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영국 동물복지(감각능력)법, 두족류·십각류까지 확대하며 곤충은 남겨둬
2024년 뉴욕선언에는 곤충 포함… “의식 가능성 무시하는 것은 무책임”
한국 동물보호법은 척추동물 한정, 곤충 산업은 연 400억 원대로 확대
문어와 게는 법이 보호하는데 벌은 아니다. 이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가 지금 영국과 유럽 학계·정책 현장에서 진행 중인 논쟁이다.
300여 편의 논문이 바꾼 법
2021년 11월, 영국 정부가 의뢰한 검토 보고서 한 건이 법률의 범위를 바꿨다. 런던정경대(LSE) 조너선 버치(Jonathan Birch) 교수가 이끈 연구진이 30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을 분석한 뒤, 두족류 연체동물(문어·오징어·갑오징어)과 십각류 갑각류(게·바닷가재·새우 등)를 감각능력 있는 동물로 봐야 한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정부는 이 결론을 받아들였고, 당시 척추동물만을 대상으로 하던 동물복지(감각능력)법안은 수정을 거쳐 이들 무척추동물을 ‘동물’의 정의에 포함시켰다. 법안은 2022년 4월 7일 의회 절차를 마쳐 법률이 됐다. 게와 바닷가재, 문어가 이런 방식으로 법의 보호를 받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주목할 점은 버치 연구진이 사용한 판단 기준이다. 이들은 감각능력의 과학적 근거를 평가하는 여덟 가지 기준을 만들고, 각 기준별로 여섯 단계의 신뢰도를 부여하는 방식을 썼다. 영국 동물복지대학연맹(UFAW) 학술지 서평은 이 기준이 두족류·십각류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관심이 커지고 있는 벌이나 말벌 같은 사회성 곤충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방법론은 이미 곤충 쪽으로 열려 있었다. 다만 법은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

왜 곤충은 빠졌나
영국 헌법학계에서는 이 배제를 두고 실무적 이유를 지목한다. 곤충이나 해양 무척추동물까지 범위에 넣을 경우 법이 신설한 동물감각능력위원회(ASC)가 감당할 업무량을 넘어서게 되고, 정책 검토의 밀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같은 논평은 무척추동물이 지구상 가장 흔한 생명 형태이고, 감각능력을 시사하는 연구가 계속 축적되고 있으며, 인간이 의존하는 생태계 유지에도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이 배제가 여전히 눈에 띄는 문제라고 짚었다.
실제로 그사이 연구는 계속 쌓였다. 벌이 보상 없이 나무 공을 굴리며 노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는 관찰, 다른 개체를 보고 퍼즐 상자 여는 법을 배운 뒤 그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는 실험 결과가 모두 최근 몇 년 사이 학술지에 실렸다.
이 흐름에서 2023년 6월, 라르스 치트카(런던 퀸메리대)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곤충 연구자들이 이제 자신들의 연구 대상의 복지를 고려해야 할 때인지를 묻는 논문을 PLOS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자 집단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한 형태다.
2024년, 곤충이 명시된 선언
2024년 4월 19일 뉴욕대에서 발표된 ‘동물 의식에 관한 뉴욕선언’은 이 논쟁의 분기점으로 꼽힌다.
선언문은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다른 포유류와 조류에 의식적 경험을 인정할 강력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둘째, 파충류·양서류·어류를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과 두족류·십각류·곤충을 포함한 다수의 무척추동물에게 의식적 경험의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경험적 증거가 가리키는 바다. 셋째, 그런 가능성이 있는 동물에 대해 그 가능성을 무시한 채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선언 배경문서는 이 입장이 특정 정책을 권고하는 것이 아니며, 확실성이 없어도 복지 위험은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는 데 합의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문어 양식을 지원할지 결정할 때 문어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식이다.
발기인은 뉴욕대 제프 세보, 요크대 크리스틴 앤드루스, 그리고 앞서 영국 법 개정을 이끈 LSE의 버치 교수다. 초기 서명자에는 의식 연구자 아닐 세스, 크리스토프 코흐,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가 포함됐다.
EU 역시 포유류·조류·두족류를 감각 있는 존재로 인정하면서 꿀벌은 제외하고 있다. 2025년 발표된 한 논문은 이 배제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EU 동물복지 법제의 정합성을 문제 삼았다.
한국은 어디에 있나
한국 동물보호법 제2조는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정의하고, 포유류·조류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파충류·양서류·어류를 열거한다. 시행령은 그중에서도 식용 목적인 것은 제외한다.
곤충은 물론이고 문어·오징어 같은 두족류, 게·바닷가재 같은 십각류도 이 정의 밖에 있다. 영국이 2022년에 넘은 선을 한국은 아직 검토 단계에도 올려두지 않은 셈이다. 2025년 말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이 수생동물 보호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도 이 격차를 배경으로 한다.
한편 곤충을 산업적으로 다루는 규모는 계속 커져 왔다. 농림축산식품부 곤충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곤충 산업 규모는 4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식용곤충 231억 원, 사료용곤충 109억 원, 학습·애완곤충 42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곤충업 신고 업체는 3,012개소였다. 2022년 1차 산물 판매액은 449억 원이었다.
특히 사료용 곤충인 아메리카동애등에는 2017년 8억 원에서 2021년 109억 원으로 5년 만에 13배 넘게 성장했다. 사육 개체 수 기준으로 보면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다뤄지는 곤충은 이미 천문학적 규모다.
곤충의 감각능력 문제가 국제적으로 규제 의제가 될 경우, 이는 국내 곤충 산업의 사육·도살 방식 표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학문 분야로서의 동물 감각능력
이 논쟁의 특징은, 이것이 하나의 전공 영역이 됐다는 점이다.
버치 교수는 LSE 철학과 소속이면서 ‘동물 감각능력의 기초(Foundations of Animal Sentience)’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자였다. 즉 생물학 논문 300여 편을 평가해 법 개정을 이끌어낸 작업의 중심에 있던 사람은 실험생물학자가 아니라 과학철학·심리철학 전공자다.
이 분야에 접근하는 학부 경로는 하나가 아니다. 생물학·동물학 쪽에서 실험 데이터를 생산하는 경로가 있고, 철학·과학철학 쪽에서 의식과 증거 평가의 기준을 다루는 경로가 있으며, 법학·정책 쪽에서 규제 설계를 다루는 경로가 있다.
입학 요건 비교
세 경로 중 실제 지원이 가능한 대표 과정의 요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구분 | 엑서터대 동물행동학 BSc | UCL 신경과학 BSc | LSE 철학·논리·과학적방법 BSc |
|---|---|---|---|
| 성격 | 행동 실험·현장 연구 | 신경생물학·계산신경과학 | 과학철학·증거 평가 |
| UCAS 코드 | D391 | B140 | — |
| A레벨 표준 조건 | ABB | AAA | AAA |
| A레벨 필수 과목 | 과학 1과목 B 이상<br>(생물·화학·수학·물리·심리학·컴퓨팅 등) | 화학 필수 + 생물·생명건강과학·수학·물리 중 1 | 지정 없음<br>(전통적 학술 과목 조합 선호) |
| A레벨 맥락적 조건 | BBC | AAB (AA는 화학+타 과학) | AAB |
| IB | 32점 / HL 655, 과학 HL 5 이상 | 38점 / HL 3과목 합 18점 | 38점 / HL 766 |
| IB 맥락적 조건 | 28점 / 554 | 36점 / HL 합 17점 | 37점 / HL 666 |
| GCSE | 영어 C(4), 수학 B(5) | 영어·수학 B(6) | 다수 과목 A(7)·A*(8~9)<br>영어·수학 최소 B(6) |
| 국제학생 학비 | 연 £31,200 (2026 입학) | 연 £42,700 (2026/27) | 연 £30,700 (2026/27) |
세 과정의 성격 차이가 필수 과목에 그대로 드러난다. UCL은 화학이 없으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고, 엑서터는 과학 과목 범위가 넓어 심리학이나 컴퓨팅으로도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LSE는 지정 필수 과목이 없는 대신 GCSE 단계 성적 프로필까지 본다.
학비 차이도 작지 않다. 3년 학사 기준 총 학비만 놓고 보면 엑서터 약 9만 3,600파운드, LSE 약 9만 2,100파운드인 데 비해 UCL은 약 12만 8,100파운드다. 여기에 런던 소재 두 학교는 생활비 부담이 추가로 붙는다.
엑서터대 동물행동학은 최종 학년 선택 과목으로 ‘동물 인지(Animal Cognition)’, ‘감각생태학’, ‘과학과 사회’를 운영해 이 논쟁과 직접 맞닿는 과목을 고를 수 있다. UCL 신경과학은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등 연계 기관과의 연구 중심 교육이 강점이다.
철학 경로는 이 논쟁의 실제 무게중심에 더 가깝다. 버치 교수가 소속된 LSE 철학·논리·과학적방법 학부는 1946년 칼 포퍼가 창설한 곳으로, 과학과 연속성을 갖고 사회적 함의를 다루는 철학을 지향한다고 대학은 설명한다. LSE는 2026 QS 세계대학 학문분야 순위 철학 부문에서 영국 2위, 세계 8위에 올랐다. 1학년 필수 과목은 ‘큰 질문들(The Big Questions)’과 논리학 또는 철학적 논증의 형식적 방법 중 하나다.
진로 측면에서 보면 이 분야는 학계에만 갇혀 있지 않다. 동물복지 규제가 실제 법률로 옮겨가는 국면에서는 정부 자문기구, 국제기구, 인증·표준 기관, 식품·사료 기업의 규제 대응 부서 등에서 수요가 발생한다. 영국이 동물감각능력위원회라는 상설 기구를 법으로 신설한 것 자체가 그 사례다.

확인이 필요한 사항
- 영국 동물감각능력위원회가 곤충 포함 여부를 실제로 검토 의제에 올린 사실은 본 기사 작성 시점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것은 법 제정 당시 곤충이 정의에서 제외됐다는 사실과, 이에 대한 학계의 문제 제기다.
- 국내 곤충 산업 규모는 농식품부 실태조사 기준 2021년·2022년 수치이며, 최신 연도 확정치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 LSE. “The science of feeling: why octopuses, lobsters and crabs require legislative protection.” https://www.lse.ac.uk/research/research-for-the-world/politics/the-science-of-feeling-why-octopuses-lobsters-and-crabs-require-legislative-protection
- Birch, J. 외 (2021). Review of the Evidence of Sentience in Cephalopod Molluscs and Decapod Crustaceans. LSE. https://www.lse.ac.uk/News/News-Assets/PDFs/2021/Sentience-in-Cephalopod-Molluscs-and-Decapod-Crustaceans-Final-Report-November-2021.pdf
- UFAW. “Volume 31 Issue 1 – February 2022 Report”(버치 보고서 서평). https://www.ufaw.org.uk/animal-welfare-journal-reports/volume-31-issue-1-february-2022-report
- Eurogroup for Animals. “UK Sentience Bill passes final stages to recognise decapod and cephalopod sentience by law.” 2022. 4. https://www.eurogroupforanimals.org/news/uk-sentience-bill-passes-final-stages-recognise-decapod-and-cephalopod-sentience-law
- UK Parliament. “Amendment 39 to Animal Welfare (Sentience) Act 2022.” https://bills.parliament.uk/bills/2867/stages/15691/amendments/89484
- Jowitt, J. “Some Thoughts on the Animal Welfare (Sentience) Act 2022.” UK Constitutional Law Association, 2022. 9. 7. https://ukconstitutionallaw.org/2022/09/07/joshua-jowitt-some-thoughts-on-the-animal-welfare-sentience-act-2022/
- Crump, A., Gibbons, M., Barrett, M., Birch, J., Chittka, L. (2023). “Is it time for insect researchers to consider their subjects’ welfare?” PLOS Biology 21(6): e3002138.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2138
- The New York Declaration on Animal Consciousness(선언문 및 배경문서), 2024. 4. 19. https://sites.google.com/nyu.edu/nydeclaration/declaration / https://sites.google.com/nyu.edu/nydeclaration/background
- “Honeybee Sentience: Scientific Evidence and Implications for EU Animal Welfare Policy.” PMC.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2298661/
- 국가법령정보센터. 「동물보호법」 제2조,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2조.
- 농림축산식품부. “2021년 곤충 산업 실태조사 결과 발표”(2022. 7. 14. 조간 보도자료). https://www.mafra.go.kr/bbs/mafra/68/330677/artclView.do
- 농수축산신문. “[Issue+] 미래 먹거리, 곤충 산업 현황과 과제.” 2024. 2. 2. https://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4206
- 비건뉴스. “동물보호단체, ‘영국 갑각류 산채 조리 금지 환영’…수생동물 보호법 개정·비건 채식 촉구.” 2025. 12. 24. https://www.vegannews.co.kr/news/article.html?no=380837
- University of Exeter. “BSc Animal Behaviour”(모듈 구성 및 입학 요건·학비). https://www.exeter.ac.uk/undergraduate-degrees/bsc-animal-behaviour/
- UCL. “Neuroscience BSc”(입학 요건·학비). https://www.ucl.ac.uk/prospective-students/undergraduate/degrees/neuroscience-bsc
- LSE. “BSc Philosophy, Logic and Scientific Method”(입학 요건·학비·학부 소개). https://www.lse.ac.uk/study-at-lse/undergraduate/bsc-philosophy-logic-and-scientific-method
- LSE. “BSc in Philosophy, Logic and Scientific Method” 프로그램 규정(1학년 필수 과목). https://www.lse.ac.uk/resources/calendar2023-2024/programmeRegulations/undergraduate/2023/BScPhilosophy,LogicAndScientificMethod.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