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9일 · @미키
피부엔 ‘가능성’, 몸 전체엔 ‘양날의 검’
바르는 EGF·FGF는 피부결·잔주름 개선 보조 효과가 있으나 근거는 대부분 소규모 연구다. 혈중 IGF-1을 높여 노화를 늦춘다는 근거는 없다.
성장인자(Growth Factor)는 피부 재생 효과를 내세운 일부 화장품과 피부과 시술에 활용되는 성분이다. 이름이 비슷한 EGF, FGF, IGF는 실제 연구에서 어디까지 효과가 확인됐을까.
세 성분, 무엇이 다른가

EGF(표피성장인자)는 1962년 스탠리 코헨이 발견했고, 그는 이 공로로 198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53개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폴리펩타이드로, 체내에서는 침샘·혈소판·단핵구에서 만들어져 EGF는 세포 증식과 조직 재생에 관여한다.
FGF(섬유아세포성장인자)는 섬유아세포의 증식과 콜라겐 합성 등에 관여한다.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은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매개하는 전신 호르몬이다.
피부 노화 개선: 근거는 있으나 ‘소규모’
의료 분야에서 EGF의 효과는 비교적 탄탄하다. 국내 3상 시험을 포함한 여러 임상에서 rhEGF 외용제가 당뇨발 궤양 치유 기간을 유의하게 단축했다.
미용 영역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이어진다. 2021년 체계적 문헌고찰은 미용 분야 임상 대부분이 피부 노화 징후를 개선하는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고 정리했다. 성장인자 제형 두 가지를 얼굴 양쪽에 나눠 바른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에서는 두 제형 모두 주름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다만 위 시험의 참가자는 20명이었다. 광노화 여성 22명을 대상으로 0.005% EGF 세럼의 12주 효과를 본 공개 연구처럼, 소규모·비맹검 연구가 상당수다.
관건은 ‘흡수’와 ‘안정성’

성장인자는 분자가 커서 피부 장벽을 통과하기 어렵다. 노스웨스턴대 머라드 알람 교수는 이론적 근거는 타당하지만 침투 정도와 장기 효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짧은 반감기와 큰 분자량 때문에 경피 전달이 큰 과제라는 리뷰도 있다.
제품에 포함된 성장인자가 생물학적 활성을 유지하는지도 중요하다. 피부과 전문의 조이 드렐로스 박사가 여러 제품을 측정한 결과, 상온에서 병 속 성장인자 가운데 활성을 유지하는 비율은 대략 5~10%에 그쳤다.
암 위험 논란
성장인자 수용체는 정상세포와 암세포 모두에 있다. 바르는 EGF 화장품이 암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임상 근거는 확립되지 않았다. 다만 성장인자 신호전달이 일부 암의 증식과 관련되는 만큼, 암 치료 중인 환자는 사용 전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처 부위는 흡수가 늘 수 있어 성장인자 제품을 상처에 바르지 말라는 의견도 있다. 임신 중 안전성 자료도 부족하다.
IGF-1을 ‘먹고 주사하는’ 건 다른 이야기
혈중 IGF-1을 높이는 것은 수명 연구에서 역설적인 결과를 보인다. IGF-1 신호를 장기간 낮추면 선충·초파리·생쥐의 수명과 건강이 개선됐다.
미국 앨버트아인슈타인 의대 연구팀은 100세 이상 장수자 코호트에서 낮은 IGF-1이 더 긴 수명과 연관됐다고 보고했다. IGF-1은 성장과 조직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혈중 농도와 질환 위험의 관계는 연령·질환·연구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부 연구에서는 낮은 IGF-1이 장수와 연관됐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지나치게 낮은 수치가 노년기 허약이나 질환 위험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
결론
EGF 등 일부 성장인자 의약품은 특정 상처 치료에 활용되며, 성장인자 함유 화장품에서도 피부결과 잔주름 개선 가능성이 보고됐다. 다만 의약품의 치료 효과를 일반 화장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흡수율과 제품 안정성 문제가 남아 ‘노화 방지’보다 ‘피부 개선 보조’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전신 IGF-1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노화를 늦춘다는 근거가 없고 연령과 건강 상태에 따라 효과와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 검증된 노화 관리의 기본은 여전히 자외선 차단과 레티노이드다.
한눈에 보는 성장인자 3종
| 구분 | EGF | FGF | IGF-1 |
|---|---|---|---|
| 우리말 | 표피성장인자 | 섬유아세포성장인자 |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
| 크기 | 아미노산 53개 | 약 150개 (bFGF 기준) | 70개 |
| 주로 만드는 곳 | 침샘·혈소판 | 섬유아세포 등 전신 조직 | 간 (성장호르몬 자극) |
| 하는 일 | 피부 표면 세포 증식, 상처 덮기 | 콜라겐 합성, 혈관 생성 | 뼈·근육 성장, 대사 조절 |
| 의료 용도 | 당뇨발 궤양 치료제 | 욕창·피부궤양 치료제(일본) | 성장장애 아동 치료제 |
| 화장품 표기 | sh-Oligopeptide-1 | sh-Polypeptide-1 | sh-Oligopeptide-2 |
EGF – ‘표면 수리공’
피부 가장 바깥층 세포의 분열을 촉진해 상처를 빠르게 덮는다. 국내에서도 당뇨발 궤양 치료제로 쓰인다. 다만 EGF 수용체(EGFR)는 여러 암에서 과활성화돼 있어 항암제의 주요 표적이기도 하다. 바르는 EGF가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지만, 암 치료 중이거나 고위험군은 주의가 권고된다.
FGF – ‘속 구조 재건자’
진피의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콜라겐을 늘리고 새 혈관을 만든다. 사람에게 22종이 있으며, 화장품에는 주로 bFGF가 쓰인다. 노화 연구에서 주목받는 건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FGF21과 FGF23이다. FGF21을 과발현시킨 생쥐는 수명이 늘었고, FGF23과 짝을 이루는 ‘클로토’ 단백질이 결핍된 생쥐는 조기 노화 증상을 보였다. 모두 동물 연구 단계다.
IGF-1 – ‘양날의 성장 호르몬’
성장호르몬의 지시를 받아 간에서 분비되며 사춘기에 정점을 찍고 나이 들수록 줄어든다. 근육 증강 목적의 남용 탓에 세계반도핑기구 금지 약물이다. IGF-1이 매우 낮은 에콰도르 라론증후군 집단은 암·당뇨 발생률이 현저히 낮았다. 반면 노년기에 지나치게 낮으면 근감소·허약과 연관된다는 보고도 있어 ‘높을수록 좋다’는 통념은 맞지 않는다.
▶ 한 줄 정리: 바르는 EGF·FGF는 피부 개선 보조 수단으로 가능성이 있지만 흡수율과 안정성이 한계다. 주사나 보충제로 IGF-1을 높이는 것은 노화를 늦춘다는 근거가 없다.
참고 자료
- Epidermal Growth Factor in Aesthetics and Regenerative Medicine: Systematic Review (PMC)
- Split-face trial of two topical human growth factors (JCAD)
- The Growing Popularity of Growth Factors (Dermatology Times)
- Topical EGF expert comments (Plastic Surgery Practice)
- EGF ingredient profile (Evigrade)
- Looking at IGF-1 through the hourglass (PMC)
- Translational Geroscience: Human Models of Healthy Aging (PMC)
- IGF-1 and leukocyte telomere length (Univ. of Perug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