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학생 £1,820, 잉글랜드 학생 £9,790, 한국인 학생 £54,650. 에든버러대 의대 2026~2027학년도 공식 학비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한 장의 표에서 시작하자
에든버러대학교 등록처가 공시한 2026~2027학년도 의학과(MBChB) 학비표에는 세 개의 숫자가 나란히 적혀 있다.
| 학생 구분 | 연간 학비 |
|---|---|
| 스코틀랜드 거주 학생 | £1,820 |
|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학생 | £9,790 |
| 국제학생(한국 포함) | £54,650 |
같은 대학, 같은 학위, 같은 강의실이다. 다른 것은 학생의 출신지뿐이다. 스코틀랜드 학생과 한국 학생 사이의 격차는 30배에 이른다.
이 기묘한 3층 구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1962년부터 지금까지, 정권이 여덟 번 바뀌는 동안 켜켜이 쌓인 정치적 타협의 지층이다. 그리고 그 지층 어딘가에는 한국 유학생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내게 됐는지에 대한 답도 묻혀 있다.
1962년: 학비는 있었지만, 아무도 내지 않았다
먼저 흔한 오해를 하나 걷어내자. “예전 영국 대학은 학비가 없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영국 하원도서관 연구보고서는 이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한다. 20세기 후반 내내 영국 대학에는 학비가 존재했다. 달라진 것은 누가 그 돈을 냈는가였다.
맥밀런 보수당 정부가 통과시킨 1962년 교육법은 지방교육청(LEA)에 학비와 생활비 보조금 지급 의무를 처음으로 부과했다. 옥스브리지를 제외한 대학의 학비는 인문계 £60, 이공계 £75 수준이었고, 이 돈은 학생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냈다.
1963년 로빈스 보고서는 여기에 철학적 근거를 붙였다. “능력과 성취로 자격을 갖추고 진학을 원하는 모든 이에게 고등교육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로빈스 원칙이다. 이 원칙은 이후 20년간 영국 고등교육 정책의 기준점이 됐다.
1977년 캘러헌 노동당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가구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자국 학생의 학비를 지방정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자국민에게 영국 대학은 사실상 무료였다.
1967년: 첫 번째 선 긋기 — 노동당이 만든 차등
여기서 유학생 이야기가 시작된다.
1966년까지 영국 대학의 학비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똑같았다. 전원 £70. 다만 내국인은 지방정부가 대신 내줬고, 외국인은 자기 돈으로 냈다.
1967년, 해럴드 윌슨 노동당 정부가 최초로 내외국인 차등 학비를 도입했다. 자국 학생 £70, 해외 학생 £250. 세 배가 넘는 격차였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제국 해체 이후 영국의 정체성 문제가 있었다. 옛 식민지 출신 학생에 대해 영국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정부는 “보조금을 줄이는 것일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해외 학생 상당수가 자국 정부나 브리티시카운슬의 지원을 받고 있으니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이 정책이 보수당이 아니라 노동당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유학생 학비 문제는 처음부터 좌우 구도로 갈리지 않았다.
1976년 7월, 캘러헌 정부는 오히려 차등을 없애려 했다. 자국 학비를 £150에서 £650으로 대폭 올려 해외 학생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인상 폭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같은 해 11월 자국 학비를 £500으로 낮췄고, 해외 학생은 £650에 그대로 남았다. 차등 철폐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당시 정부가 밝힌 우려는 지금 읽어도 익숙하다. 해외 학생 수가 1967~1968년 3만 1천 명에서 1974~1975년 6만 2천 명으로 두 배가 됐고, 이 증가세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1980년: 대처, 그리고 유학생이 ‘수입원’이 된 해
1979년 집권한 대처 보수당 정부는 해외 학생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발표했다. 1980년부터 영국 대학에 입학하는 모든 해외 학생은 **전액 실비(full-cost fees)**를 부담하게 됐다.
반발은 즉각적이고 격렬했다. 1979년 12월 상원에서는 이 정책이 영연방 국가들에 고통을 주고 있으며 “철의 장막 뒤에서는 크게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980년 6월 하원 토론에서 야당은 정부의 도덕성을 “전갈의 그것”에 비유했다. 부유한 EEC 국가 학생은 보호받는 반면 키프로스처럼 자체 고등교육 역량을 갖추지 못한 나라의 학생들이 직격탄을 맞는다는 지적이었다.
1981년 의회에서는 해외 지원자 급감을 보여주는 UCCA 통계가 제시됐다.
3년 뒤 정부는 부분적으로 물러섰다. 1983년 외무영연방부의 압박 끝에 나온 이른바 ‘핌 패키지(Pym package)’다. 3년간 £4,600만 규모로, 홍콩·말레이시아·키프로스 학부생에게 자국민 학비를 적용하고, 기술협력 사업을 확대하며, 새 장학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내용이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의 셰브닝(Chevening) 장학금이다. 첫해 장학생은 100명이었다.
그러나 정책의 진짜 결과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정부 보조금이 사라지자 대학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LSE가 최초의 국제처(international office)를 설치했고, 다른 대학들이 뒤따랐다. 1984년에는 브리티시카운슬이 대학들의 해외 모집을 지원하는 교육상담서비스를 만들었다.
1980년은 영국 대학이 유학생을 ‘외교 자산’에서 ‘재정 수입원’으로 재정의한 해다. 오늘날 영국 대학이 국제학생 학비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게 된 출발점이 바로 여기다.
1990~2012년: 자국 학생도 결국 지갑을 열다
역설적이게도, 유학생에게 실비를 물린 대처 정부는 자국민 학비에는 손대지 못했다.
1984년 키스 조지프 교육장관이 고소득층 가정에 학비 부담을 지우려 하자 학생 시위와 여당 내 반발이 터졌고, 한 달도 안 돼 계획은 철회됐다. 대신 정부는 우회로를 택했다. 1990년 학자금대출법으로 생활비 보조금을 동결하고 최대 £420의 ‘보완 대출’을 도입한 것이다. 케네스 베이커 교육장관은 이를 “의존 문화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표현했다. 오늘날 영국 학자금 부채 체제의 씨앗이었다.
이후 흐름은 가파르다.
- 1997년 디어링 보고서 — 고등교육의 수혜자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며 약 £1,000의 학비를 소득연동 대출로 부담시킬 것을 권고
- 1998년 —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소득연계 £1,000 선납 학비 도입. 총선 전 “학비 도입 계획 없다”고 했던 발언이 문제가 돼 전국적 시위 발생
- 2006년 — 선납 방식 폐지. 대학이 £3,000 한도 내에서 자율 책정하고 학생은 소득연동 대출로 졸업 후 상환. 근거 법안인 2004년 고등교육법은 하원 2독회를 단 5표 차로 통과
- 2012년 — 상한 £9,000으로 인상. 자유민주당 의원 전원이 선거 전 “학비 인상 반대” 서약에 서명했던 터라 정치적 파장이 컸다. 표결에서 자민당은 찬성 27, 기권 8, 반대 21로 갈렸다
정부의 원래 구상은 대학마다 다른 학비를 매기는 ‘시장’이었다. 2012~2013년 평균 £7,500 정도를 예상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첫해에 이미 3분의 2 가까운 대학이 최고액을 물렸고, 2016~2017년에는 £9,000 미만을 받는 대학이 단 한 곳만 남았다.
더 중요한 변화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일어났다. 2012년 개혁은 학비 인상분으로 정부 교부금을 대체하는 구조였다. 인문·사회계열은 교수법 교부금이 아예 사라졌다. 대학 수입에서 정부 몫이 빠지고 학생 몫이 그 자리를 채웠다.
2017~2024년: 7년 동결이 만든 재정 위기
2017년 학비는 물가에 연동해 £9,250으로 올랐다. 그리고 거기서 멈췄다.
2017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을 잃고 젊은 층에서 특히 부진하자, 메이 총리는 예정된 인상을 철회했다. 이후 상한은 반복해서 동결됐다. 2019년 오거(Augar) 보고서는 오히려 £7,500으로 낮추고 정부 교부금으로 차액을 메우라고 권고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7년 동결의 청구서는 대학에 돌아갔다. 학생 1인당 교육 투입 재원은 실질 기준으로 2012년보다 약 18% 낮아졌다. 영국학생청(OfS)은 2024년 5월, 잉글랜드 대학의 40%가 그해 적자를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정리해고와 학과 폐지가 잇따랐다.
2024년 11월,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동결을 풀었다. 2025~2026학년도 £9,535. 7년 만의 첫 인상이었다.
2025~2028년: 자동 인상, 그리고 국제학생 부담금
여기서부터가 현재진행형이다.
자국민 학비 자동 인상. 2025년 10월 ’16세 이후 교육·기술 백서’와 11월 예산에서 정부는 2026~2027년 £9,790, 2027~2028년 £10,050으로 올리겠다고 확정했다. 잉글랜드 자국민 학부 학비가 사상 처음 1만 파운드를 넘는다. 이후로는 물가에 연동해 자동 인상하되, OfS의 품질 기준(TEF 등급 및 접근·참여계획)을 충족한 대학에만 최고액을 허용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국제학생 부담금(International Student Levy). 그리고 유학생 쪽에는 새로운 장치가 생겼다.
2025년 5월 이민백서에서 국제학생 학비 수입의 6% 부과안으로 처음 등장했던 이 제도는, 2025년 11월 예산에서 학생 1인당 연간 £925 정액으로 확정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시행일: 2028년 8월 1일 (2028~2029학년도부터)
- 적용 범위: 잉글랜드 소재 고등교육기관만.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는 제외
- 납부 주체: 학생이 아니라 대학. OfS가 징수
- 면제: 각 대학의 연간 국제학생 첫 220명분은 부과하지 않음
- 물가에 연동해 인상 가능
정부 추계로는 2028~2029년 £4억 4,500만, 2030~2031년 £4억 8,000만의 세수가 예상된다. 재원은 고등교육과 기술 분야에 재투자되며, 2028~2029학년도에 부활하는 저소득층 생활비 보조금(가구소득 £25,000 이하, 지정 과목, 연 최대 £1,000)의 재원이 된다.
정부 스스로도 대가를 인정한다. 자체 영향 분석은 시행 첫해 국제학생 등록 1만 4,000명 감소, 2030~2031년까지 1만 6,500명 감소를 예상한다. 대학 부문의 순수입은 2028~2029년 £2억 7,000만에서 2030~2031년 £3억 3,000만까지 감소할 것으로 봤다.
기술 설계 협의는 2025년 11월 26일부터 2026년 2월 18일까지 진행됐고, 초안 법령은 재정법안(Finance Bill)에 포함돼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 학생에게 중요한 지점은 이것이다. 부담금은 대학이 내지만, 대학이 그 비용을 흡수할지 학비에 전가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영국대학협회(UUK) 측은 대학들이 교육·연구를 지탱하는 교차보조를 줄이거나 국제학생 학비를 더 올리는 선택에 몰릴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실제로 UCL 같은 대학은 2026~2027년 학비 안내에서 국제학생 코호트 학비 보장을 명시하면서도, 정부가 부과하는 부담금·세금 등을 반영해 학비를 인상할 권리를 유보한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다.
네 개의 나라, 네 개의 학비
영국 고등교육은 이양(devolved) 사무다. 그래서 ‘영국 학비’라는 단일한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6~2027학년도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 자국 학생 학비 | 비고 | |
|---|---|---|
| 잉글랜드 | £9,790 (2027~2028년 £10,050) | 물가 연동 자동 인상 예정 |
| 웨일스 | 잉글랜드와 동일 | 3년 연속 잉글랜드에 연동 |
| 스코틀랜드 | £0 | 스코틀랜드 정부(SAAS)가 대납 |
| 북아일랜드 | £4,955 | 2011년 이후 물가 인상분만 반영 |
스코틀랜드 학생이 스코틀랜드 대학에 다니면 학비가 없다. 다만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학생이 스코틀랜드 대학에 가면 £9,790을 낸다. 북아일랜드 학생이 잉글랜드로 가도 마찬가지다. 자기 지역 안에 머무를 때만 혜택이 적용되는 구조다.
여기에 국제학생 부담금이 잉글랜드에만 적용되면서 격차는 한 겹 더 늘어난다.
국제 비교: 영국은 어디쯤인가
OECD의 2022~2023년 자국민 학부 학비 비교(구매력평가 기준 미국 달러)에서 잉글랜드는 압도적 1위다.
- 잉글랜드 13,100달러
- 미국 9,600달러(공립)
- 일본 5,600달러
- 캐나다 5,600달러
- 한국 5,200달러
- 호주 5,100달러
- 프랑스 300달러
- 독일 200달러
- 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0달러
잉글랜드의 학비는 미국을 제외한 OECD 대부분 나라의 사립대 학비보다도 높다. 이것은 자국민 기준 수치다. 국제학생 학비는 여기서 다시 3~7배로 뛴다.
한국 학생과 학부모가 읽어야 할 대목
첫째, 1980년의 결정이 지금 지갑에서 나가는 돈을 정했다. 영국 대학이 유학생 학비에 의존하는 구조는 40여 년 된 제도적 산물이지 최근의 물가 문제가 아니다. 이 구조는 뒤집히지 않는다.
둘째, 학비 인상은 이제 자동이다. 잉글랜드 자국민 학비는 물가 연동 자동 인상이 입법화될 예정이다. 국제학생 학비에는 상한 자체가 없고, 그 위에 2028년 부담금이 얹힌다. 3~6년짜리 과정에 지원한다면 입학 연도 학비만 보고 총액을 계산하면 안 된다. 에든버러대는 학비 안내문에 “매년 정부 상한에 맞춰 오르니 예산 편성 시 감안하라”고 명시적으로 적어 두었다.
셋째, 의대는 별도의 계산이 필요하다. 임상 학년의 학비가 예과보다 크게 오르는 학교가 많다. 에든버러 의대 국제학생 학비 £54,650에는 스코틀랜드 의대 국제학생에게 부과되는 NHS 교육비 분담금(ACT levy)이 포함돼 있고, 대학이 이를 일부 보전해 주고 있다. 1학년 학비를 6배 해서 총액을 잡는 방식은 실제와 크게 어긋난다.
넷째, 학비만 보면 안 된다. 잉글랜드는 부담금 대상이지만 3년제 학부가 표준이고, 스코틀랜드는 부담금 대상이 아니지만 학부가 4년제다. 총 취득 비용은 연간 학비가 아니라 연차 수를 곱해야 나온다.
다섯째, 브렉시트의 흔적을 확인하라. 2021년 8월 1일 이후 과정을 시작하는 EU 학생은 국제학생 학비를 낸다. 오래된 학비 정보나 EU 기준으로 작성된 유학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면 실제 금액과 어긋날 수 있다.
남은 질문
영국은 1962년 “모든 학생의 학비를 국가가 낸다”에서 출발해, 2028년 “국제학생 한 명당 £925를 걷어 저소득 자국민 생활비를 댄다”에 도달했다. 60여 년에 걸친 이 궤적의 각 단계마다 반대편에 서 있던 정당이, 집권하면 앞 정부의 결정을 되돌리는 대신 한 단계 더 밀어붙였다는 점은 기록해 둘 만하다.
한국 학생이 지금 내는 학비는 그 60년의 최종 청구서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아직 마감되지 않았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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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use of Commons Library, “Student support for undergraduates across the UK in 2026/27” (CBP-10960), 2026년 — https://commonslibrary.parliament.uk/research-briefings/cbp-10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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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s Higher Education, “International student levy set at £925 per student from 2028”, 2025년 11월 26일 — https://www.timeshighereducation.com/news/international-student-levy-set-ps925-student-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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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EF Monitor, “UK confirms international fee levy of £925 per student starting August 2028”, 2025년 11월 27일 — https://monitor.icef.com/2025/11/uk-confirms-international-fee-levy-of-925-per-student-starting-august-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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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sard (House of Commons), “Higher Education”, 1981년 7월 8일 — https://hansard.parliament.uk/commons/1981-07-08/debates/fbfa0c7f-a901-4d1e-82e3-4fe5f98aa632/Higher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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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omplete University Guide, “University tuition fees and financial support in Scotland”, 2026년 3월 25일 — https://www.thecompleteuniversityguide.co.uk/student-advice/finance/university-tuition-fees-and-financial-support-in-scotland