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 얼음 29km, 소행성 방패론 뒤집기까지… 탐구 주제는 넓은데 국내 관문은 좁다
목성이 언젠가 사라진다면 어떤 방식일까. 이 질문은 고등학생 탐구 주제로 다뤄지기에 충분한 밀도를 가지고 있고, 답은 하나가 아니라 세 갈래로 갈린다. 그리고 이 질문을 대학 전공으로 이어가려 할 때, 국내와 영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생을 거른다. 국내는 학과 정원이라는 총량으로, 영국은 수학과 물리 개별 등급이라는 문턱으로 거른다. 어느 쪽이 더 좁은지는 학생마다 다르다.

태양이 부풀어도 목성은 삼켜지지 않는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약 50억 년 뒤 태양의 적색거성 단계다. 태양은 팽창하면서 수성과 금성을 삼키고 지구 궤도 근처까지 이른다. 그러나 목성은 태양에서 약 5.2AU 떨어져 있어 물리적으로 삼켜지는 범위 밖에 있다. 오히려 태양이 항성풍으로 질량의 상당 부분을 잃으면 중력이 약해지고, 목성 궤도는 지금보다 바깥으로 밀려난다.
이 시나리오에서 목성이 겪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변형이다. 강한 자외선 복사가 대기 상층을 깎아내고, 갈릴레이 위성들의 얼음은 모두 증발한다. 목성 자체는 남지만 지금의 목성은 아니게 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폭발도 소멸도 아닌 냉각이다. 목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에서 받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열원은 핵융합이 아니라 중력 수축이다. 행성이 아주 천천히 수축하면서 중력 위치에너지가 열로 바뀌는 켈빈-헬름홀츠 기구가 작동한다. 이 과정이 수조 년 단위로 이어지면 목성은 빛도 열도 내지 않는 차가운 축퇴 천체가 된다. 폭발하는 죽음이 아니라 꺼지는 죽음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 즉 목성이 제2의 태양이 된다는 이야기는 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이 점화되려면 목성 질량의 약 80배가 필요하고, 갈색왜성 수준의 중수소 연소만 해도 약 13배가 있어야 한다. 목성이 두 번째 항성이 되는 서사는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에서 나온 설정이며, 관측이나 이론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다.
탐구 주제로 밀도가 가장 높은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시간 규모가 지나치게 멀고 세 번째는 이미 부정된 명제인 반면, 냉각 시나리오는 관측 사실(열 방출량 초과)과 이론(중력 수축)이 직접 맞물린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는 목성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유로파의 바다를 유지하는 것은 목성의 중력이다
목성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로파의 바다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노 탐사선은 2022년 9월 29일 고도 360km에서 유로파를 근접 통과하며 마이크로파 복사계로 얼음층을 관측했다. 그 결과가 2025년 네이처 애스트로노미에 실렸다. 순수 물얼음을 가정할 때 열전도성 얼음층의 두께는 29±10km이며, 표면 아래 수백 미터까지 수 센티미터 크기의 균열이나 공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3km에서 30km 이상까지 벌어져 있던 추정치가 두꺼운 쪽으로 좁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동시에 이 균열들이 표면과 바다 사이에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되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부피 비율이 낮고 크기가 작으며 바다 깊이에 비해 지나치게 얕기 때문이다. 유로파 생명 가능성 논의에서 얼음층을 뚫지 않고 시료를 얻는 경로가 좁아졌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이 바다를 유지하는 열원이다. 유로파는 태양에서 너무 멀어 햇빛으로는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열은 목성의 중력에서 나온다. 유로파가 목성을 공전하면서 받는 조석력이 위성 내부를 반복적으로 변형시키고, 그 마찰이 열을 만든다. 목성이 없다면 조석 가열도 없고, 바다는 언다.
다만 유로파를 인간 정착지 후보로 읽는 것은 잘못이다. 목성 자기권에 갇힌 하전 입자가 유로파 표면을 끊임없이 때리고 있어 표면 방사선량은 사람이 우주복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넘는다.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진의 2019년 분석에 따르면 유로파 표면 최상층 1m 구간에서는 은하 우주선보다 자기권 입자에 의한 피폭이 지배적이다. 유로파는 탐사 대상이지 이주 후보가 아니다.

‘목성이 지구를 지킨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목성과 관련해 가장 널리 퍼진 명제는 목성이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오는 소행성과 혜성을 대신 삼켜 지구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1994년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이 목성에 충돌한 사건 이후 이 통념은 상식처럼 굳어졌다.
영국 오픈대학교의 조너선 호너와 배리 존스는 2008년부터 이 가설을 수치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한 연속 논문을 발표했다. 목성 궤도에 놓인 거대 행성의 질량을 목성 질량의 1%에서 2배까지 바꿔가며 1,000만 년을 계산한 결과는 통념과 어긋났다.
소행성대에서 오는 천체의 경우, 현재 목성 질량에서 지구 충돌 횟수는 목성 질량의 1%짜리 행성이 있을 때보다 약 3.5배 많았다. 방패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치다. 더 나아가 충돌 횟수가 최대가 되는 지점은 목성 질량의 0.2~0.3배 구간이었다. 토성이 목성의 약 3분의 1 질량이므로, 목성 자리에 토성만 한 행성이 있었다면 지구가 지금보다 더 많이 맞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켄타우로스 천체군을 다룬 후속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반대 방향의 결과도 있다. 오르트 구름에서 오는 장주기 혜성의 경우에는 행성이 무거울수록 지구 충돌률이 낮아졌다. 즉 목성은 장주기 혜성에 대해서는 실제로 방패이고, 소행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교란자다. 호너의 표현대로 목성은 한 손으로 주고 다른 손으로 빼앗는다.
세 갈래로 보이는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유로파의 조석 가열도, 소행성 궤도의 공명 교란도, 목성 자신의 느린 수축도 전부 중력의 문제다. 목성의 죽음을 축으로 놓으면 유로파는 결과, 소행성은 상호작용, 냉각은 원인이 되어 하나의 탐구가 성립한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27명, 전기전자공학부의 6분의 1
문제는 이 주제를 전공으로 잇는 경로다.
연세대학교가 공개한 2026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이과대학 천문우주학과의 모집인원은 수시 18명, 정시 9명으로 총 27명이다. 수시 18명은 학생부교과 추천형 5명, 학생부종합 활동우수형 5명, 기회균형 2명, 논술전형 6명으로 다시 쪼개진다. 같은 학교 전기전자공학부는 수시 94명과 정시 57명을 합쳐 151명을 뽑는다. 물리학과가 31명, 대기과학과가 27명이다.
여기서 흔한 오독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정원이 적다는 사실이 곧 들어가기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천문학 관련 학과는 지원자 수 자체가 많지 않아 경쟁률이 의약 계열이나 첨단학과처럼 치솟지 않는다. 정원이 적다는 것은 난이도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지 폭과 결과의 변동성 문제다.
모집인원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면 합격선은 지원자 표본이 얇아 해마다 흔들린다. 어느 해에 상위권 지원자 서너 명이 몰리면 그 해 합격선만 뛰어오르고, 이듬해에는 다시 내려간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실력이 아니라 그 해 지원자 구성에 결과가 좌우되는 셈이다. 또한 이 전공을 원하는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국내 학과는 여섯 곳 안팎에 그친다. 성적 구간이 어디든 지원 가능한 학교가 존재하는 구조가 아니다.

임페리얼 AAA에 ESAT, UCL A*A, 에든버러는 물리 B
영국은 다르게 작동한다. 천체물리학이 몇 개 학과의 정원 문제가 아니라 대학마다 개설된 학위 선택의 문제가 된다. 요구 성적도 뚜렷하게 다른 구간에 걸쳐 있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물리학과가 공개한 최소 입학 기준은 수학 A*, 물리 A*, 다른 한 과목 A다. 일반학습(General Studies)과 비판적사고(Critical Thinking)는 인정하지 않는다. 2027년 입학 지원자는 공학과학입학시험(ESAT)의 수학 1, 수학 2, 물리 세 개 모듈을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각 모듈은 40분 객관식이고, 시험 관리는 University Admissions Tests UK가 맡으며 피어슨 시험센터에서 치른다. 임페리얼 물리학과는 별도의 정규 면접을 실시하지 않고 지원서, 예상 성적, ESAT 결과, 자기소개서를 종합해 선발한다. 임페리얼에는 천체물리학이라는 독립 학위명이 없고 물리학 학위 안에서 천체물리를 다룬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은 천체물리학을 3년제 BSc와 4년제 MSci로 각각 개설한다. 요구 성적은 수학과 물리에서 A*와 A이며 순서는 무관하다. 국제바칼로레아(IB)는 고급과정(HL) 세 과목 합계 19점에 수학 7점과 물리 6점을 요구하고, HL 어느 과목도 5점 아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수학은 분석과 접근(Analysis and Approaches)과 응용과 해석(Applications and Interpretation) 중 어느 쪽이든 인정된다. UCL은 1학년부터 우주의 물리학과 실습천문학을 필수로 배치하고 UCL 천문대에서 관측 실습을 진행하며, 2학년 천체물리 과정, 3학년 성간물리학과 물리우주론, 천문분광학으로 이어진다. BSc와 MSci 간 전환이 가능하지만 선택지를 넓게 유지하려면 처음부터 MSci로 지원할 것을 권고한다.
에든버러대학교 천체물리학 BSc의 A레벨 과목 요건은 수학 A, 물리 B다. 물리에서 A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앞의 두 대학과 갈리는 지점이다. 다만 에든버러는 물리학 계열 학위 중 한 개에만 지원할 수 있고, 지원자가 몰릴 경우 공개된 기준보다 높은 성적의 지원자에게만 오퍼가 나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표 기준을 충족했다고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코틀랜드 학제에 따라 통상 4년제이며, 일부 지원자는 2학년으로 바로 입학해 3년 만에 마칠 수 있다.
총점이 아니라 과목별 등급이 관문이다
영국 경로가 국내보다 수월하다고 읽어서는 곤란하다. 결정적인 차이는 과목 지정에 있다.
국내 정시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 표준점수를 대학 산식으로 환산한 총점 순위로 합격자가 갈린다. 특정 과목이 약해도 다른 과목에서 만회할 여지가 있다. 영국은 그렇지 않다. UCL은 수학과 물리에서 각각 A와 A를, 임페리얼은 수학과 물리에서 각각 A를 요구한다. 나머지 과목 성적이 아무리 높아도 지정 과목 등급을 채우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걸린다. 대체나 보정이 없다.
IB 지원자에게 걸리는 조건은 더 촘촘하다. UCL은 HL 세 과목 합 19점이라는 총점 조건, 수학 7점과 물리 6점이라는 과목별 하한, HL 최저 5점이라는 별도 조건을 동시에 건다. 세 조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총점을 넘겨도 요건 미충족이다.
임페리얼처럼 ESAT를 요구하는 대학은 성적과 별개로 시험 준비 기간이 따로 필요하다. 2027년 입학의 경우 10월 시험 예약이 2026년 7월 20일 영국시간 오후 3시에 열렸다. 등록과 응시는 전적으로 지원자 책임이다.
물리학 계열 일부 과정은 유학생에게 학술기술승인제도(ATAS) 인증서를 요구한다. 비자 발급 전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절차다. 임페리얼 물리학 MSci 안내에 따르면 한국은 스위스,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미국 및 유럽경제지역 회원국과 함께 면제 국적에 포함돼 있다. 반면 같은 대학 물리학 BSc는 애초에 ATAS 인증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과정마다 조건이 다르므로 지원 단계에서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
영국은 우회로가 아니다
천체물리학이 훈련시키는 것은 관측 데이터 처리, 수치 모형화, 통계 분석 역량이다. 목성의 열 방출량 초과를 다루든 유로파 얼음층 아래 조석 가열을 다루든 도구는 같고, 그 도구가 쓰이는 곳은 천문 연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경계해야 할 해석이 있다. 국내 정원이 적으니 영국으로 가면 된다는 도식이다. 수치를 놓고 보면 성립하지 않는다. 임페리얼은 수학과 물리에서 각각 A*를 요구하고 ESAT까지 부과한다. 이는 국내 어느 천문학 관련 학과보다 높은 문턱이다. 영국행이 국내 입시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의 대안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 차이는 난이도가 아니라 성적의 모양에 있다. 국내 정시는 국어와 탐구까지 포함한 총점 순위로 줄을 세우므로 전 과목이 고르게 높아야 한다. 영국은 수학과 물리 두 과목의 등급만 본다. 수학과 물리는 최상위인데 국어가 발목을 잡는 학생에게 영국 경로는 자신의 강점이 그대로 평가되는 곳이다. 반대로 전 과목이 고르게 높은 학생이라면 국내 방식이 불리할 이유가 없고, 학비를 고려하면 국내가 합리적이다.
정원 27명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진입 난이도가 아니라 선택지의 폭이다. 국내에서 이 전공을 원하는 학생은 여섯 곳 안팎의 학과를 놓고 자신의 성적 구간과 맞는 곳을 찾아야 하고, 맞는 곳이 없으면 다른 전공으로 방향을 튼다. 영국에서는 AAA부터 그 아래 구간까지 같은 학위명이 여러 대학에 분산돼 있어 성적 구간별로 지원 가능한 학교가 존재한다. 이것이 두 체계의 실질적 차이이며, 어느 쪽이 우월한지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
이해관계 고지: 본지 발행사와 YMK글로브는 영국 대학 진학 상담 및 A레벨 과정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본 기사는 각 대학이 공식 페이지에 공개한 입학 요건, 연세대학교 입학처가 공개한 시행계획 문서, 동료평가를 거친 학술 논문을 근거로 작성했으며 특정 과정의 이용을 권유하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사항: 목성의 연간 수축률과 태양 복사 대비 열 방출 비율의 구체적 수치는 관측 방법에 따라 값이 달라 본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유로파 표면 방사선량을 하루 약 540렘(5,400mSv)으로 제시하는 수치가 널리 인용되고 있으나 1차 출처를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서 제외했다. 목성 궤도가 태양의 적색거성 단계에서 실제로 어디까지 이동하는지에 대한 정량적 추정치도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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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perial College London, “Application process – Faculty of Natural Sciences”, https://www.imperial.ac.uk/natural-sciences/departments/physics/students/undergraduate-admissions/applications-interviews-and-off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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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Open University / ScienceDaily, “Jupiter: Friend Or Foe?”, 2007,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07/08/070824133636.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