지는 것처럼 그립니다.
실제로는 진단 전에 크게 넘어진 일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한 번은 트리니티 홀 앞에서, 다른 한 번은 독일에서 기차 안에서였습니다. 두 번째 사고로 앞니가 부러져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 모두 그는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하나의 사건으로 압축한 것을 실제 인물은 두 번 흘려보냈다는 뜻입니다.
맞는 것도 있습니다
메이 볼 장면의 대사는 회고록을 충실히 옮겼습니다. 푸른빛이 도는 방에서 호킹이 그 빛이 세탁 세제에 든 형광 성분에 반응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그래서 남자들 셔츠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고 말합니다. 회고록에 있는 그대로입니다.
춤을 추지 않겠다는 호킹을 제인이 설득해 결국 춤을 추는 장면도 회고록에 나옵니다.
세부 대사는 정확하고 큰 사실관계가 틀렸다. ①편과 정반대 구조입니다.
당사자의 평가는 갈립니다
스티븐 호킹은 영화를 보고 “대체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인 호킹의 평가는 다릅니다. 그는 레드메인의 연기와 펠리시티 존스의 연기는 훌륭했다고 하면서도, 회고록에 충실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운동신경질환 환자를 돌보는 일의 현실이 영화에서 축소됐다는 것, 미국에서 지낸 시기를 비롯한 결혼 초기가 통째로 빠졌다는 것, 관계의 끝이 영화처럼 서로를 이해하는 조용한 이별이 아니라 오랜 균열 끝의 파국이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영화에 오류가 들어가면 그것이 영원히 남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이 작품은 캠브리지를 아름답게 찍었고, 그 아름다움은 진짜입니다. 세인트존스도 킹스 채플도 캠 강도 실물입니다.
다만 그 화면 중 어느 것도 호킹의 캠브리지는 아닙니다. 그가 다닌 칼리지도, 그가 제인을 만난 장소도, 제인이 다닌 학교도 다릅니다.
이 시리즈가 반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영화가 캠브리지를 다룰 때 바꾸는 것은 사실 자체가 아니라 어느 건물이 예쁜가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쌓이면, 관객이 기억하는 캠브리지는 실제로 아무도 살지 않은 캠브리지가 됩니다.
시리즈 목차 ① 불의 전차 — 캠브리지는 이 영화를 거절했습니다 ②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이 글) ③ 무한대를 본 남자 — 트리니티가 처음으로 문을 열어준 영화 ④ 어휘편 — 옥스퍼드 말, 케임브리지 말
출처
- Creative England, “What Filming Locations Were Used for The Theory of Everything?”
- Movie-Locations, “The Theory Of Everything (2014)”
- Slate, “How Accurate Is The Theory of Everything?” (2014)
- TIME, “The True Story Behind The Theory of Everything“
- The Daily Telegraph, “Hawking film distorted truth, says ex-wife” (2018)
자료 구분 촬영지가 세인트존스 칼리지였다는 점과 각 장면의 구체적 위치는 로케이션 자료와 제작 관계자 발언에 근거합니다. 두 사람이 세인트올번스에서 만났다는 것, 상영 시간 때문에 사실이 왜곡됐다는 것, 미국 체류 시기가 빠졌다는 것, 관계의 끝이 다르게 그려졌다는 것은 제인 호킹 본인의 공개 발언입니다. 제인이 웨스트필드 칼리지에 다녔다는 점, 진단 전 두 차례 낙상과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점, 메이 볼 대사가 회고록에 충실하다는 점은 언론 검증 기사에 근거합니다. 호킹이 옥스퍼드 조정팀 cox였다는 점도 같습니다.
어휘 해설(트리니티 홀과 트리니티 칼리지의 구분, May Ball과 May Week의 시기, the Backs, punting의 옥스퍼드·캠브리지 차이, supervisor와 supervision의 구분, read for a degree, undergraduate와 postgraduate)은 영화 대사에서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일반 배경지식입니다.
주의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정황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세부가 조금씩 다릅니다. 다만 캠브리지가 아니었다는 점은 제인 호킹 본인이 밝힌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