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편 — 의사의 현실을 먼저 만나는 세 권
미키유
영국 의대 입학처는 하루에 수백 장의 지원서를 읽습니다.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문장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의사는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지원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백 번 읽은 문장입니다.
영국 의대가 PS(퍼스널 스테이트먼트, 자기소개서)와 인터뷰에서 찾는 것은 하나입니다.
“이 학생은 의학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오늘 소개하는 세 권은 그 이해를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이 시리즈에 대해
YMK Globe 영국 의대 추천도서 시리즈는 총 3편입니다.
- ① 임상편 — 의사의 현실 (지금 이 글)
- ② 윤리편 — 의학적 판단의 무게
- ③ 과학·공중보건편 — 연구와 사회
세 편 모두 읽으면 영국 의대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이 나와도 자신의 언어로 답할 수 있는 기반이 생깁니다.
책 ① Do No Harm
Henry Marsh 지음 | 2014
[사진: Do No Harm 책 표지 AI 이미지]
헨리 마시는 영국에서 30년 이상 일한 뇌신경외과 전문의입니다. 이 책은 그의 회고록인데, 성공한 수술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패한 수술 이야기입니다.
환자의 뇌를 열었을 때 종양이 예상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었습니다. 수술을 계속하면 종양은 제거되지만 환자는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됩니다. 멈추면 종양은 결국 환자를 죽입니다. 마시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 결정과 함께 오랫동안 살아갑니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이 책이 왜 중요한가
병원 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PS에 가장 많이 쓰는 문장이 있습니다.
“의사의 역할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영국 의대 인터뷰에서 면접관이 원하는 것은 다릅니다.
“Do No Harm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물었습니다. 의사가 옳은 결정을 내렸는데도 환자가 나빠진다면, 그 무게는 누가 감당하는가.”
같은 병원 봉사 경험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깊이입니다.
인터뷰에서 이렇게 연결됩니다
영국 의대 인터뷰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의사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합니까?”
드라마나 뉴스에서 본 장면으로 답하는 학생과, 실제 뇌외과 전문의의 30년 경험으로 답하는 학생. 면접관은 그 차이를 바로 압니다.
어떻게 읽을까
아직 한국어 번역본이 확인되지 않아 영어 원서를 권장합니다. 의학 전문 용어보다 감정의 언어가 많은 책이라 생각보다 읽기 어렵지 않습니다.
Netflix에서 The Surgeon’s Cut(글로벌 제공) 다큐멘터리와 함께 보면 현직 외과의사들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 ② This Is Going to Hurt
Adam Kay 지음 | 2017
[사진: This Is Going to Hurt 책 표지 AI 이미지]
애덤 케이는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서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일했습니다. 이 책은 그가 레지던트 시절 매일 밤 썼던 일기입니다.
처음에는 웃습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황당하고 웃긴 일들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웃음이 멈추는 순간이 옵니다.
과로. 인력 부족. 의료 사고. 번아웃.
마지막 장에서 케이는 결국 의사를 그만둡니다.
이 책이 왜 중요한가
영국 의대는 영국 NHS에서 일하는 의사를 키웁니다. 면접관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이 학생은 영국 의료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은 학생은 영국 의대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습니다.
“왜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려 합니까?”
드라마 Grey’s Anatomy에서 본 병원과 케이가 쓴 병원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학생이 더 설득력 있게 답합니다.
인터뷰에서 이렇게 연결됩니다
“NHS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이 나왔을 때 막히는 학생이 많습니다. 케이의 책을 읽은 학생은 인력 부족, 레지던트 근무 시간, 의사 번아웃이라는 실제 이슈를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읽을까
한국어 번역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영어 의학 서적 중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일기 형식이라 문장이 짧고 구어체입니다. 영어 원서를 처음 도전하는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책입니다.
동명 드라마(BBC)도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책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보는 순서를 권장합니다.
YouTube에서 “Adam Kay TED” 검색 시 공식 강연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책 ③ When Breath Becomes Air
Paul Kalanithi 지음 | 2016
[사진: When Breath Becomes Air 책 표지 AI 이미지]
폴 칼라니티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외과 레지던트였습니다. 36세에 말기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회고록입니다.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다뤄온 의사가, 이번에는 환자의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씁니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살고 있었다.”
이 책이 왜 중요한가
영국 의대 인터뷰에서 거의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의학을 공부하려 합니까?”
많은 학생이 이렇게 답합니다.
“사람을 돕고 싶기 때문입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면접관이 하루에 수십 번 듣는 답입니다.
칼라니티의 책을 읽은 학생은 이렇게 답할 수 있습니다.
“폴 칼라니티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환자였습니다. 두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삶은 무엇으로 의미를 갖는가. 저는 그 질문을 갖고 의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어떤 답이 더 기억에 남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이렇게 연결됩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의사의 자리와 환자의 자리를 동시에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로 답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어떻게 읽을까
한국어 번역본 『숨결이 공기가 될 때』(흐름출판)가 있습니다. 번역이 잘 되어 있어 먼저 읽기를 권장합니다. 이후 반드시 영어 원서도 읽으십시오. 인터뷰에서 면접관이 원문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Netflix에서 Joy(2024, 한국 제공)와 함께 보면 생명 윤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부모님과 함께 읽기를 권장하는 책입니다. 자녀가 왜 의학을 공부하려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세 권을 함께 읽으면
Do No Harm — 의사의 결정과 그 무게 This Is Going to Hurt — 의료 시스템 안의 의사 When Breath Becomes Air — 의사이자 환자의 자리
세 권은 각각 다른 각도에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의사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 자신의 언어로 답할 수 있을 때 PS와 인터뷰가 달라집니다.
언제부터 읽어야 할까
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정답은 지금입니다.
세 권 모두 의학 전공 지식이 없어도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일찍 읽을수록 봉사 경험이나 의료 현장을 접할 때 보이는 것이 달라집니다.
보이는 것이 달라지면 쓸 수 있는 것도 달라집니다.
마치며
이 세 권은 의학 지식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닙니다. 의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영국 의대가 PS와 인터뷰에서 찾는 것은 스펙이 아닙니다. 생각입니다.
스펙이 없어서 의대에 떨어지는 학생은 없습니다. 생각이 없어서 떨어지는 학생은 있습니다.
다음 편: 영국 의대 합격생은 이 책을 읽었다 ② 윤리편 — Being Mortal / How Doctors Think / The Checklist Manifesto
참고자료
- Marsh, H. (2014). Do No Harm: Stories of Life, Death and Brain Surgery. Weidenfeld & Nicolson.
- Kay, A. (2017). This Is Going to Hurt: Secret Diaries of a Junior Doctor. Picador.
- Kalanithi, P. (2016). When Breath Becomes Air. Random House. | 한국어판: 『숨결이 공기가 될 때』, 흐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